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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살은 또다른 비극] 철책 쌓고, 통행금지시키고…대책없는 한국과 대비되는 선진국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정부가 자살자 121명(유가족 151명)의 심리부검 결과를 발표했다. 주변 사람의 진술을 토대로 자살자의 심정을 유추해 자살 원인을 파악하는 것이다. 분석 결과 자살자의 93.4%는 다양한 방법으로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대부분 알아채지 못한다.

어떻게 해야 하나? 세계 각국은 자살예방을 위해 물리적인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다리 중 하나인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Golden Gate Bridge)에는 ‘자살 명소’라는 오명이 있다. 1937년도에 세워진 이 다리에서 뛰어내린 이는 지금까지 1600여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일단 자살 명소로 소문이 나면 스스로 생을 마감하려는 사람들이 더 많이 몰려든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금문교에 붙어있는 자살방지 메시지

자살 기도자들은 자신의 죽음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이름 있는 장소를 찾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프랑스 작가 마르탱 모네스티에는 자신의 저서 ‘자살에 관한 모든 것’에서 세계 10대 자살 명소로 금문교, 뉴욕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파리 에펠탑, 중국 난징의 창장대교 등을 꼽았는데 이 중 6곳이 다리다.

각국이 자살 명소 다리에 대처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이스탄불의 보스포루스 다리는 자살이 잇따르자 당국에 의해 보행자들의 통행이 금지됐고, 캐나다 몬트리올 쟉 까르티에 다리에는 2004년에 자살 예방 철책이 설치됐다.

금문교 관리 이사회는 2014년 금문교 자살 예방 안전망을 설치하는 데에 7600만달러(약 904억원) 예산을 배정하는 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현재 금문교의 양 측면에는 너비 약 6m, 길이 약 2.7㎞의 철망이 설치되고 있으며 2018년에 완공될 예정이다.

금문교에는 오래전부터 자살방지 장치 설치에 관련된 논의가 있었지만 ‘미관을 해친다’는 등 반대에 부딪쳐 번번이 무산됐었다.

그러나 자살자가 갈수록 늘면서 결정을 더이상 미룰 수 없었다. 예산 문제로 지체됐던 작업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연방정부 예산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해결됐다.

이렇듯 선진국들은 범정부 차원의 대책으로 자살을 줄이려 노력하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는 지난 1999년부터 ‘국가 차원의 자살예방전략(NSSP)’이라는 국가적 차원의 자살예방에 대한 틀을 수립하고 다양한 기관 및 집단, 개인들의 공조와 협력에 의한 광범위한 자살예방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 역시 국가가 자살예방계획을 수립해 명확하고 구체적인 자살예방 목표의 수치를 설정한 후 보건부ㆍ재무부ㆍ지방정부 간 공공서비스협약를 맺어 강력한 자살예방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제2차 자살예방종합대책(2009~2013)이 종료된 지 3년째가 되도록 아직 제3차 자살예방종합대책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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