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궁금하면 질문] ‘덕선이 남편은요’…어디까지 드라마 ‘스포일러’일까?
[HOOC=이정아 기자] 후반에 접어든 ‘응답하라 1988’의 추측성 스포일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종영을 2회 남겨둔 12일 오전부터 SNS에선 ‘공군회관에서 류준열이 결혼식 촬영을 하고 있다’는 지라시가 돌기 시작했고 일부 취재진들이 현장을 직접 찾기까지 합니다. 기자들의 과도한 관심이 더해지면서 [단독] 응팔, 덕선 결혼식 촬영中(이데일리), [단독] 응팔 덕선 남편은? 현재 공군회관 결혼 신 촬영중(오마이뉴스), [단독] 응팔 결혼식 촬영 중…주인공은 덕선 아닌 보라(YTN PLUS) 기사들이 쏟아지기 시작했죠.


국회의원도 가세합니다. 이날 오후 1시30분께 김광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트위터 공식 계정에는 “지금 공군회관에서 응팔의 류준열이 결혼식을 올리고 있습니다. 상대가 누구인지는 리트윗수 1000이 넘으면 알려드릴게요”라는 글이 게재됐습니다. 의원실 관계자가 스포를 한다는 비난이 빗발치면서 해당 트윗이 결국 삭제됐지만 ‘도가 지나치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실이든, 사실이 아니든 확인되지 않은 스포성 글이 퍼지면 결국 피해를 보는 건 시청자이기 때문입니다. 드라마를 제대로 감상하기 위해서 시청자도 모를 권리가 있습니다.

최근 ‘응답하라 1988’ 연출을 맡은 신원호 tvN PD는 tvN 홍보 관계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기까지 했습니다. 용건은 이랬습니다.

“스포일러를 막아달라. 기자들에게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전달해달라.” 


드라마가 방송을 시작한 이후 좀처럼 외부와의 접촉을 하지 않았던 신 PD였던 만큼 전화를 받은 홍보 관계자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는 후문입니다. 급기야 tvN은 지난 8일 보도자료를 통해 “방송되지 않은 내용이 사전에 유출되는 것에 대해 법적 제재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기까지 하는데요. 현재 제작진은 내부 관계자들에게도 대본을 돌리지 않고 배우한테도 최소 할당량만 주고 끊어서 촬영을 진행해 결말 유출을 방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스포일러가 포함된 지라시나 기사에 대한 실제 법적 제재는 원칙적으로 어렵다는 게 중론입니다. 법무법인 세종의 임상혁 변호사는 “직접적으로 업무를 방해하거나,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보기 어렵고, 신체적ㆍ물리적ㆍ심리적 피해 정도를 입증하기도 어렵다”고 설명합니다. ‘어디까지가 스포일러다’라고 볼 수 있을 만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탓이죠.

차라리 사실과 다른 내용의 스포일러가 발설되면 업무방해죄가 성립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허위사실을 스포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그러니까 일반인이 촬영현장에서 직접 본 내용을 발설했고 이 내용이 실제 결말과 같다면 법적 처벌을 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법적 제재 카드를 꺼내 들은 ‘응답하라 1988’ 제작진마저도 “스포일러를 당해도 피해자가 피해 정도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기 어려워 처벌이 가능할 것 같지는 않다”는 입장입니다. 단, 내부 관계자는 비밀유지 의무가 있기 때문에 제작진이 구체적인 촬영 내용을 발설하면 민사소송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습니다.

‘스포-일(Spoil)’은 ‘망치다’라는 의미입니다. ‘남편 찾기’ 코드가 적용됐던 전 시즌 ‘응답하라 1994’도 어느 정도의 추측이나 스포일러는 있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물론 이는 18회 현재 무려 18%(닐슨코리아)에 육박하는 ‘응답하라 시리즈’의 높아진 시청률과 시청률보다 한 뼘 더 높은 대중의 지대한 관심을 고스란히 반영한 결과물인 것이죠. 하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등장하는 스포일러에 왜 기자는 피로감만 더해지는 걸까요? 끝나지 않는 스포일러와의 전쟁.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dsu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