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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대통령 담화 및 회견]99분의 기록…‘긴장, 인사, 위트, 한숨, 소통’
[헤럴드경제=최상현 기자] 13일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발표 및 기자회견’은 새해 벽두 안보 경제 위기의 비상 상황에서 열렸다.

결연한 의지를 담아 담화문을 읽어내려간 박 대통령은 이어진 기자회견 때는 재치와 위트를 섞어가며 자칫 딱딱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이끌었다. 


청와대 춘추관 2층에서 열린 대국민담화 발표는 이날 오전 10시30분부터 11시1분까지 31분 동안 진행됐다. 이어진 질문 응답은 오후 12시9분까지 1시간 8분 동안 이어졌다.

박 대통령은 현 상황을 ‘비상상황’이라고 규정하고 큰 표정 변화나 손짓 없이 차분하게 담화문을 읽어 나갔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목소리톤에는 결연한 의지가 묻어났다.

북핵 문제에 대한 강력한 대응 의지를 밝히고 ‘테러방지법’ 통과 필요성을 호소할 때는 한 글자씩 또박또박 읽어 나가면서 긴장감이 높아졌다.

어려운 경제 상황을 강조하면서 경제 활성화 관련 법안들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할 때도 비장한 결의가 엿보였다.

노동개혁과 관련해서 박 대통령은 ‘절박한 과제’, ‘경고음’ 같은 표현을 사용했다.

특히 한국노총의 노사정합의 파기에 대해 “국민과의 약속은 일방적으로 파기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하는 대목에서는 눈에 띄게 목소리가 높아졌다.

국가와 가족을 위해 고통을 감내했던 파독 광부, 간호사, 중동 근로자 등을 언급하는 대목에서는 목소리가 잠시 떨리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특히 “과거 우리 선배들이 희생을 각오하면서 조국과 가족을 위해 보여주었던 애국심을 이제 우리가 조금이라도 나누고 서로 양보해서 이 나라를 위기에서 구할 수 있도록 협조해 주시기를 정말 간곡히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한 뒤에 한 발 뒤로 물러서 두 손을 모으고 고개 숙여 인사를 했다.

기자회견 때는 농담을 섞어가며 편안하게 이끌었다.

경제활성화 주요 법안이 줄줄이 좌초해 있다며 묘안을 묻는 질문에 박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답을 안 하시겠지만 질문을 수십 개 받았으니까 저도 한 개 정도는 질문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통령과 행정부가 더 이상 어떻게 해야겠느냐 질문 드리고 싶은 심정”이라며 역질문을 하기도 했다. 또 기자들이 한 번에 여러개의 질문을 하자 “제가 머리가 좋아서 기억을 하지, 머리 나쁘면 기억도 못해요”라고 말해 참석자들이 웃음을 터트리기도 했다.
법안 처리와 관련해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재차 촉구할 의향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을 받자 “지금 직권상정 밖에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한숨을 쉬었고, 지역 규제완화에 관한 질문에 대해서도 “규제 프리존 특별법을 만들어서”라고 말하다 “어휴…”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며 “지금 같은 국회에서 어느 세월에 되겠나”며 답답한 심경을 드러냈다.

박 대통령은 이날도 결연한 의지를 표현할 때 즐겨 입는 붉은색 재킷을 입고 회견장에 들어섰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신년기자회견 때와 하반기 국정 운영 담화 때도 붉은색 재킷을 입었다.

이날 대국민담화 및 기자회견에는 내외신 기자 114명이 참석했다.

청와대에서는 이병기 비서실장, 김관진 국가안보실장, 박흥렬 경호실장과 수석 비서진, 조태용 국가안보실 1차장 등이 배석했다.

황교안 국무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은 참석하지 않았다.

이날 행사장인 춘추관 2층 브리핑룸에는 ‘권위’를 탈피하고 ‘소통’을 확보하려는 청와대의 노력이 눈에 띄었다.

행사장 내 기자들의 좌석은 대통령을 중심으로 타원형으로 배치됐다. 대통령과 기자들 좌석 사이의 거리도 지난해에 비해 훨씬 가까워졌다. 지난해 3m에서 올해는 거리가 2m로 1m가 줄어들었다.

청와대는 또 기자회견장의 전경을 국민에게 상세하게 전달하기 위해 박 대통령이 취임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는 처음으로 레일카메라를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과의 거리가 30% 정도 가까워졌다“며 “자리 배치는 권위적인 모습을 탈피하고 소통을 늘리겠다는 박 대통령의 의지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sr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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