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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신병력 40대 가장, 아내와 잠든 자녀들 살해
[헤럴드경제]경기 광주시의 한 아파트에서 정신병력이 있는 40대 가장이 부인과 두 자녀 등 일가족 3명을 둔기로 때려 살해한 뒤 자신도 투신해 숨졌다.

숨진 부인은 평소 “남편이 술에 취하면 ‘죽이겠다’고 협박해 무섭다”고 말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투신 직전인 오전 9시께 112로 전화를 걸어 “내가 부인을 망치로 때렸고 아이 2명도 살해했다”고 신고하면서 “불면증 때문에 아이들을 살해했다”고 말한 것으로 경찰은 전했다.

숨진 A씨의 부인은 부엌쪽 거실에서 반드시 누운 상태로 숨져 있었고 그 옆엔 범행 도구로 보이는 피묻은 둔기가 놓여 있었다.

딸은 안방 이불 위에서 곰인형을 끌어안은 상태로 누워 숨져 있었으며, 아들은 자기 방 이불 위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시신 상태를 볼 때 일가족 3명은 모두 둔기에 머리 등을 맞아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고 경찰은 밝혔다.

자녀들은 이불 위에 있었던 것으로 미뤄 잠을 자던 중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A씨는 아파트 밖 인도에서 숨져 있었다.

집 안에는 외부 침입 흔적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집 거실 서랍 안에서는 A씨가 복용한 것으로 보이는 수면유도제가 발견됐다.

또 유서는 없었지만 A씨가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잠을 못 이루겠다. 잠을 못 자니 밤이 무섭다. 약을 먹었는데 그게 잘못된 것 아닐까”라는 등의 글이 발견됐다.

일가족 살해사건의 유력 용의자 A씨가 투신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정확한 범행 동기는 밝히기 어렵게 됐다.

다만 A씨가 뇌병증과 우울증으로 오랫동안 정신과 치료를 받아왔고, A씨 부인이 빈번한 언어폭력 때문에 힘들어 했다는 점이 확인됨에 따라 경찰은 범행과의 인과관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조사결과 A씨는 2011년부터 지난해 9월 초까지 모 신경정신과 의원에서 ‘상세불명의 뇌병증’ 진단으로 치료를 받아왔다.

뇌병증은 질병이나 외상 등의 이유로 뇌 기능과 구조에 이상이 생기는 병을 말한다.

김태원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뇌병증은 교통사고 등 외상이나, 뇌출혈 등 여러 원인으로 뇌의 특정 부분이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증상을 말한다”며 “A씨에 대한 진료기록을 보지 않아 정확히 진단하긴 어려우나, 간혹 뇌의 전두엽 부위에 기능 이상이 생긴 환자들을 보면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는 경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진료했던 환자 중에서도 교통사고로 전두엽에 뇌병증이 온 경우, 아무 이유없이 가족을 공격한 사례를 본 적이 있다”며 “A씨가 불면증을 겪었다면 뇌병증의 후유증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A씨는 또 지난해 9월 또다른 신경정신과 의원에서 ‘혼합형 불안 및 우울병 장애’ 진단도 받았다.

경찰은 A씨의 범행이 뇌병증, 우울증, 불면증 등 심리적인 불안 증세와 연관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경찰이 피해자 지인 등 주변인들을 불러 참고인 조사를 벌인 결과 A씨는 평소 술에 취해 부인에게 “가족을 모두 죽여버리겠다”는 등의 폭언을 일삼은 것으로 파악됐다.

숨진 부인의 한 지인은 “물리적인 폭행이 있었다는 얘기는 들은 적 없지만, A씨가 술에 취하면 부인에게 ‘가족 모두 다 죽여버리고 나도 죽겠다’는 말을 간혹 했다”며 “부인은 평소 남편을 무서워했다”고 전했다.

한편 경찰은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투신한 A씨와 살해된 부인, 아들, 딸 등의 시신을 부검할 방침이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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