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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저유가 저주’ 현실로…]부도위험 신흥 산유국·치솟는 물가…지구촌‘디플레 공포’엄습
국제유가 ‘10弗시대 도래’ 전망속
선진국 CPI상승률도 1.4% 불과


배럴당 20달러선까지 주저앉은 저유가가 세계경제에 재앙이 되고 있다. 


저유가는 물가를 끌어내려 세계경제에는 디플레이션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기름값으로 곳간을 채웠던 신흥 산유국들은 돈이 바닥나면서 물가가 200%까지 치솟는 등 심각한 인플레이션 늪에 빠져 있다. 신흥 산유국들의 부도 위기는 결국 수출 수요 감소로 이어져 세계경제 성장에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저유가의 저주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2014년 6월 배럴당 108달러까지 치솟았던 WTI(서부텍사스산원유) 가격은 12일(현지시간) 현재 30달러선이다. 심지어 2003년 12월 이후 처음으로 장중 한 때 30달러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국제유가는 지난해에만 70% 떨어졌으며, 올 들어서도 19% 가량 내려 앉았다.

특히 투자자들은 여전히 국제유가가 향후 더 떨어질 것에 베팅을 하고 있다. 중국의 경기 둔화 우려, 위안화 가치절하, 달러강세, 공급과잉 등 국제유가의 날개없는 추락을 부추기는 구조적 요인들이 상당기간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서다. 국제유가가 10달러 시대를 맞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턱없이 낮아진 기름값에 좋아할 사람은 자가 운전자들 뿐이 없다. 미국의 경우 휘발유 소비자가격은 18개월전만 해도 리터당 3.68% 달러에 달하던 것이 이번주 들어선 평균 1.97 달러까지 떨어졌다. 기름값이 우유값 보다 더 싸졌으니 기름값 걱정을 할 필요가 없어졌다.

하지만 저유가는 경제 전체를 보면 축복이라기 보다는 재앙에 가깝다.

우선 유가는 물가를 끌어 내린다. 가뜩이나 물가가 안올라 걱정이라는 세계경제엔 이만한 악재도 없는 셈이다. 사실상 디플레이션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는 경고가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국제유가는 연료와 에너지 가격에 즉각 반영된다. 생산자와 소비자 물가 지수를 동시에 끌어 내린다는 얘기다. 또 에너지 가격 등이 싸지면 생산, 운송 등 다른 비용도 감소해 다양한 재화와 서비스 가격의 동반 하락을 불러온다.

무엇보다 기름값이 떨어져 소비여력이 늘었다고 해서 소비가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들은 추가 물가하락을 기대해 씀씀이를 줄인다. 비용이 줄은 기업도 마찬가지다. 경기둔화 우려감에 오히려 투자를 축소하고 나선다.

특히 자산은 없고 부채만 많은 가구의 경우 디플레이션에 취약하다. 디플레이션이 지속되면 부채의 실제 가치가 높아지고 빚을 갚기가 더 어려워진다.

저유가로 인한 디플레이션은 이미 세계 경제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실제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달 말 낸 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2012년 이후 선진국을 중심으로 낮아졌다. 국제통화기금(IMF) 집계 결과, 2013년과 2014년 선진국의 CPI 상승률은 1.4%에 불과하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의 지난해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보다 0.1% 상승하는데 그쳤다. 영국의 작년 CPI 연간 상승률은 CPI를 집계한 이후 27년만에 사상 처음으로 0%거나 이에 가까울 것으로 전망된다. 저유가 때문이다. 

한석희 기자/hanimo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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