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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단한 서울살이①] 위기의 젊은 엄마…여성 자살률 30대 가장 높아
- ‘2015 서울시 성인지 통계’…2013년 서울시민 2560명 자살
-“육아 등 스트레스가 우울증으로…여성 자살 35~39세 최다
-남성은 50~54세 경제난으로 10만명당 55.4명 극단적 선택



[헤럴드경제=강문규 기자] #. 30대 여성 김 모씨는 결혼 4년만인 지난해 가을 아들을 출산했다. 결혼 직후부터 기다려온 2세였지만 막상 아이를 낳고 24시간을 육아에 매달리는 박 씨는 우울한 기분에 시달렸다. 산후조리원에서 2주를 보낸 후 하루종일 혼자 돌봐야하는 초보 엄마는 아이가 울기만 해도 전전긍긍이다. 갓난아이를 어떻게 돌봐야 할지 막막한 상황에서 ‘엄마 노릇’을 한다고 생각하니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다. 남편은 직장생활을 핑계로 야근에 술자리까지 항상 바빴다. 식당을 운영하는 친정 엄마는 얼굴도 보기 힘들다. 잠도 자지 않고 울어대는 아이에게 괜히 큰 소리를 지르며 윽박지르기도 한다. 오늘도 아이를 겨우 재운 후 박 씨는 자신도 모르게 흐르는 눈물에 깜짝 놀랐다. 이런 게 산후우울증인 것 같지만 도움을 청할 곳이 없다.


서울 여성은 육아기인 35~39세에 자살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출산한 여성 상당수가 겪는다는 산후우울증이 늘고 있는 가운데 엄마가 된 여성들의 극단적인 선택을 부르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출산을 장려하고 있지만, 정작 여성들의 출산 전후 정신건강을 지원할 정책 마련에는 무관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12일 서울시여성가족재단이 발간한 ‘2015 서울시 성인지 통계’에 따르면 2013년 서울시민 2560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여성은 육아기인 30대 자살률이 높았다. 특히 35~39세 자살률(인구 10만명당 자살자 수)은 18.8명으로 최고를 기록했고 30~34세는 18.3명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 나잇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서울 여성은 여성평균 15.7명보다 3명이나 많았다.


서울 여성 10만 명당 자살 사망자의 수는 25~29세 18.7명, 30~34세 18.3명, 35~39세 18.8명을 정점으로 점차 감소하는 양상을 보인다. 서울시여성가족재단 관계자는 “양육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우울증으로 발전되면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통계에 따르면 2013년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 남성은 1764명으로 나타나 2009년 1631명보다 133명 늘었다. 같은 기간 여성 자살 사망자수는 235명 줄어든 796명(2009년 1031명)으로 조사되면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서울시민 50~54세 남성 자살률이 55.4명으로 같은 나잇대 여성 16.8명과 비교해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이상 중 자살률이 가장 낮은 20~24세 여성(11.2명)의 5배에 달하는 수치다. 최근 경기침체와 자영업 몰락 등과 맞물려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50대 남성이 더 늘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나이가 들면서 자녀도 다 키우고 은퇴를 하면 홀가분해져야 마땅한데 어쩐 일인지 남성 가장들은 갈수록 더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남성 자살률은 나이가 들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남성 20~24세에서 22.6명의 자살률이 30대 후반(35~39세)에 접어들면서 35.8명, 45~49세가 되면 46.5명으로 껑충 뛰었다.

재단 관계자는 “남성 은퇴시기와 맞물린 50대에는 인구 10만명당 55명이 넘는 자살자 수를 보이고 있다”며 “자살률은 외환·금융위기가 발생한 1997년 이후 급격하게 상승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남성 자살률이 여성보다 월등하게 높은 원인을 인구고령화, 도시화와 인터넷의 보급 등이 원인”이라며 “한국과 동일한 경제위기를 겪은 중남미 3개국 남성의 자살률 원인을 실증분석한의 연구(김종섭 2008년)에서는 경기변동, 소득불평등이 남성의 자살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재단에 따르면 여성이 자살생각이나 시도가 더욱 많지만 실제 자살로 인한 사망은 오히려 남성에서 높았다. 이는 남성이 여성에 비해 충동적이고 실업, 은퇴, 사별, 질병 등에 심리적으로 더 크게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 남성은 목숨을 끊기 위해 확실한 방법을 사용해 자살 성공률이 더 높다고 설명했다.

mkk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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