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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살은 또다른 비극]“살고 싶은 내 목소리, 들리나요?”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 20대 남성 A 씨는 불법 스포츠 복권 도박에 빠져 2000만~3000만원 가량의 빚을 졌다. 혼자 갚기엔 너무나 벅찬 액수였다. A 씨는 결국 부모님께 모든 사실을 털어놨지만, 돌아온 건 아버지의 폭력이었다. A 씨의 아버지는 “너 혼자 감당하라”며 그에게 주먹을 휘둘렀고, A 씨는 결국 집을 나와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게 됐다. 그러나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빚은 물론 고시원비, 생활비까지 감당해야 하는 현실은 그를 점점 벼랑 끝으로 몰았다. A 씨는 한강으로 향했지만 마지막으로 이 답답함을 누구에게든 털어버리고 싶어 교량 위에 설치된 ‘SOS생명의전화<사진>’의 수화기를 들었다.

‘한강(漢江)’이 ‘한강(恨江)’이 되어가고 있다. 교량 위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이들이 해마다 늘고 있는 가운데, 생의 벼랑 끝으로 몰린 이들까지 지치고 힘든 속내를 털어놓기 위해 한강을 찾고 있다.

생명보험사회공헌재단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1월까지 약 11개월간 생명의 전화에 걸려온 전화 상담 건수가 총 166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4년 한해동안 걸려온 1423건보다 245건 더 늘어난 결과다.

실제 교량 위에서 ‘말 못했던 답답함’을 털어놓는 자살시도자들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2011년 마포대교 위에 처음 생명의 전화가 설치된 해 11건에 불과했던 생명의 전화 상담 건수는 2012년 163건, 2013년 1057건, 2014년 1423건, 2014년 11월 기준 1668건으로 급증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지난 5년간 걸려온 상담전화 4322건 가운데 절반 이상인 75.8%는 마포대교에서 걸려왔다. 여성(41%)보다는 남성(53.2%)이 많았고, 10~20대가 전체 연령의 68.8%를 차지했다.

자살시도자들을 한계로 내몰았던 원인은 한 가지로 단정짓긴 어렵다. 그러나 이들 중 상당수는 ‘대인관계(26.9%ㆍ복수집계)’와 ‘진로-학업(23.7%)’에서 비롯된 정신적ㆍ육체적 고통을 호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밖에 고독, 외로움, 무력감 등 ‘인생(16.1%)’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거나, ‘가족갈등(13.5%)’ 등으로 인한 문제를 토로한 경우도 적잖았다.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자살 예방 효과는 컸다. 생명의 전화에 상담을 요청한 4322명 중 3692명이 상담원과 통화 후 귀가했다. A 씨도 생명의 전화를 통해 도박 빚 청산 및 심리상담 지원을 받았고, 부모님과도 자연스럽게 화해할 수 있었다. 월세를 내지 못해 집주인에게 쫓겨났다가 답답한 마음에 한강 다리를 찾았다던 한 30대 남성은 상담원과의 통화 끝에 마음을 돌렸고, 이후 긴급지원 생활비 등을 지원받았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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