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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참사’ 단원고 생존자, 그들도 피해자입니다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세월호 사건이라는 겨울이 찾아와 혼란스런 병원생활, 새로운 환경의 연수원, 다시 돌아온 학교 그리고 수많은 시선은 모두에게 힘겨운 여정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학창시절은 헛되지 않았다는 점을 잊지맙시다. 차마 표현할 수 없는 고난과 역경을 겪었고 극복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지난 12일 경기 안산 단원고에서 열린 졸업식에서 졸업생 대표가 남긴 답사다. 이 한 마디에는 지난 2년전 세월호 참사에서 살아 남았다는 이유만으로, 희생된 친구들에게 미안해하며 지금까지 살아온 총 86명의 단원고 3학년 학생들이 남긴 스스로에 대한 위로이자 미래에 대한 다짐이 응축돼 있다.

하지만, 이들의 졸업식은 지난 12년간의 학생 신분을 벗고 한 단계 도약하는 통과의례로만 여길 수 없는 무거운 분위기가 내내 감돌았다. 지난 사고에서 희생된 250명의 학생들을 잊지 않기 위해 희생 학생수에 맞춰 마련된 250송이의 장미가 전달될 때는 곳곳에서 고개를 숙이고 흐느끼는 학생ㆍ학부모들도 보였다. 한 졸업생은 “같이 졸업하지 못한 친구들을 위해서라도 앞으로 더 열심히 살겠다”고 했다.

사실 지금껏 생존 학생들은 희생자에 대한 지원이나 세월호 참사 원인 규명, 책임공방 등에 가려 후순위로 밀렸다. 최근에는 마치 자격 미달자가 특혜를 받는 것처럼 묘사된 2016학년도 대입 수시전형 ‘단원고 특별전형’ 논란으로 상처받기도 했다.

‘세월호 참사’ 단원고 희생자 학생 책상에 놓여진 국화. 유가족 측은 졸업식 날인 12일 안산합동분향소에서 추모식을 열고 합동분향 후 단원고까지 걸어갔다. 이들은 교실의 영구보존을 희망한다. 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이들 생존 학생들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참사 후 형성된 각종 트라우마로부터 구해주는 일이다. 생존자 가족대책위원회 대표인 오지연(46) 씨는 “참사 2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도 약을 먹지 않고는 밤잠을 설치는 학생들이 많다”며 “여전히 세상에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는 학생들도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현재 단원고가 위치한 안산에는 지난 2014년 5월부터 세월호 생존자 및 희생자 가족들의 정신건강을 위해 안산정신건강트라우마센터(안산온마음센터)가 운영 중이다. 이 같은 기관을 통해 생존 학생들이 졸업 후에도 정신적 상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다. 또 단원고 졸업생만이란 이유만으로 이들에게 남겨진 사회적 편견이 사라지길 기대해 본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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