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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기자의 일본열전]불쌍한 韓직장인...서울, 도쿄보다 더한 물가지옥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일본은 물가가 비싼 나라’는 것이 일종의 상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건비, 생활비, 주거비 등 다양한 요인을 따져보면 그렇지도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각국의 물가를 비교할 수 있다는 빅맥지수를 볼까요? 한국의 빅맥은 4300원입니다. 일본의 빅맥은 370엔(3765원)이죠. 한눈에 봐도 한국 빅맥이 좀 더 비쌉니다.

스타벅스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장 싼 ‘오늘의 커피’. 일본에서는 톨 사이즈가 320엔(3265원)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3800원에 팔립니다.

직장인들의 하루 지출비용은 어떻게 다를까요? 

한국/일본 유니클로 가격 비교 [자료=유니클로 홈페이지]
일본 맥도날드 햄버거 단품 가격 [자료=일본 맥도날드]

일본 대학교를 졸업해 일본 기업에서 마케팅분석을 담당하고 있는 송모 씨(27세)는 한달에 8000엔(8만1420원)의 교통비를 사용합니다. 일본에서는 출퇴근 구역만 정하면 싸게 정기권을 끊을 수 있기 때문에 하루 380엔, 한달(22일 기준) 8360엔의 교통비보다 싸게 통근을 할 수 있습니다. 물론 교통비도 회사의 지원을 받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교통비가 많이 들어도 통근에 한해서는 개인지출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연봉에 교통비가 포함돼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일본 기업은 일반적으로 사원의 교통비와 식비를 책임집니다. 때문에 먼 지역에서 통근하는 사람도 교통비 부담이 없습니다. 시간만 잘 엄수하면 교통비는 기업에서 무조건 지원해준다고 합니다.

근무를 마치고 송 씨는 벤또(도시락) 가게에서 도시락을 사 먹습니다. 일본 벤또는 500~800엔(5150원~8142원), 회사 동료들과 함께 밖에서 사먹을 경우 1500엔(1만5000원) 가량 지출합니다. 회사에서 점심을 지원해주기 때문에 점심 식대에 대한 부담은 없습니다. 송 씨는 12일(현지시간) 직장 동료와 1350엔 짜리 파스타를 먹었습니다.

점심을 마치고 스타벅스에서 마신 커피는 200엔(2000원). 회사에서 마시면 공짜여서 잘 마시지는 않는다고 합니다. 대신 담배를 많이 피죠. 보통 담뱃값은 460엔(4672원)입니다.

근무를 마치고 저녁은 1000엔(1만원), 친구들과 저녁을 먹을 경우 3000엔(3만원)의 비용이 든다고 합니다. 그렇게 하루 최대 8000엔(8만원)을 썼지만 이 중 4000엔(4만원)은 회사가 충당을 해주는 비용이었습니다.

한국 대기업 직원 5년 차인 김 모씨(31세). 하루 교통비는 2400원에 그치지만 개인 부담이기 때문에 고정지출로 간주합니다.

식비도 회사에서 5000원까지만 지원해줘서 사내 식당에서 주로 먹거나 외출해서 먹을 경우 한식에서 양식까지 8000원~15000원 선에서 지출합니다. 김씨는 이날 직장 동료들과 돈까스정식을 먹고 9500원을 지출했다고 합니다. 김 씨는 커피를 가급적이면 사 마시지 않습니다. 한국에서 카페모카, 카페라떼 등은 기본 4500원이 넘다보니 심하면 밥 한끼 값과 같아 사 마시지 않는다고 합니다. 근무가 끝나고 그는 자취방에서 라면을 끓여먹었습니다.

차이는 조금 있지만 손 씨와 김 씨의 하루 평균 지출비용은 큰 차이가 없어보입니다. 하지만 일본과 한국의 경제규모, 그리고 1인당 GDP를 보면 그만큼 한국의 물가가 비싸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또 하나. 중요한 정보가 빠졌습니다.

바로 연봉입니다. 송 씨와 김 씨의 연봉은 어떻게 다를까요?


놀랍게도 송 씨의 수습기간 초봉은 세전 600만 엔(약 6000만 원)입니다. 그것도 수습기간이라 직장내 선배들에 비해 많이 ‘낮은 편’이라고 합니다. 일본 20대 후반 정사원 평균 연봉이 317만엔(3170만원)이고 상장기업에서의 평균연봉이 650만엔(6600만원)인 것을 고려했을 때 송 씨의 연봉은 높은 편입니다. 수습 기간을 마치면 연봉은 더 높아집니다. 자신의 실적과 인사고과에 따라 적게는 5%, 많게는 10%까지 인금 인상이 있을 수 있다고 합니다. 과장직을 달게 될 경우 연봉은 1000만엔(1억원) 대로 높아집니다. 


송 씨뿐만이 아닙니다. 일본 컴퓨터 회사에 다니는 아야다(여ㆍ28)씨의 견습 초봉은 세전 590만엔(6000만원)입니다.

한국의 김 씨는 어떨까요? 김 씨도 한국을 대표하는 어엿한 대기업에 다니고 있습니다. 5년 차이기 때문에 최근 임금 인상도 있었습니다.

김 씨의 연봉은 세전 5600만 원입니다. 신입사원 시절 김 씨의 초봉은 세전 4000만 원이었습니다. 임금인상이 있던 것도 한편으로는 다행인 일이라고 합니다. 김 씨의 친구는 5년째 임금인상이 없다고 합니다.

생활물가는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은데, 연봉은 왜 이렇게 차이가 큰 것일까요? 알다시피 인건비 때문입니다.

일본 도쿄(東京)의 평균 시급은 880~900엔(평균 9000원~96000원)선입니다. 택시비나 부동산 계약을 했을 때 일본은 ‘인력’이 투입된 부분에서 값을 높게 칩니다.

일본의 택시 기본요금은 730엔(7320원). 한국은 3000원에 불과합니다. 부동산 계약을 할 때도 일본은 집주인에게 ‘레이킹(礼金)’이라는 사례금을 지불해야 합니다. 임대계약이 성사됐을 때 ‘좋은 집을 이용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뜻이죠. 도쿄의 지대도 높은 편이지만, 레이킹 때문에 지출비용이 높아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때문에 첫 집 계약을 할 때 적게는 30만 엔(300만원), 많게는 300만엔까지 지불해야 합니다. 송 씨의 경우 레이킹 10만 엔에 보증금 22만 엔, 월세 10만 엔을 지불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높은 임금 덕분에 대출이나 부모님 도움을 받지 않고 집 계약을 성사시킬 수 있었습니다.

일본을 무조건 물가가 비싼 나라라고 치부하기에는 오류가 많죠? 일본은 물가가 비싼 나라가 아닙니다. ‘인건비가 높은’ 나라일 뿐입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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