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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머리는 폼으로 달고 다니냐”…“아빠는 인격 모독 때문에 자살했다”
-투신한 서울시 공무원 딸 온라인 커뮤니티에 장문의 글 남겨
-“박시장은 아무 쓸데 없는 표창만 던져 놓고 인사치레”
-퇴직금 외 보상금 없을듯…산하기관 ‘퍼주기’ 보상과 역차별
-서울시 “수사결과 나오면 규정에 따라 보상할 것”



[헤럴드경제=이진용ㆍ강문규 기자] 지난달 크리스마스를 전후해 서울시 본청 공무원이 나흘 새 2명이나 서소문청사 별관에서 몸을 던져 사망했다. 경직된 조직문화와 승진 등 무한경쟁으로 인한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가 직원들을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모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서울시는 퇴직금 이외에 별도 보상대책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24일 숨진 A 씨는 10년 이상 재무과에 근무해오다 지난해 7월 대기관리과로 발령받았다. 유족들은 자리를 옮긴뒤 엄청난 스트레스로 고통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나흘 뒤 투신한 이모 씨(40)는 올해 1월 입사한 신입직원으로 재무과에서 근무하며 서울시 전 직원의 급여 업무를 담당해오다 과중한 업무로 스트레스가 심해 최근 계약 업무로 보직 변경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딸이라고 밝힌 한 네티즌은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에 지난달 28일 ‘저희 아버지가 자살을 하셨고 뒤이어 오늘 다른 분이 자살하셨습니다’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남기며 억울해 했다. 서울시도 이같은 유족 측이 커뮤니티 글에 대해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글에 따르면 A씨가 새 부서에 배치되면서 과도한 업무와 13살이나 어린 상사로부터 인격 모독을 지속적으로 받아 힘들어 했다. 이는 A씨 장례식장에 온 직장동료로부터 전해들은 이야기라고 알렸다. 그는 “아버지가 숨진 그날도 저녁식사도 하지 못한 채 밤 11시 30분까지 폭언에 시달리다 사무실 비상계단에서 투신했다”고 적었다.



그는 “아버지는 13살이나 어린 상사의 폭언으로 굉장히 괴로워했다고 한다”며 “사사건건 트집을 잡아 야단 치거나 심지어 ‘머리는 폼으로 달고 다니냐’는 등 인격적인 모독을 당했다”고 전했다.

이어 “(박원순)시장님이 장례식장에 와서 어디 쓸데도 없는 이상한 표창 하나 던져주고 사건을 위해 노력한다는 등의 인사치레를 하고 갔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아버지의 죽음으로 무슨 보상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며 “그냥 자살이 아닌 결국 서울시가 만들어낸 타살임을 끝까지 주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딸은 또 아빠가 투신하기 1개월 전, 지난해 11월 초에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린 자신의 글을 링크했다. 그는 “아버지가 부서를 옮기고 5개월 만에 몸무게가 8kg 이상이 빠졌다”,“부쩍 말이 없어졌다”며 당시 아버지의 고통을 전했다. 이어 “아버지가 부서이전 전에는 없던 중년우울증과 알코올 의존증이 심각해졌다”며 “(술 때문에) 매주 응급실에 실려가거나 파출소에 끌려가 연락이 온다”고 걱정하기도 했다.

유가족이 억울해하는 등 상황이 이런데도 서울시는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서울시 관계자는 “아직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오지 않아 별다른 보상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며 “수사결과에 따라 단체보험에서 나오는 사망보험금이 지급될 예정이다”고 전했다.

그러나 공무원 보상규정에 따르면 서울시는 본인 사망시 경조사비로 평균 보수월액 1.95배만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유가족을 위한 별도의 사망위로금은 없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서울시 직원들은 허탈해 하고 있다. 일부는 “군대에서도 자살로 사망한 병사의 유족에게 지급되는 사망위로금이 1500만원으로 알고 있다”며 “군대와 다르기는 하지만 직원이 사망했는데 위로금이 없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며 주장했다. 또 과거 산하기관 노조원의 자살과 비교하면 역차별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2013년 서울도시철도공사에서 기관사들이 잇달아 자살했다. 당시에는 박원순 시장이 유족 측의 요구안을 100% 수용하라고 해 목숨값이 다른 것이냐는 형평성 논란도 일고 있다. 당시 도시철도공사 전동차 기관사 3명의 유가족들에겐 산재 판정이 나오기도 전에 ▷산재인정 ▷특별위로금 5000만원 ▷자살자 부인 공사 취업 ▷자녀 학자금 지원 등 8개 조항을 모두 들어줬다. 유가족들과 노조는 ‘1인 승무제’와 ‘잦은 승무 빈도’ 등으로 우울증이 생겨 기관사가 자살했다는 유가족의 주장을 그대로 수용한 바 있다.

한편 연이은 서울시 공무원 투신 사건을 조사한 남대문경찰서는 “유서가 발견되지 않아 동료, 노조, 상급자 등을 조사했지만 특별한 자살 동기 찾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어 “다만 이 씨의 경우는 조울증이 경향을 보인 것으로 파악된다”며 “A 씨는 상사인 팀장의 막말로 힘들어했다는 정황이 있지만 이와 관련 자살 동기로 추측되는 추가 증언은 없었다”고 밝혔다. 


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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