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포토에세이]천사들의 기다림…입양은 큰사랑의 작은 실천입니다
천사들의 기다림…입양은 큰사랑의 작은 실천입니다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에 위치한 입양전문기관 ‘동방사회복지회’에서 운영하는 영아 일시보호소. 30여명의 아기들이 오늘도 사랑의 손길을 기다리며 꿈을 꾸고 있다. 옹기종기 모여 있는 아기들은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도 연신 방실방실 웃음을 보인다. 부족한 보육사들의 일손에도 불구하고, 가끔 들리는 울음소리를 제외하곤 칭얼거림이 많지 않다. 생후 10일부터 인수돼 오는 이곳의 아이들은 평균 2~3개월 되는 영아들이 대부분이다.


동방사회복지회는 국내입양을 원칙으로 한다. 95퍼센트 이상 기부금으로 운영되는 이곳에는 인력 또한 최소 인원을 제외하곤 자원봉사자로 충원된다. 입양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많이 개선돼 자원봉사자들도 줄을 서고, 입양을 원하는 부모들의 상담도 늘고 있지만 최근엔 국내입양아 수가 줄고 있다.

한국전쟁 직후부터 현재까지, 해외로 입양된 한국 아이들은 16만명이 넘는다. 해외입양아 수는 2008년에는 1200명에 달하기도 했지만, 2013년 200여 명으로 줄어드는 등 감소 추세였다가 지난해 다시 500여 명으로 수가 늘었다. 


국내입양이 다시 줄어든 이유 중 하나가 지난 2012년 생겨난 입양특례법이라는 지적이 있다. 입양특례법에 의하면 미혼모가 아이를 입양시키려면 법원 허가를 받아야 한다. 법원 허가를 받기 위해선 입양 전 출생신고를 해야 하는데 친부모들이 신분노출을 꺼려 입양 자체를 포기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룬 지금도 여전히 매년 수백 명에 달하는 한국의 아동들이 고국에서 자라지 못하고 외국으로 입양돼 한국을 떠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입양의 형태와 방법도 외국과 한국은 차이가 많다. 아프거나 장애가 있는 아이들은 우리의 현실에선 국내입양이 전무해 대부분 해외로 입양된다. 해외의 경우는 아이의 행복을 우선하지만 아직 국내입양 부모들은 본인들에게 초점을 맞춘다. 입양의 방법도 해외의 경우엔 100퍼센트 공개입양 방식이지만 우리는 공개입양이 극소수이다. 공개입양은 아동의 자아정체성 형성 및 알 권리를 보호하는 장점이 있다. 공개입양을 지지하는 부모들은 아동 본인이 어디에서 왔으며 어떻게 성장했는지 알 권리를 존중해 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동방사회복지회 입양사업부 김혜경 부장은 “국내입양이 활성화되기 위해선 입양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없애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입양 역시 출산처럼 가족을 형성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날이 오길 바란다”며 “자녀가 없는 가정에서만 입양을 하는 것이라는 기존의 틀을 넘어서는 생각을 갖는 분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보호가 필요한 아동을 ‘가정’의 품으로 끌어안음으로써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을 건강하고 바르게 키우겠다는 접근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동방사회복지회의 영아일시보호소 아기침대는 총 40개. 현재는 30여개의 침대가 차 있다. 새근새근 자고 있는 아기들의 새로운 꿈을 위해 이곳의 아기침대가 사랑의 손길로 모두 비워지는 날이 오길 기원해 본다.

글·사진=안훈 기자/rosedal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