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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당해고 녹취록 파문’ MBC, 뒤늦은 입장 발표…“적법 해고였다”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MBC판 내부자들’로 명명된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의 녹취록 파문에 MBC가 뒤늦게 입장을 내놨다. 만 이틀이 지나서야 나온 입장 발표다. MBC는 이전까지 답변을 보류했다.

MBC는 26일 오후 공식입장을 담은 보도자료를 통해 “일부 매체에서 보도하고 있는 최승호, 박성제를 ‘증거도 없이’ 해고시켰다는 기사는 사실이 아닌 명백한 허위 보도“라며 “(두 사람은) 명백한 사유로 인해 관련 사규에 의거 적법하게 해고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25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최민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공개한 녹취록에 따르면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은 지난 2014년 4월 서울 종로에 있는 한식당에서 MBC 관계자 3인과 보수매체 폴리뷰 대표 및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최승호 PD와 박승제 기자의 부당 해고와 관련한 대화를 나눴다.

백 본부장은 “해고시켜 놓고, 나중에 소송이 들어오면 그때 받아주면 될 거 아니냐”며 “그래서 둘(최승호, 박성제)은 우리가 그런 생각 갖고서 (해고)했다”고 말했다. 또한 백 본부장은 “그 둘은 증거가 없다”라며 “이놈을 가만 놔두면 안 되겠다 싶어가지고 해고시킨 것”이라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이 MBC 시사교양 프로그램에 개입해 왔다는 정황도 드러났다.

2014년 11월 방송된 ‘시사매거진2580’의 ‘끝나지 않은 2000일의 비극’ 편에 대해 정재욱 법무실장은 “15분 꼭지로 쌍차(쌍용자동차) 문제를 다루는 거야…내가 진짜 가만 안 둘 거거든”이라고 말했다. 이에 박한명 대표가 “(MBC)예능이 국민을 좌파, 좌경화하는데 일등공신”이라며 ‘무한도전’, ‘라디오스타’ 등을 문제 삼자 백 본부장은 “(예능PD와 작가가) 의도하고 있는 거지, 회사가 손을 못 대고 있는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일파만파 확산된 사안에 대한 대처는 늦었으나, MBC는 일체의 사실을 부인했다.

MBC가 발표한 공식입장에는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의 해고 사유가 조목조목 언급됐다.

먼저 최승호 PD의 해고 이유에 대해 MBC는 ▶ MBC본부 서울지부 조합원으로 사장 퇴진 요구 파업에 동조 및 직무 방기 ▶ PD들이 파업에 참여하도록 독려해 회사 업무 방해 ▶ 폭력적이고 위협적인 언행으로 회사 질서 문란 ▶‘파워 업! 피디수첩’(피떡수첩)에 참여해 악의적으로 회사 경영진과 임직원들을 비방 등을 제시했다.

박성제 전 기자 해고 이유에 대해서는 ▶ 관리자인 팀장으로 해당 직무 방기한 채 사장 퇴진 요구하는 노조의 불법 파업에 참여해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음 ▶ 기자들이 파업에 참여하도록 독려해 심각하게 회사 업무를 방해 ▶ 지난 2012년 3월 7일, 방문진 업무보고 후 본사로 귀사하는 사장의 진로를 방해하고, 고함을 치며 퇴진 구호를 외치는 등 다중의 위력으로 정신적,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집단행동에 적극 가담 ▶ 2012년 5월 16일 권재홍 당시 보도본부장의 퇴근 방해 시위에 참여해 회사의 장소지정 대기발령에 불응 무단결근 등을 제시했다.

MBC는 그러면서 “최근 일부 매체는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지 않은 채 녹음된 대화 내용을 임의로 편집해 증거도 없이 해고시켰다는 내용 등으로 허위 보도를 하고 있다”며 “문화방송은 사실에 대한 확인 없이 무차별 허위 기사를 유포하고 있는 일부 매체의 비정상적인 보도 행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 또한 이로 인해 발생되는 명예훼손에 대해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라고 밝혔다.

공식입장과는 별개로 녹취록 파문으로 인한 사내 안팎의 상황이 좋지 않다. 이미 백 본부장은 MBC가 공식입장을 담은 보도자료를 각 언론에 배포하기 2시간 전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와 만난 자리에서 녹취록 관련 질문 공세에 불쾌감을 드러낸 것으로 확인됐다.

26일 오후 3시 노사 양측은 타임오프 문제 해결 등 단체협상을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그러나 협상 테이블은 백종문 본부장의 녹취록과 관련한 질의가 쏟아진 자리가 됐다.

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 자리에 참석한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은 녹취록과 관련 “녹음한 것 중 일부만 발췌된 것”이라는 답변을 내놓는가 하면 ‘극우매체와 부적절한 회동이 아니냐’는 지적에 “극우가 나쁜 게 아니다. 극좌가 나쁜 것도 아니고”라면서 “비정상적인 게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정재욱 법무실장이 폴리뷰 정보라인을 자처한 것에 대해서도 백 본부장은 “정보를 빼돌린 게 아니라, 회사의 정책을 설명한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백 본부장은 녹취록 관련 대화에 불쾌감을 표한 뒤 20분 만에 자리를 떠났다.

사내갈등도 깊어지고 있다. 앞서 25일 MBC 기자협회, 아나운서협회, MBC 영상기자회, PD협회 등 4개 직능단체는 성명을 발표했다.

직능단체들은 “2012년 파업을 빌미로 최승호 PD, 박성제 기자를 아무런 증거 없이 해고했다는 사실을 백종문 미래전략 본부장 스스로 털어놓았다”며 “국민이 주인인 공영방송을 소수가 독점 횡포를 부려서 근간을 뒤흔드는 막가파식 행위이자 대한민국의 헌법정신과 사법 시스템을 농락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들은 “해고 결정을 내린 당사자가 ‘증거 없음’을 고백했기 때문에 아무런 이유도 없이 사회적 살인이라고 불리는 해고를 당한 최승호 PD와 박성제 기자를 즉각 복직시켜야 한다”라며 “공중 분해시켰던 시사교양국과 카메라기자 조직을 즉각 복원시키고, 부당 전보를 가했던 MBC 구성원들을 모두 원래 소속 부서로 복귀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안광한 사장은 MBC의 수장으로서 이번 사태의 전말과 재발 방지를 담은 내용을 국민들에게 소상히 밝히고,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며 ”그것이 MBC가 더 이상 국민들로부터 조롱과 비웃음을 당하지 않는 최소한의 도리이자 공영방송 본연의 임무일 것이다“고 덧붙였다.

26일엔 ‘MBC를 국민의 품으로’ 공동대책위원회가 ‘MBC 파괴 주범 백종문 해임, 안광한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2012년 파업 이후, MBC에서 벌어진 온갖 비정상적인 일들이 어떤 세력에 의해, 어떤 의도로, 어떤 방식으로 모의되고 실행에 옮겨져 왔는지가 낱낱이 드러났다”며 “구성원들에 대한 왜곡된 시각으로 불법 행위도 서슴없이 저지르고, 외부 극우 매체와 추악한 거래를 일삼은 이들에 대한 엄정한 조사와 문책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뿐아니라 MBC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의 야당 측 이사들은 녹취록 관련 긴급 이사회를 통해 진상을 규명하자고 건의했으나 고영주 이사장이 ”시급한 사안이 아니“라며 거부, 책임 회피론으로 확산되고 있다.

shee@heraldcop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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