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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朴의 ‘눈엣가시’ 정의화 vs. 유승민, ‘소신’과 ‘배신’의 정치학
20대 총선이 차별화 포인트, ‘소신의 승리자’가 되는 것은 누구?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자기 일을 한다고 생각하니 에너지가 샘솟는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그 연세에 모든 일정을 다 챙기겠습니까.”

원로 정치인을 수행하는 한 여당 관계자의 말이다. 정치인은 누구나 ‘자기의 정치’를 한다. 지역구민을 만나 소통하고 정책을 입안하는 것도 모두 자신의 정치적 소신을 드러내는 일이다. 그 소신이 보편적으로 공감을 얻을 때, 정치인은 이른바 ‘대권주자’로 한 단계 성장한다.

정의화 국회의장(사진 왼쪽)와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

문제는 특정인물 중심의 계파색이 강한 우리 정치지형 아래서 개인의 소신과 집단의 이해가 부딪힐 때다. 이럴 때 개인의 소신에는 집단이 내린 배신의 굴레가 덧씌워진다. 지난해 7월 ‘국회법 개정안 사태’의 여파로 사퇴한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전 원내대표)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유 의원을 겨냥해 ‘배신의 정치’라는 단어를 꺼내기도 했다.

그리고 소신과 배신의 저울은 다시 정의화 국회의장을 찾아왔다. 노동개혁 5법 등 쟁점법안의 직권상정 처리와 국회선진화법 개정을 둘러싼 ‘靑-鄭(청와대-정의화) 갈등’의 결과다. 친박계 의원들의 강공에도 “헌법 1조 1항의 지엄한 가치를 지키고 싶었다”며 소신을 택한 유 의원처럼 정 의장도 ‘마이웨이’를 선언했다.

정 의장은 앞서 쟁점법안의 직권상정 요구하는 청와대를 향해 “삼권분립을 의심할 수 있는 얘기는 피하는 게 좋다”고 대립한 데 이어, 새누리당 원내지도부가 직권상정 촉구 결의문을 전달하자 언성을 높이고 의장실을 나가기도 했다. “의회민주주와 삼권분립이 흔들린다”는 주장도 정 국회의장 입에서 나왔다.

끝내 정 의장은 지난 25일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이 ‘우회부의’ 한 선진화법 개정안의 본회의 상정을 공식적으로 거부했다. 이 자리에서도 그는 “67년 헌정사에서 국회 운영절차를 일방으로 처리한 적이 없다”, “국회의장이 무소속인 이유는 여와 야를 넘어 불편부당하게 행동해 상생의 정치, 합의의 정치를 이끌라는 것”이라는 뚝심을 고수했다.

국회법 개정안 사태 이후 새누리당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며 대권주자 급으로 부상한 유 의원과 비슷한 전처를 밟고 있는 것이다.

다만 다른 것은 정 의장이 이날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는 점이다. “현재 지역구인 부산 중구동구는 물론, 동서화합 차원에서 권유가 있었던 호남 등 다른 지역에 출마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는 것이 정 의장의 결단이다. 여권의 심장인 대구에서 이른바 ‘진박’ 거물들과 정면 승부를 벌이며 활로를 여는 유 의원과 차별성이 생기는 지점이다.

‘20대 총선에서 벌어질 친박계와의 공천전쟁 때문에라도 결국 정 의장이 박 대통령과 코드를 맞추게 될 것”이라던 정치권 일각의 예측과는 전혀 다른 행보다. 마지막 남은 정치적 족쇄를 스스로 벗어버리고 임기 끝까지 ‘소신과 합리성을 겸비한 조정자’로 남는 길을 택한 셈이다.

이에 따라 정 의장은 향후 평소 관심을 보이던 대북 인도사업 등에 발을 들이며 대권주자로의 발돋움을 노릴 가능성이 크다. 그는 평소에도 “북한 동포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남북 정세와 상관없이 어떠한 경우라도 중단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한결같이 펼쳐왔다.

정 의장이 개혁ㆍ진보 진영 내에서도 상식적이며 말이 통하는 인물로 인식되는 점을 고려하면 표심의 확장성도 매우 크다.

결국 소신의 승자와 배신의 패배자를 가르는 것은 대중의 마음이다. 전환점은 20대 총선이다. 정 의장과 유 의원, 닮은 듯 다른 두 사람의 종착점은 소신일까 배신일까.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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