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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中 증시패닉에도 흔들리지 않는 1위부호 ‘문화황제’ 왕젠린의 비밀
  - 1988년 창업 이래 개인자산 38조원 규모 대륙 최대부호로 성장
- 중국 증시 폭락에도 보유기업 전망 ‘맑음’
- “기업가 기부행렬 선도할 것…자산 90% 자선사업 투입 약속”
- 부동산 회사를 문화산업 등 ‘종합 서비스기업’으로 키운 왕 회장 문답정리



왕젠린 완다그룹 창업주

[헤럴드경제 = 슈퍼리치팀 윤현종 기자ㆍ이연주 인턴기자] 새해 벽두부터 중국 증시가 출렁였다. 지난 4일ㆍ7일엔 주가가 폭락해 상장주식 시가총액 1483조 7207억원(8조2700억 위안)이 사라졌다. 그럼에도 불구, 현지 시장에 이름을 올린 몇몇 기업의 올해 전망은 썩 나쁘지 않은 편이다.

특히 대륙 부동산업계 선두주자로 알려진 완다(萬達)그룹이 그렇다. 게다가 이 회사 창업주 왕젠린(王健林ㆍ62)은 수년째 중국 대표부호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그런데 한국인 대부분은 왕젠린을 ‘부동산 재벌’로 알고 있다. 틀린 진단은 아니다. 하지만, 과연 그는 중국 사회주의시장경제 체제 혜택을 입어 운 좋게 재산을 불린 단순한 ‘땅부자’일까. 사람들이 인식하는 대지주 수준이라면 왕젠린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후 부동산가격 거품 논란이 끊이지 않는 중국에서 어떻게 5년 이상 최대부호 1ㆍ2위 자리를 다투는 간판주자가 된 것일까. 10문 10답 형식으로 그 비밀을 캐봤다.

▶Q1. 정체성부터 궁금하다. 세계는 왕젠린의 ‘완다’를 어떤 기업으로 보고 있나.

중국서 공식적으론 사용할 수 없는 구글에 영어로 ‘부동산개발업체 완다 차이나(real estate developer wanda china)’ 를 입력해봤다. 9일 현재 나온 결과는 48만4000개다. 검색엔진 특성 상 열쇠말 배열을 바꾸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그래서 ‘완다 차이나 부동산개발업체’라고 쳐봤다. 43만4000개가 나온다.

이번엔 ‘엔터테인먼트 완다 차이나(entertainment wanda china)’를 입력했다. 도출된 결과는 198만개다. ‘완다 엔터테인먼트 차이나’를 넣으면 관련정보 111만개가 나온다. 적게 잡아도 검색 결과 차이는 2.3배다.
단순히 뽑은 데이터만 봐도 해외에선 완다그룹을 부동산기업보단 엔터테인먼트에 주력하는 회사로 인식하고 있단 걸 알 수 있다. 

왕 회장은 지난해 4월 ‘중국 녹색기업 연차총회’에서 “(완다는) 2006년부터 부동산을 중심으로 하되 문화ㆍ관광 등 연계산업에 진출했다”고 밝혔다.
그의 개인자산 317억달러(38조241억원) 중 상장주식 포트폴리오(7일 기준)를 봐도 스스로 쥔 엔터테인먼트ㆍ영화기업 자산 가치가 부동산 관련회사보다 23%정도 높다. 

왕젠린 보유자산 구조

▶Q2. 중국 증시가 사실상 ‘패닉’에 빠졌다. 글로벌 분석가들은 왕 회장과 완다의 미래를 어떻게 보고 있나.

왕 회장은 새해 첫 주에만 개인자산 40억달러(4조8000억원)를 잃었다. 중국 선전(深玔)ㆍ미국 뉴욕ㆍ홍콩에 각각 상장된 자신의 기업가치가 크게 떨어져서다. 그러나 시장은 이들 회사의 ‘승승장구’를 전망했다. 그만큼 완다의 미래 가치를 밝게 보고 있단 방증이다.

우선 중국판 CGV로 불리는 ‘완다시네마라인’부터 보자.
WSJ는 8일(현지시각)종가 106위안(1만9017원)을 찍은 이 회사 주가가 향후 109∼135위안 수준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로이터와 WSJ가 자문을 구한 글로벌 애널리스트 24명 중 14명은 ‘매수’의견을 냈다. 7명은 시장보다 더 높은 주가상승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분석가들의 완다그룹 전망

왕 회장이 2012년 26억달러(3조1187억원)를 들여 인수해 1년 뒤 뉴욕증시에 상장한 AMC엔터테인먼트도 마찬가지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해 AMC주가 상승폭을 52∼79%로 예상했다. 분석가 32명가운데 19명이 매수의견을, 7명은 이 회사 가치가 시장 평균치를 넘을 것이라고 봤다.

종합부동산기업 완다상업자산의 미래도 상당히 밝다. FT 등이 예측한 올해 주가 상승폭은 79∼135%에 달한다. 8일 현재 애널리스트 28명 중 26명이 매수 또는 투자 확대의견을 내놨다.

▶Q3. 이같은 장및빛 예측 때문인진 몰라도, 왕 회장과 완다는 시장상황과 관계없이 진가(?)를 발휘하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 포브스는 새해 중국 증시가 첫 서킷브레이커(주가 급등ㆍ급락 시 매매를 일시 중단하는 제도)를 발동한 다음 날(5일) “왕젠린은 지난 1년 간 개인자산 123억달러(14조7500억원)를 불리며 중국 본토 억만장자 최초로 세계 부자순위 톱20에 포함됐다”고 평했다.

6일엔 완다의 ‘빅딜’뉴스가 전해졌다. 로이터와 FT 등은 “중국 최대부호 왕젠린이 거느린 완다그룹이 헐리우드 미디어기업 ‘레전더리엔터테인먼트(Legendary Entertainment)’ 인수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매입가격은 30억∼4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레전더리는 영화 ‘다크나이트’ㆍ‘퍼시픽림’ 등을 제작했다.

▶Q4. 왕젠린의 오늘을 있게 한 건 부동산사업이다. 그런데 그의 인생이력이 독특하다.

1954년 쓰촨(四川)성에서 태어난 그는 30대 중반까진 군인 신분이었다. 24세 때인 1978년부터 동북지방의 다롄(大連)육군학원(일종의 사관학교)소속이 됐다. 1980년대 중반 학교를 졸업한 왕젠린은 다시 육군관리학원 부처장 직을 맡는다. 

어린시절 왕젠린(오른쪽 사진,원안) [출처=잉상왕],군인시절 왕젠린[출처=텅쉰체육]

사실 그는 이 일을 계속 했다면 신분과 급여가 보장된 ‘철밥통’ 길을 갈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1년도 안 돼 직업을 바꾼다. 당시 일어난 창업 붐 영향으로 1988년 다롄에 ‘시강(西崗)주택개발공사’를 세웠다. 자본금 50만위안은 대출로 마련했다.
우여곡절 끝에 작은 사업 하나를 따내며 간신히 안착했다.

▶Q5. 완다의 부동산사업이 성공한 비결은 선점과 독점이었나

왕젠린은 혁신→선점→독점의 과정을 충실히 따라갔다.
창업 당시 회사 사정은 좋지 않았다. 국영기업들 텃세에 시달리며 1년 간 일거리조차 없었다.

34세 젊은 청년은 회사를 살리려 백방으로 노력했다. 공사비 융자를 받지 못해 은행을 50여차례나 들락거리기도 했다. 결국 그는 한 지역재개발사업을 수주한다. 당시 중국의 공동주택 대부분은 러시아 설계도를 모방하고 있었다. 그러나 왕젠린은 가족주의가 강한 중국인 특성에 맞는 주택단지를 설계하며 혁신을 꾀했다.
1989년 창업초기의 왕젠린(왼쪽 두번째 얼굴) [출처=바이두백과]

예상은 적중했다. 평균가격보다 50%가까이 비싸게 내놓은 집 1000여채가 모두 팔렸다. 재개발 사업에 성공한 ‘최초의 민간 부동산기업’이란 타이틀도 얻었다.
이후 그는 본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한다. 1992년 8월엔 회사 명패도 ‘다롄완다부동산그룹’으로 바꿨다.

1993년엔 남부 광저우(廣州)지역에 40만㎡ 규모 주택단지를 개발했다. 완다가 중국 민영부동산기업 중 최초로 전국구 사업을 영위하는 순간이었다.
왕 회장은 2012년 9월 미 하버드대 강연에서 “1997년부터 중국 전역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전국 28개 성(省)ㆍ시(市)ㆍ자치구 등 80여개 도시에 투자하는 회사가 됐다. 중국 부동산업계 최초이자 최대 규모였다”고 설명했다.

완다플라자 [출처 = 완다상업계획연구원]

왕젠린은 2000년부터 추진한 상업용부동산사업에도 같은 공식을 적용했다. 복합쇼핑몰ㆍ설계-시공-사업관리 일체화ㆍ안정적 임대수입을 위한 입점브랜드 관리 등은 모두 완다가 중국에서 최초로 추진한 전략이었다. 선점과 독점의 수단이었다.

▶Q 6. 완다의 부동산 ‘제국’ 규모는 어느정도인가

현재 왕 회장의 완다그룹은 중국 본토 내 9000여만㎡(90㎢)규모 땅을 갖고있다. 서울 서초구(약 47㎢)의 갑절수준이다.

완다의 ‘부동산제국’ 규모

이 땅 가운데 2000여만㎡엔 완다가 직접 짓고 운영하는 상업용 시설이 자리했다. 2006년 이 분야 중국 최대 업체가 된 완다는 2014년 현재 138개의 ‘완다플라자’를 거느리고 있다. 이들 상업용 시설의 연면적은 2150만㎡에 달한다.

왕 회장은 작년 4월 15일 선전증권거래소의 한 강연자리에서 “시설보유면적이 매년 500만㎡가량 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완다가 보유한 호텔 개장면적도 2013년 이후 최소 910만㎡로 집계됐다.
나머지 보유토지 7000여만㎡엔 판매용 건물을 지어 토지자산을 유동화 한다는 게 왕 회장의 복안이다.

▶Q 7. 하지만 완다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인터테인먼트 기업’으로 변신했다. 왜 문화산업을 선택했나

왕 회장은 “(문화산업 진출은) 결국 새 경쟁우위를 구축하기 위해서”라고 털어놓은 바 있다. 경쟁자가 따라올 수 없는 ‘해자’로 문화ㆍ관광산업을 활용하겠단 의지다.
그는 우선 문화사업을 이용해 창출하는 완다의 브랜드 영향력엔 ‘천장’이 없다고 설명했다. 잘 만든 콘텐츠 하나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친단 뜻이다.
또 하나는 높은 수익성이다. 실제 완다그룹은 2014년 ‘폴리스스토리2013’ㆍ‘베이징러브스토리’ 등 영화 2편을 제작하는 데 1억3000만 위안을 투입지만 이들 작품의 티켓판매수익은 10억위안 가량을 기록했다.

완다그룹이 제작한 주요 영화. 왼쪽부터 ‘폴리스스토리 2013’ㆍ‘베이징 러브스토리’

이처럼 콘텐츠로 얻는 이익은 선순환을 거듭하고 있다. 2012년 세워진 완다문화산업그룹은 2013년 수익 분야에서 중국 문화산업 30대기업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뿐만 아니다. 2012년 미국의 AMC를, 지난해 호주 2대 영화관체인 ‘호이츠’를 사들인 완다는 현재 글로벌 영화 박스오피스 10%를 점하고 있다. 왕 회장은 “2020년까지 이 점유율 20%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Q 8. 왕젠린의 완다가 지향하는 최종목표는 무엇인가.

‘부동산기업’ 이미지를 벗고 종합 서비스기업이 되는 것이다. 왕 회장은 작년 4월 열린 녹색기업 연차총회에서 “완다는 지금까지 4차례의 구조전환이 있었다”며 “앞선 세 차례 구조변화가 부동산에 기반한 것이라면 이번엔 서비스 위주 기업으로 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완다그룹은 2020년 순이익 70%가량을 상업용부동산 등에서 나오는 임대료로 얻는단 전망이다. 왕 회장은 “그렇게 되면 완다는 부동산 개발로 돈을 버는 회사란 타이틀을 벗게 된다”고 설명했다. 리카싱의 CKH홀딩스처럼 투자와 서비스분야에 중점을 둔 회사로 탈바꿈하게 되는 것.

완다의 문화산업 및 해외진출 현황

▶Q 9. 아들 왕스충도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상당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 같다

그렇다. 왕 회장의 외아들 왕스충(王思聰ㆍ28)은 뉴미디어 회사 ‘바나나프로젝트’를 세워 지난해 8월 한국 걸그룹 티아라와 계약을 맺은데 이어 이달엔 EXID와 중국 상하이에서 현지 매니지먼트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는다.


왕젠린의 외아들 왕스충(왼쪽)과 지난해 10월 중국서 단독콘서트를 연 티아라.

그뿐 아니다. 바나나프로젝트는 국내 다중채널네트워크(MCNㆍ1인창작 콘텐츠) 기업 트레져헌터와도 손 잡은 상태다. 왕스충은 향후 영화산업에도 진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현재 그는 자신이 100%지분을 가진 ‘베이징푸스투자(北京普思投資)’라는 회사를 창업해 이끌고 있다.

▶Q 10. 왕젠린은 이제 마윈도 뛰어넘은 ‘대륙 최고부자’란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게 됐다.그가 생각하는 ‘돈’의 의미는 무엇인가.

2013년 6월 화상서원(華商書院)에서 강연 중인 왕젠린. 그는 이 자리에서 자신의 ‘돈 관념’을 설명했다.

2013년 6월에 열린 한 강연에서 왕 회장은 자신의 재산관념을 아래와 같이 밝혔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창업자와 미국 철강왕 카네기는 진정한 사회적기업가로 인정받았다. 둘은 현대적 의미의 ‘자선’이란 개념을 굳혔다. 기업 규모가 커지면 돈을 버는 목적이 자신만을 위한단 범위를 넘어서야 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훌륭한 기업가들과 함께 부자들의 기부행렬을 선도하고 싶다”
왕 회장은 이미 개인자산 90%를 자선사업에 기부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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