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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기자의 일본열전] 아베와 측근들 ① ‘포스트 아베’ 이나다 도모미(?田 朋美)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한국 사람들에게 이나다 도모미(稲田 朋美) 자민당 정조회장은 ‘듣보잡(듣도 보도 못한 잡놈)’일 수 있다. 하지만 이나다 정조회장은 아베 신조(安倍 晋三)총리가 정교하게 만들어낸 정치적 인물이자 그의 유력한 정치 후계자다. 극우매체인 산케이(産經)신문도 아베가 이나다를 “여성 총리 후보로 키우기 위해 발탁”했다고 분석하기까지 했다.

아베의 ‘전후체제 탈피론’에는 숨겨진 공신들이 있다. 이들은 유리한 정치구도를 만들기 위해 담론형성에서부터 세력정리까지 각방면에서 두각을 내고 있다. 모리 요시로(森喜朗) 전 총리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전 총리의 비호 아래 성장한 아베 총리처럼, 아베의 방패막 속에서 조금씩 세력도 키우고 있다. 



이나다 정조회장은 그 중에서도 ‘자기학대적 역사관(自虐史觀)에서의 탈각’이라는 사명을 갖고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이나다는 아베 측근 중에서도 ‘극우’적인 인물로 평가된다.

이나다는 일본보수 정치인을 다수 배출한것으로 알려진 와세다 대학교의 법학부를 졸업해 1985년 변호사로 활동했다. 이후 2005년 이나다는 돌연 정계에 뛰어들었다. 아베의 러브콜을 받았기 때문이다. 당시 이나다 정조회장은 고이즈미 전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적극 지지했다. 정계진출 계기에 대해 물으면 “일본 명예가 훼손당하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다”고 말하곤 했다고 한다. 전후체제 탈각을 염원하는 아베의 입장에서 이나다의 행보는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

이후 이나다 정조회장은 정계에서 ‘초고속 승진’을 하게 된다. 3선 의원이라는 짧은 정치 이력에도 불구하고 2012년 제 2차 아베 내각 각료인사에서 내각부 특명 담당 대신(행정개혁담당상)에 취임했다. 아베는 그를 “자민당의 잔다르크”라 부르며 애정을 표현했다.

이나다 정조회장의 행보는 ‘역사수정주의’ 그 자체였다. 2007년 그는 영화‘난징의 진실’의 제작기자회견에 참석해 “(난징 사건 당시) ‘100인 참수경쟁 사건’이 발생했다는 주장의 기사를 신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문을 직접 읽었다. 또, ‘100인 참수경쟁사건’을 보도한 아사히(朝日), 마이니치 신문을 상대로 명예훼손 및 출판금지 소송을 원고 측의 변호인을 맡았다.

2006년 8월 15일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두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를 저지하려고 하는 망은의 무리는 도덕ㆍ교육을 논할 자격이 없다”고 발언했으며, 직접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또, 2007년 6월 14일 역사사실위원회의 전면광고 ‘더 팩츠(THE FACTS)’ 지지성명을 내고 위안부 제도에 대해 “전시 합법적인 제도였다”고 발언했다. 지난해 2월 고노담화에 대해 “강제성은 없었다”고 주장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나다 정조회장은 위안부 합의가 이뤄진 다음인 지난 10일 후지테레비에서 “위안부 소녀상은 날조된 역사인식의 상징”이라고 주장했다.

아베 총리와 같은 파벌인 이나다는 “일본을 구할 사람은 아베 총리밖에 없다. (아베의) 연설을 들으면 마치 신이 내린 듯 했다”며 충성맹세를 했다. 그는 아베의 정치적 기반인 ‘창생일본’의 사무국장 대리를 역임하며 일본 역사인식 및 대외이미지 개선을 위한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쳤다. 지난해 9월 아베를 적극 보좌하며 안보법제 성립을 추진하기도 했다.

2011 년 네오 나치즘을 표방한 국가 사회주의 일본 노동자당 (NSJAP) 당대표와 사진을 찍었다가 구설수에 오른 적도 있다. 당시 영국 가디언지는 “아베 측근들이 네오 나치즘 사상을 공유하고 있다는 증거는 없지만 아베 정권의 우경화가 진전되고 있다는 비난을 심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이나다 정조회장은 지난해 말 아베 총리 직속기구인 ‘역사인식 검증위원회’의 설립을 주도했다. 청일전쟁 이후의 역사를 검증하는 역사검증본부는 2차 대전 당시 일본의 제국주의는 서방 국가의 제국주의와 본질적으로 다르며, 동아시아 평화에 기여했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일본이 ‘전후체제’에서 탈피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전범국가’라는 역사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런 점에서 아베 총리에게 이나다 정조회장은 반드시 필요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은 위안부 문제 외에 식민지배, 영토분쟁 등으로 갈등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위안부 합의를 두고 위안부 강제연행을 인정한 것은 아니라는 인식을 드러낸 가운데, 그의 측근인 이나다 정조회장이 어떤 행보를 보일 지 주목되고 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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