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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치원 교사 “박봉인데 그나마도”…학부모 원비 인상 현실화 ‘분노’
[헤럴드경제=박세환ㆍ신동윤 기자] 서울과 경기지역 유치원분 누리과정 지원 중단으로 보육대란이 현실화하면서 일선 유치원 원장과 교사들의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유치원에 자녀를 보내는 학부모들도 당장 이달부터 교육비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에 불안감과 분노를 느끼고 있다.

21일 한국유치원총연합회 등에 따르면 매달 20~25일은 유치원에서 교사 등 직원들에게 인건비를 지급하는 시기다. 19일까지 교육청이 교육지원청에 교육비를 교부하면 25일 유치원에 누리과정 지원비가 입금돼 이를 인건비 등 운영비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과 경기지역 누리과정 예산 미편성이 보육대란으로 치닫으면서 유치원들 마다 운영이 어려워지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정부와 교육청이 해결해줄 것을 믿고 기다려온 유치원들은 당장 인건비 지급일이 닥쳤지만 대책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서울 사당동의 A유치원에서는 25명의 교사 월급으로 지출해야 비용만 한 달에 5000여만원에 달한다. A유치원 원장은 “유치원장들 사이에서는 ‘대출받아서라도 인건비를 주자’, ‘학부모 부담금을 가지고 월급의 30% 만큼만 우선 지급하자’, ‘월말까지 기다려보자’는 등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있다”며 “유치원 운영비의 70% 가량을 차지하는 인건비 대부분은 누리과정비로 충당해왔는데, 단 한 푼도 주지 않으면 우리보고 어쩌란 말이냐”고 하소연했다.

서울 고척동의 B유치원 정모 원장도 “당장 함께 일하고 있는 선생님들 월급도 못 주게 생겼다”며 “유치원 교사들의 어려운 사정을 고려해 일단 일부는 사비로 충당해줄 계획이지만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유치원은 다음주초 쯤 학부모들에게 원비 인상 안내문을 보낼 계획이다.

유치원 교사들도 생활고를 걱정하고 있다. 경기 김포시의 한 유치원 교사인 이모(29·여)씨는 “20일이 월급날이었는데 누리과정 사태 때문에 월급을 미룰 수밖에 없다는 원장의 말을 들었다”며 “당장 25일 신용카드 대금 결제부터 걱정돼 부모에게 손을 벌려야 할 형편”이라고 말했다.

또 남양주의 한 유치원 교사도 “이것 저것 떼고나며 실제로 받는 월급이 160여만원인데 이것 마저 못받게 된다는 말을 듣고 너무 황당하다”며 “누리과정 지원되면 교사 처우도 많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던 정부의 약속이 결국 이것이었냐”며 분노했다. 실제로 유치원 교사들의 월급은 지역이나 유치원마다 조금 차이는 있겠지만 평균 200만원을 간신히 넘는다. 여기에 세금과 4대 보험료 등을 제외하면 실수령액은 160여만원에 그친다.

학부모도 걱정이 태산처럼 쌓이고 있다. 5, 6살 두자녀를 유치원에 보내고 있는 서울 공덕동의 김모(39)씨는 “연년생 아들 원비가 오르면 전혀 계산에 없던 월 60만원의 추가 지출이 생긴다”며 “큰아들이라도 유치원을 끊고 학습지를 시켜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원비 인상 안내글을 받은 서울 가양동의 진모(40)씨는 “아이를 위해서 원비는 내야겠지만 대통령이 공약으로까지 걸어넣고 당선된 뒤에 나몰라라 하는 것은 무슨 경우인지 모르겠다”며 “아예 약속을 하지 않았다면 이런 배신감을 느끼진 않았을 것”이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대부분의 유치원들은 다음주초까지 원비 인상 고지를 미루고 있다. 원비가 인상되면 원아의 이탈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C유치원 원장은 “학부모 문의 전화에 일단 임시방편으로 원비 인상은 없다고 약속했지만 이대로면 결국 월 수업료 인상은 불가피하다”며 “이미 3명이 아이를 보내지 않겠다고 통보했다”고 전했다.

박세환ㆍ신동윤 기자/gr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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