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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음악 플랫폼에 1조9000억 베팅한 ‘김범수’ 의도는
-음악 ‘소장’ 시대 저물고,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 ‘대세’
-글로벌 IT 기업들, 음원스트리밍 거액 투자 ‘불꽃경쟁’
-멜론+카카오, ‘콘텐츠 플랫폼 사업’ ‘글로벌 진출’



[헤럴드경제=슈퍼리치팀 민상식ㆍ윤현종 기자] 정보기술(IT)ㆍ벤처업계 인수합병(M&A) 시장에서 ‘큰손’으로 주목받는 김범수(49)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통 큰’ 베팅을 했다. 카카오는 지난 11일 국내 최대 음원서비스 ‘멜론’을 서비스하는 업체인 ‘로엔엔터테인먼트’(이하 로엔)의 지분 76.4%를 1조8743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이는 카카오의 지난해 M&A 10여건(스타트업 인수 포함)에 들인 자금 약 1600억원에 비해 11배 이상 많은 금액이다.
카카오가 국내 1위 음악 사이트 ‘멜론’을 인수하기로 한 것은 미래 성장동력 중 하나인 ‘콘텐츠 플랫폼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또 음악 콘텐츠와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의 시너지 효과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이유도 있다.

김범수(49) 카카오 이사회 의장

실제 글로벌 IT 기업들은 일찌감치 음악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공격적인 M&A를 벌여 왔다. 음악을 ‘소장’하던 시대가 저물고, 월정액 요금을 내면 원하는 음악을 무제한 듣는 스트리밍 서비스가 대세로 자리잡았기 때문이다. 

애플은 2014년 음악서비스업체 ‘비츠(Beats) 뮤직’을 30억 달러(한화 약 3조6000억원)에 인수한데 이어 지난해 6월 자체 음악서비스 ‘아이튠스 라디오’를 결합한 ‘애플뮤직’을 선보였다. 구글도 같은해 맞춤형 음악서비스 제공업체 ‘송자(Songza)’를 인수했다.

카카오 역시 현재 자체 음악서비스인 ‘카카오 뮤직’을 운영하고 있으나, 이번에 아예 국내 1위 서비스를 사들여 음악 콘텐츠를 강화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카카오가 미래 플랫폼 사업을 위해 투자한 O2O(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계)ㆍ핀테크(금융+IT) 분야 스타트업과 달리, 로엔은 당장 카카오 플랫폼 인프라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1978년 설립한 음반 유통업체 ‘서울음반’으로 시작한 로엔은 2005년 SK텔레콤이 지분 60%를 매입해 SK그룹 계열사로 편입돼 2008년 온라인 음원 서비스인 ‘멜론’을 인수했다. 멜론은 1위 이동통신업체 SK텔레콤의 전폭적인 지원 덕에 모바일 음원 시장에서 2800만명에 달하는 가입자를 확보했다.

2013년 SK텔레콤이 로엔의 지분을 ‘스타인베스트홀딩스’(SIH)에 매각하며 계열 분리된 로엔은 지난해 3분기 누적 매출 2575억원, 영업이익 454억원을 기록했다. 전체 매출의 80% 정도가 음원 플랫폼인 멜론에서 나온다.

KY탕(왼쪽) 어피니티에퀴티파트너스 회장과 박영택 어피니티 부회장

▶2년만에 1조2000억 ‘대박’ 어피니티=이번 인수로 대박을 낸 곳은 홍콩계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어피니티에퀴티파트너스’(Affinity Equity Partners, 이하 어피니티)다. 어피니티는 과거 하이마트(2005년), 더페이스샵(2005년) 등 국내 기업 지분을 사고팔아서 고수익을 올린 사모 펀드 운용사로 유명하다.

이번 거래로 어피니티는 로엔에 2000억원의 자본을 투자해, 1조2000억원 가량의 투자 차익을 기대할 상황이다.
어피니티는 2013년 9월과 11월 SIH라는 특수목적법인(SPC)을 통해 로엔엔터 지분 61.4%를 총 2972억원에 인수했다. 인수 자금 가운데 2022억원은 펀드에서 출자했고, 950억원은 금융권에서 차입했다.

이번 인수에서 어피니티가 카카오에 매각하는 지분은 61.4%로 1조5063억원 규모다. 단순 계산해 매각가는 인수가의 5배에 달하고, 투자 자본 기준으로는 7배 정도다.
이 가운데 어피니티는 9000억원을 현금으로 받고, 나머지 6063억원은 현물출자로 카카오 신주를 받기로 했다.

카카오는 로엔 지분 매입을 위한 자금 확보를 위해 SIH 등을 대상으로 7544억원 규모의 3자배정 유상증자를 진행한다. SIH는 6063억원을 출자해 카카오 신주 555만5972주를 인수한다. 이번 거래가 완료되면 어피니티는 카카오 지분 8.30%를 확보해 3대 주주가 된다. 

어피니티는 스위스계 UBS 금융그룹 산하 UBS캐피탈아시아퍼시픽이 독립한 회사다.
중국계 말레이시아인 ‘KY탕’(TANG Kok-Yew) 회장이 삼성전자 샐러리맨 출신인 박영택 어피니티 부회장과 함께 운용사 독립을 이끌며, 2002년 공동으로 어피니티를 세웠다.

KY탕 회장은 옛 체이스맨하탄 뱅커로 커리어를 시작해 17년간 일한 후 지역 회사를 거쳐 1999년부터 UBS캐피탈에서 일했다.
박영택 부회장은 삼성전자에서 19년간 일하다 2000년 UBS캐피탈에 합류하면서 PEF 업계에 발을 들였다. 박 부회장은 금융 전문가로 삼성전자에서 호주와 북미 법인의 재무를 담당했고, 퇴사 직전에는 서울 본사의 국제 IR팀 책임자를 경험했다. 박 부회장은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와튼 스쿨에서 경영학석사(MBA)를 받았다. 

임지훈(36) 카카오 대표

▶카카오 공격적 M&A 목적은=카카오가 거액을 들여 로엔을 인수한 것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카카오는 O2O와 핀테크 등 미래 플랫폼 사업을 위해 최근까지 공격적인 M&A 행보를 이어왔기 때문이다.
 
이번 인수는 카카오가 연달아 진행해온 인수합병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카카오의 공격적인 M&A를 주도한 이는 카카오 최대주주인 김범수 의장이다. 로엔 인수 후 김 의장의 카카오 지분은 20.9%에서 18.8%로 낮아진다. 현재 김 의장의 보유 상장주식 가치는 약 1조4095억원(지난달 18일 기준)으로 평가된다.

큰 그림을 그릴 뿐 경영 전면에는 나서지 않는 김 의장은 지난해 카카오의 투자전문 자회사 ‘케이벤처그룹’을 통해 스타트업에 활발히 투자해 왔다.
중고 디지털기기 거래 업체 ‘셀잇’(지난해 5월), 사물인터넷(IoT) 분야 ‘탱그램디자인 연구소’(지난해 6월), 자동차 외장수리 견적 업체 ‘카닥’ㆍ모바일 게임 유통업체 ‘엔진’(지난해 8월) 등이 케이벤처그룹이 최근 사들인 스타트업이다.

카카오 역시 지난해 1월 유치원과 어린이집 스마트 알림장 서비스를 제공하는 ‘키즈노트’를 인수한 이후 지난해 2월 ‘지하철 내비게이션’을 손에 넣었다. 지난해 3월에는 김범수 의장이 세운 ‘케이큐브벤처스’를 55억5000만원에 매입했다. 

지난해 5월에는 내비게이션 앱 ‘김기사’의 운영 업체인 록앤올 지분 100%를 642억원에 사들여 O2O 서비스 강화에도 나섰다.
같은 시기 글로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패스(Path)도 인수했다. 패스를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글로벌 메신저로 키우는 등 해외 사업 진출에도 시동을 걸었다.

김 의장은 특히 지난해 9월 벤처캐피털 업계의 유명 투자전문가인 임지훈(36) 전 케이큐브벤처스 대표를 카카오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해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M&A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섰다.

지난해 10월 카카오는 케이벤처그룹을 통해 뷰티샵 솔루션 1위 업체 ‘하시스’의 지분 51%와 농업벤처기업 ‘만나CEA’ 지분 33%를 확보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카카오페이지 공동 운영 회사 포도트리를 자회사로 인수해 유료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을 마련했다.
 
이번 로엔 인수는 임 대표가 CEO에 오른 뒤 이뤄진 첫 번째 대형 M&A로, 향후 카카오의 O2O 서비스 강화에 상당한 탄력이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스포티파이 창업자 다니엘 엑

▶글로벌 음악스트리밍 장악한 ‘스포티파이’=글로벌 음악 스트리밍 시장은 스포티파이(Spotify)가 선두를 차지한 가운데 애플이 빠른 속도로 추격하고 있는 모양새다.
현재 전 세계 주요 스트리밍 기반 음악 서비스 업체로는 2008년 선보인 스포티파이와 판도라(Pandora), 디저(Deezer) 등이 있다.

이 업체들은 이미 수천만 명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하며 스트리밍 시장을 놓고 불꽃 튀는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 서비스는 모두 광고를 보거나 들으면 음악을 공짜로 들을 수 있다.

이 가운데 세계 음원 스트리밍 1위 업체는 스포티파이다.
스웨덴 출신 기업인 다니엘 엑(Daniel Ek)이 세운 스포티파이는 음악시장을 ‘대여’의 개념으로 바꾼 획기적 업체다. 스트리밍 방식을 세계적인 추세로 정착시키며 창업 8년 만에 음악 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

스포티파이는 지난 2006년 스웨덴에서 설립해 2008년 본격적인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했고 2011년 미국에 진출했다. 편리한 인터페이스와 추천 기능, 광고를 통한 무료 음악 제공 등으로 큰 인기를 얻었다.

대부분의 음원 스트리밍 업체 사용자들이 무료 가입자인 반면 스포티파이의 강점은 유료 고객이 많다는 점이다. 유료 이용자는 월 9.99달러에 광고 없이 음악을 바로 감상할 수 있다.

스포티파이의 현재 사용자 수는 7500만명에 이르며 그 가운데 유료 사용자는 2000만명에 달한다. 스포티파이는 유료 이용자들이 내는 구독료로만 연간 12억 달러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스포티파이의 기업가치는 85억 달러로 평가되며, 창업자 다니엘 엑의 자산은 4억 달러로 뛰었다.

애플은 스포티파이보다 7년이나 늦은 지난해 6월 ‘애플 뮤직’을 선보였다. 그러나 무서운 기세로 성장 중이다. 100개 이상의 국가에 이용가능한 ‘애플 뮤직’은 출시 6개월 만에 사용자가 1000만명을 넘어섰다.

애플뮤직의 출시는 그간 ‘아이튠즈’ 서비스를 통해 디지털 음원 다운로드 시대를 풍미한 애플의 전략이 스트리밍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애플뮤직은 애플의 아이튠스 스토어 추천 기반으로 이뤄지며, 애플은 이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2014년 비츠 뮤직을 30억 달러에 인수하기도 했다.

이런 글로벌 스트리밍 업체들과의 경쟁에도 아시아 시장은 ‘멜론’(한국), ‘라디코.jp’(일본), ‘QQ 뮤직’(중국) 등 현지 서비스가 더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전 세계 음악 스트리밍 앱 순위를 살펴봐도 지난해 3분기 기준 멜론은 전세계 아이폰ㆍ안드로이드폰 실사용자 기준 각각 10위와 7위를 기록했다.

이처럼 아시아 시장은 아직 세계적인 스트리밍 업체들이 진출하지 못했기 때문에,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카카오와 멜론의 결합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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