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표는 불출마 뜻 안굽혀
더민주, 새누리와 싸움 불리해져


지난 19일 탈당한 조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부산 사하구을)의원의 새누리당행이 유력해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부산에서 유일한 현역의원인 문재인 대표는 총선 불출마의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로써 ‘지역주의 타파’라는 한국정치의 시대적 과제에 비추어볼 때, 더민주는 부산ㆍ경남(PK)지역에서 새누리당과 한층 힘겨운 싸움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조 의원의 탈당은 광주ㆍ전남 의원의 탈당과는 의미와 파급력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야당의 텃밭인 호남과 달리 PK지역은 여당의 입김이 강해 부산에서만 3선을 지난 조 의원의 탈당은 더민주 입장에서 뼈아플 수밖에 없다. 야권의 도움 없이 부산에서만 3선을 한 조 의원이 탈당하면서 더민주는 의석 한자리를 넘어 부산 야풍(野風)의 한 축을 잃었다. 총선 승리를 위해 김종인을 선대위원장으로 위촉하고 백의종군을 선언한 문 대표는 그간 쓴소리만 해온 조 의원의 탈당을 개운하게만 바라볼 수 없게 됐다.

더민주 내에서도 조 의원의 탈당을 방관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경남 지역 유일한 현역인 민홍철 의원(경남 김해시갑)은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PK 라인의 붕괴를 우려했다. 그는 “야당이 매번 전국 정당화를 외치고 영남 지역을 중시한다고 했지만 사실상 그런 부분에 대해서 소홀히 하고 있다”며 “당내 견해의 다양성이나 비판을 수용하지 못한 결과이고 당이 각성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당내 주류 세력은 여전히 조 의원의 탈당을 총선 위기감으로 연결시키지 않는다. 이목희 정책위의장은 YTN 라디오 ‘최영일의 뉴스! 정면승부’에 출연해 “실은 정체성이라는 면에서 보면 (조경태 의원은)우리 당에 어울리지 않는 분이 아니었던가 이렇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더민주 주류세력의 안일한 인식 속에 국민의당과 새누리당은 조 의원에게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국민의당 입장에서는 호남에서의 지지를 넘어 부산에서도 신당의 열풍을 이어갈 수 있게 된다. 새누리당에서는 부산지역 텃밭을 수성(守城)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조 의원의 새누리당 유력설은 현 정치권이 지역주의 타파 측면에서도 퇴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19대 국회에서 이정현 새누리당 의원이 호남 지역인 순천에서 당선됐고 20대 총선에서 김부겸 더민주 전 의원이 여당의 심장인 대구에서 선전하고 있는 가운데 야당 인사인 조 의원의 새누리당행은 찬물을 끼얹는 격이다. 손호철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조경태 의원이 부산에서 비 새누리당 의원으로서 지역주의를 깨는 상징적인 의미가 있는 사람이라는 측면에서 탈당은 부정적인 의미가 있다”며 “단기적으로는 지역주의가 강화돼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장필수 기자/essential@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