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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대 특정없는“아이 씨X !”은 모욕죄일까?
1, 2심 재판부는 유죄판결
대법은 “모욕에 해당하지 않는다”
판단잣대는 피해자 특정여부
비언어적 행동도 상황따라 유죄


대법원은 모욕죄에서 말하는 모욕의 의미를 ‘사실을 적시하지 않고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 만한 추상적 판단이나 경멸적 감정을 표현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그 해석이 명확하지 않고, 포괄적이다보니 모욕죄 관련 고소 건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

대검찰청이 지난해 4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4년 모욕사범은 2200여명에 머물렀지만 2011년을 기점으로 1만명을 넘겼다. 2014년엔 그 숫자가 2만7900여명에 달해 10년 사이 12.5배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모욕죄로 접수된 사건의 성격과 종류도 다양하다. 우선 개인 간 말다툼을 하다 내뱉은 욕설이나 비하의 표현을 모욕으로 느끼고 고소한 경우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같은 욕설이더라도 재판부의 판단이 종종 엇갈릴 때가 있다.

거리에서 다른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찰에게 “아이 씨X!”이라고 욕한 이모(45) 씨는 1,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대법원은 14일 “모욕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 취지로 사건을 돌려보냈다. 이씨의 욕설이 직접적으로 상대를 특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모욕적 언사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반면, 노상에서 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찰에게 “씨XX 병X, 니가 경찰이냐 새끼야 이 또라이 같은 놈들”이라고 욕설을 한 강모(67) 씨는 1심에서 벌금 30만원을 선고받았다. 강씨의 발언에서 욕설의 대상이 누군지 명확히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처럼 피해자가 특정됐는지 여부는 모욕죄 성립에 주요 요건 중 하나다.

반드시 직접 얼굴을 보고 내뱉은 발언만 모욕죄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신문광고나 기사, 현수막, 이메일 등 텍스트를 보고 모욕감을 느낀 당사자가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배우 배용준 씨를 향해 많은 사람들이 통행하는 장소에 ‘배용준은 100억 피해 보상하라’, ‘돈에 미친 배용준’ 등의 문구가 담긴 현수막을 설치한 이들이 지난해 9월 모욕죄로 벌금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사람이 아닌 특정 단체를 향해 모욕적인 발언을 한 경우에도 죄가 인정되고 있다.

2013년 모 교회 장로들의 기도모임을 겨냥해 ‘종북좌파 사탄마귀 세력’이라고 지칭한 광고를 신문에 게재한 김모(69) 목사가 모욕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집단을 향한 모욕의 내용이 개별 구성원들에까지 영향을 미칠 만큼 강도가 높다면 모욕죄가 성립된다고 보고 있다. 1, 2심 재판부는 김 목사가 누구나 볼 수 있는 신문에 광고를 하고, 피해자들의 사회적 평가를 깎아내릴 만큼 경멸적 감정을 표현했다고 보고 벌금 70만원을 선고했다.

최근엔 말이나 텍스트가 아닌 비언어적 행동도 모욕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와 사회적 관심이 쏠렸다.

2014년 서울의 한 교회에서 교인 김모 씨는 자신에 대해 헛소문을 퍼트린다며 예배실 안에 있던 전모 씨에게 다가가 눈을 부릅뜨고 주먹을 쥐고 흔들었다. 모욕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 대해 1심과 항소심은 모두 유죄로 봤다. 법원은 당시 김씨의 행동이 다른 사람들 앞에서 전씨에 대한 경멸감을 표현한 것이어서 전씨의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릴 우려가 있었다며 벌금 30만원을 선고했다. 

김현일 기자/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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