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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어떻게 생각하십니까]한상진의 ‘사과’ 없는 ‘해명’은 정당한가
[헤럴드경제=이슬기 기자] 해명은 있었지만, 사과는 없었다. 앞서 이승만 전 대통령을 ‘국부(國父)’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해 논란을 빚은 한상진 (가칭)국민의당 창당준비위원장에 대한 이야기다.

과연 4ㆍ19 유가족과 시민들은 ‘유감’과 ‘사과’가 아닌 그의 ‘해명’을 어떻게 들었을까? 

한 위원장은 17일 서울 마포 창준위 사무실에서 열린 기획조정회의에서 “(이 전 대통령은) 국부라는 호칭을 사용할 때 국민이 갖는 도덕적 기준을 만족시키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면서도 “국부의 명칭에 따른 도덕적, 역사적 기준을 떠나 대한민국을 세운 공적에 유의해 국부에 준하는 명칭을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또 “이념대립을 넘어 국민통합을 이루는 하나의 길이 여기에 있을 것으로 봤다”며 “만일 우리 국민이 이 호칭을 수용할 수 없다고 한다면,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으로서 예우하면서 그분의 공과 과를 균형 있게 살펴보면서 사회통합을 이루는 길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8일 서울 마포 국민의당 당사에서 열린 신당 창당준비점검회의에 참석한 한상진 창준위원장(사진 가운데). 양옆으로는 안철수 무소속 의원(사진 오른쪽)과 김한길 의원(사진 왼쪽)이 배석했다

‘공과를 함께 살펴야 한다’는 누가 봐도 무리 없는, 지극히 교과서적인 해명이다. 그러나 또 다른 논란이 예상되는 지점은 다음 발언부터 등장한다.

그는 “본의 아니게 4ㆍ19 유가족 등 관계자 여러분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폐를 끼쳐 드린 데 대해서 진정으로, 제발 사회통합의 관점에서 저의 진의를 너그럽게 이해하여 주시기를 간청한다”고 밝혔다.

한 방을 맞은 느낌이다. 아마도 한 위원장의 말을 현장에서 들었다면, 기자는 십중팔구 ‘진정으로’라는 단어 다음에 ‘사과를 드린다’거나 ‘유감을 표명한다’는 말이 나올 것이라 기대했을 것이다.

그의 주장처럼 이 전 대통령의 공과를 함께 살펴야 한다 하더라도, 그것과는 별개로 누군가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고 폐를 끼쳐드렸다’면 죄송스러운 마음을 표하는 것이 예의라는 판단 때문이다.

그러나 한 위원장은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나 ‘유감’이란 표현을 사용하지는 않았다. 그저 ‘자신의 진의를 이해해 달라고’ 간곡하게 요청했을 뿐이다.

그러면서 그는 “4ㆍ19 혁명은 3ㆍ15 부정선거에 항거해서 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우리 국민의 위대한 용기와 헌신을 보여줬다. 

한 마디로 자유당 정부와 이 전 대통령의 국정파탄을 뜻한다. 이렇게만 보면 이 전 대통령은 완전히 실패한 대통령”이라고 4ㆍ19 혁명을 평가하면서도 “4ㆍ19 혁명으로 만천하에 드러난 우리 젊은 학생들의 그 열렬한 민주주의의 가치는 우리 안에서 성장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통령이 도입한 자유민주주의 정치 체제하에서, 특히 학교 교육을 통해서 민주주의 가치가 젊은 세대에게 전파되고 확산한 결과가 4ㆍ19 혁명이므로, 결국 이 전 대통령이 이 땅에 뿌린 민주주의 씨앗이 성장해서 부정선거를 통한 권력욕에 사로잡힌 자유당 정권과 이 전 대통령을 무너뜨린 것”이라는 이야기다.

한 위원장의 설명은 너무나 논리적이고 유수와 같아 반박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결국 빠진 그 ‘사과’ 때문에, 찝찝함이 남는다. 

한 위원장의 명쾌하고 박식한 이야기가 가운데에 ‘자신의 철저한 논리와 미래지향적인 사고가 ‘사과’라는 단어로 인해 부정당할 것을 우려하는 마음’이 담겨 있지는 않았을까 하는 의구심 때문이다.

물론 이는 기자만의 억측일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어떤 논리가 이상적이고 빈틈이 없을지라도, 상처받은 이들에 대한 마음으로부터의 사과가 없다면 그런 해명은 그저 ‘상대방의 편협한 잣대와 사고를 교정하려는’ 교화적 자세로 비출 수밖에는 없을 것이다. 

아울러 민주주의의 씨앗을 뿌린 것이 이 전 대통령의 ‘공’이라면, 결국 스스로 부패해 수많은 학생들의 목숨을 앗아간 것도 잊을 수 없는 그의 ‘과’다.

그 ‘과’ 때문에 소중한 가족을 잃은 이들에게 아무런 유감 표명 없이 ‘사회 통합을 위해 진의를 이해해달라’는 것은 너무 잔인한 일 아닐까? 한 위원장의 ‘사과’ 없는 ‘해명’,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yesye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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