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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 덫’에 걸린 한국경제…“경제불균형-개혁지연 등 후유증 경계해야”
[헤럴드경제=이해준 기자]‘3%대냐, 2%대냐.’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놓고 다시 3%대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와 한국은행 등 당국에서는 3%대를 전망하거나 3%대 성장률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으나 국내 민간연구소들은 2%대 중~후반, 해외 투자은행(IB)들은 2%대 초반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절대적인 성장률 수준이 낮아 전망치 차이도 크지 않지만, 의미는 훨씬 크다. ‘3’이라는 숫자의 상징성 때문이기도 하다.

정부와 당국은 성장률이 정권의 성과와 경제정책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지표로 인식하고, 3%라는 상징적 숫자에 집착하는 모습이다. 반면에 민간과 해외IB들은 ‘정치적 고려’를 배제하고 전망치를 내놓아 경제전망의 온도차가 발생하는 측면도 강하다.

하지만 경제전망이나 정책에 정치적 고려가 개입되면 경제불균형과 구조조정 및 개혁 지연 등 심각한 후유증을 낳을 수 있다. 과거 일본이 경제회복을 기대하며 개혁을 미루다 경제전체가 장기 침몰하는 뼈아픈 경험을 했다. 한국은 과연 어떻게 될까.

3%대 성장률 논란은 한국은행이 지난 14일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의 3.2%에서 3%로 내리면서 다시 촉발됐다. 한은이 3%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하면서 정부와 당국은 모두 3%대를 전망, 2%대를 예측한 민간과 현격한 대비를 보였기 때문이다.

한은은 세계경제 및 국제유가 상황, 민간소비 등 국내외의 여건변화를 고려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작년 10월 발표한 3.2%에서 석달 만에 0.2% 포인트 내렸다. 경제추세에 대해선 상반기에 3.1%, 하반기에는 2.9%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기획재정부는 3.1%를, 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3%를 제시했다. 유일호 신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추가경정(추경) 예산을 편성하지 않고도 올해 목표치인 3.1%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내 민간경제연구소들은 일제히 2%대를 제시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8% 성장을 전망했고, 한국경제연구원은 2.6%, LG경제연구원은 2.5%를 전망했다. 민간연구소들은 올해 경제상황이 지난해에 비해 나아지기 힘들 것으로 본 셈이다.

해외IB들의 성장률 전망치는 상당히 엇갈리지만, 최저 2.2%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HSBC와 모건스탠리가 2.2%로 가장 낮게 전망했고, 씨티는 2.4%, 노무라는 2.5%를 제시했다. 도이체방크와 골드만삭스는 각각 2.8% 및 2.9%를 제시했다.

바클레이즈(3.0%), 크레딧스위스(3.0%), JP모건(3.2%), 소시에테제너럴(3.2%) 등은 3%대를 전망했으나 지난해 후반 이후의 변화된 국내외 여건을 감안할 때 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 전체 해외IB들의 성장률 전망치도 하향조정 추세다.

성장률을 정확히 전망하는 것은 어렵지만, 정부가 무리하게 3% 성장을 고집할 경우 후유증이 심각해질 수 있다. 무리한 통화와 재정확대로 가계부채 급증ㆍ부동산 거품과 같은 불균형이 초래될 수 있고, 기업 구조조정과 개혁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

과거 일본이 이러한 ‘성장우선론의 함정’에 빠졌다. 일본은 1990년대 이후 경기부진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고, 매년 이듬해 경제가 좋아질 것으로 경제를 낙관적으로 전망했다. 그러면서 경제가 호전되면 기업과 금융부문의 부실이 해소될 것으로 보고 구조조정 등 개혁을 미뤘다. 하지만 구조적 요인에 의해 성장부진 속에 경제가 침몰해 ‘잃어버린 20년’이라는 대참사를 겪었다.

물론 정부도 이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다. 유일호 부총리는 취임 일성으로 “개혁을 위해 백병전도 불사하겠다”며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성장률 3%대를 맞추기 위해 다시 성장에 방점을 찍고 정책을 추진할 경우 문제가 달라질 수 있다.

경제적인 불균형도 문제다. 성장률 목표치 달성을 위해 통화완화와 재정확대에 나설 경우 가계부채가 위험수위를 넘어설 수 있고, 전체 경제가 부진한 가운데서도 부동산 시장의 팽창이 지속되며 거품이 생길 수 있다. 이를 우려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때문에 성장과 개혁의 균형이 필요하다. 현재로서는 성장보다 개혁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연초에 본지가 경제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올해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할 결과에서도 구조개혁과 잠재성장률 제고 등을 지적한 전문가들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성장률 제고를 꼽은 전문가는 3.3%에 불과했다. ‘3% 덫’에서 벗어나는 길은 결국 개혁인 셈이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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