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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머니스토리] 중국발 글로벌 경제위기 올까…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 “괜찮아지겠지”, “이러다 큰 일 날라”

요즘 중국발 경제불안을 보는 시각이다. 굳이 나누자면 전자는 국내에서, 후자는 해외에서 좀 더 큰 목소리다. 작은 위험을 큰 위기로 과장(針小棒大)해서도 안되겠지만, 준비가 있어야 어려움에 대응할 수 있는(有備無患) 법이다.

요즘 중국의 행보를 보면 자꾸 지난 기억이 떠오른다.


1996년 12월 대한민국은 ‘선진국 클럽’이라 여겨지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다. 외환시장 등 그 동안 닫혀있던 우리 시장과 제도를 '글로벌 스탠다드'로 개방한 계기다. 그 뒤 1년도 지나지 않아 우리는 외환위기를 맞이한다.

2015년 12월 중국 위안화는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 기준화폐에 편입됐다. 지난 여름 증시 폭락 사태를 '초강력 통제'로 진압(?)한 중국이지만 금융시장등 개방을 약속하며 화답했다. 온 세계는 떠들석하게, 특히 국내에서 위안화의 기축통화 전망까지 내놓았다.

12일 중국은 홍콩의 역외환율시장에 대대적으로 개입했다. 역내 환율은 정부가 통제하지만, 역외환율시장은 자유거래다. 홍콩에 있는 위안화 자산은 1300억 달러로 중국 외환보유고 3조330억 달러와 비교하면 새발의 피(鳥足之血)다. '만만한(?)' 홍콩만 놓고 보면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진압이 충분히 통할 만 하다.

하지만 위안화 약세 전망은 홍콩 역외 환율시장에만 국한된 우려가 아니다. 중국기업들은 전반적인 공급과잉으로 가동률이 낮다. 벌이가 시원치 않아 빚부담만 높다. 공급과잉과 빚 문제에 대한 구조적인 해결 없이는 위안화 가치의 안정과 이에 따른 자본유출 진정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중국 외환보유고가 자금유출을 충분히 견딜 것이란 분석도 있다. 빠져나갈 돈이 단기투자 차익을 노린 핫머니 뿐이라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의 부자들도 위안화보다는 달러나 다른 해외자산을 선호하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의 ‘부패와의 전쟁’으로 해외로 경제기반을 옮기려는 움직임은 더욱 활발해지는 추세다.

13일에는 중국의 지난해 수출입 통계가 나왔다. 연간으로 전년대비 크게 줄었음에도 12월 수출이 예상보다 적게 줄었다는 소식에 아시아 증시가 오랜만에 일제히 급등했다. 그런데 12월 수치를 잘 보면 홍콩으로의 수출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11%나 급증했다. 블룸버그는 수출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조작했을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사실 중국 정부가 발표하는 경제지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짝퉁’ 취급을 받는 경우가 많다.

2008년 3월 미국의 투자은행 베어스턴스가 무너졌다. 시장은 화들짝 놀랐지만, 이내 괜찮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졌다. 비우량주택담보채권에 문제가 좀 있지만, 우량주택담보채권시장은 괜찮을 것이란 이유다. 그런데 석 달여 후부터 증시는 다시 가파르게 미끄러졌고, 9월 마침내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하면서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다.

요즘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있는 자산 가운데 정말 안전한 게 아니면 다 내다팔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도 사실은 중국의 수요가 당분간 살아나기 어렵다는 전망 아래 헤지펀드와 사모펀드 등 글로벌 큰 손들이 투자포지션을 정리한 결과로 봐야한다. 최근 국내에 달러예금이 급증한 것도 위험에 대비한 이들의 발빠른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어차피 중국 증시는 정부 손바닥이다. 환율시장도 일단은 외환보유고를 동원해 진압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강력하게 움직일수록 중국 경제의 민낯은 점점더 보기 어려울 수 있다. 뭔지 정확히 모를 때는 낙관하기 보다는 조심하는 게 낫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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