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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 ‘맏언니’ 한유미, 짐꾼을 자처하다
[HOOC=이정아 기자ㆍ손정은 인턴기자]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인터넷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군 한 장의 사진. 그 사진 속에는 한때 ‘연봉 퀸’이었고 ‘코트의 슈퍼모델’로 불리며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여자 프로배구 15년차 한유미 선수(현대건설 힐스테이트)가 이동하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그것도 양손에 무거운 짐을 들고 있는 채로.

운동선수들의 ‘짬밥’은 선수들이 든 짐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보통 어린 후배들이 허드렛일을 직접 도맡아 합니다. 크고 무거운 짐을 양손에 들고 낑낑대며 아이스박스를 끌고 가는 것도 물론 막내 몫입니다.

“왜 같은 팀인데 귀찮은 건 후배들 시키는 거야?”

하지만 위계질서가 엄격한 한국 운동선수들의 문화를 꼬집었던 건 하늘과 같은 ‘짬밥’의 한유미 선수였습니다. 그는 HOOC과의 통화에서 짐을 먼저 드는 이유에 대해 “경기를 뛰는 모두가 같은 선수”라고 대답했습니다. 그가 짐을 들기 시작하면서 이내 연차가 많은 선배들도 짐을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팀원 모두가 짐을 나눠들고 있습니다.

이하 한유미 선수와의 인터뷰 전문

[사진=현대건설 힐스테이트 배구단 제공]

▷ 지난해 이어 올해에도 짐을 들고 있는 한유미 선수의 사진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고 있어요.

“네, 저도 봤어요. 크게 대단한 일은 아닌 것 같은데 포장을 잘해주신 것 같아서요. 작년에 그거 쓰신 분한테 고맙다고 전했어요.”


▷ 보통 후배들이 짐을 드는데요. 왜 직접 짐을 드시나요? 그것도 15년차 맏언니인데.

“보통 후배들이 들기는 하는데 저희가 짐이 좀 많아요. 어린 후배들만 짐을 들면 이 아이들이 두세 개씩 짐을 매고 박스까지 끌어야 해요. 그래서 선배들이 가벼운 짐이라도 하나씩 들기 시작하자, 저부터 시작해서, 팀에 16명 정도 선수가 있는데 한 사람이 하나씩만 들어도 후배들이 편하니까요. 맏언니가 짐을 들면 그 아래 후배들이 불편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모두가 짐을 들기 시작했어요.”


▷ 맏언니가 짐을 들기 시작하니까 팀원 모두가 다 변화했네요.

“만약 제 밑에 있는 선수들이 도와주지 않았으면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예요. 제 밑에 양효진, 황연주, 김세영 선수들이 있는데 모두 같이 짐을 들어줘서 지금과 같은 분위기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해요. 그 선수들이 같이 짐을 들어주지 않았으면 저만 이상하게 보였을 거예요.”


▷ 그런데 왜 선배들이 짐을 들지 않는 건가요?

“선배인데 나이도 있고, 그래서 짐을 들고 다니면 창피하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아요. 체육관으로 이동할 때 코트 체인지를 할 때 계속해서 짐을 옮겨요. 하지만 주전 선수들은 짐을 들지 않으려고 하죠. 그래서 웜업존에 있는 선수들이 짐을 드는데 웜업존에서도 선배들은 짐을 옮기려고 하지 않더라고요. 저는 모두 똑같은 선수이고 모두 평등하다고 생각해요. 선배라고 해서 시합을 뛰고 후배라고 해서 시합을 안 뛰고 이런 게 아니잖아요. 선수 안에서 상하관계가 있는 게 아니잖아요. 모두가 평등하다고 생각하면 편하게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아요.”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 팀원을 챙기는 한유미 선수의 모습이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저는 예전에 비해 출전 기회가 많이 없었어요. 스타팅 멤버도 아니고. 6년 전 현대건설 배구단을 나갔을 때도, 외국에 있다가 복귀했을 때도 ‘뭔가 필요할 때 팀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선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다시 이 팀에 들어왔을 때 그런 생각이 많았고요. 웜업존에서 경기에 나가지 않고 주전 선수들 뒤에 있잖아요. 그 위치에 있는 선수들이 굉장히 자존심 상해하는데 제가 항상 웜업존에서 몸을 풀고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니까 다른 선수들이 따라하게 되고 하나의 팀의 전통이 만들어진 것 같아요. 제가 당연히 경기에서 실력으로도 보여줘야겠지만 그보다는 좀 더 외적인 것들도 챙기자는 생각을 하고 팀에 들어왔어요.”


▷ 최근 스포츠계의 폭력 사태가 또다시 불거졌습니다.

“이건 선후배를 떠나서 사람 간의 문제라고 생각해요.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후배들이랑 스스럼없이 지내려고 하다 보면 어떤 때는 지나칠 때도 있고 그러잖아요. 그런 점이 있을 때 더 이해해주고 다시 좋게 얘기하고 충분히 대화로 잘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을 해요. 그래서 무조건 ‘난 선배고, 넌 후배야’하는 생각을 이제는, 버리는 게 맞지 않을까요.”


▷ 마지막 질문입니다. 올해의 목표가 무엇인가요?

“올해는 무조건 우승을 해야 하니까, 여러 가지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이 팀에서 프로가 되고 나서 우승을 못했거든요. 정규리그 우승은 한 번 했었는데 챔프전 가서는 못했어요. 꼭 다시 한 번 이루고 싶습니다. 그게 가장 큰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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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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