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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펙성형시대] “C+을 A로” 대학 계절학기는 학점세탁소
- 10명 중 2명꼴 계절학기 수강
- ‘학점세탁’ 전략 가지각색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방학에 실시되는 대학교 ‘계절학기’가 취준생의 2대 필수 스펙 중 하나인 학점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활용되고 있다. 기존 학점을 성형하는 셈이다.

서울시내 주요 대학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반 학기에 등록했던 학생 10명 중 2명꼴로 계절학기를 듣는다. 지난해 1ㆍ2학기 등록학생 대비 하계ㆍ동계 계절학기 수강생은 이화여대 26.9%, 서강대 23.6%, 고려대 16.5%다. 건국대는 1학기 대비 여름학기 기준으로 19.3%이다.


조기졸업이나 부족한 학점을 채우기 위해 계절학기에 참여하는 학생은 줄어드는 추세다. 취업난 탓에 졸업을 최대한 미루는 학생이 증가하는 상황에서 조기졸업은 언감생심이다.

2013년 여름ㆍ겨울 계절학기 등록생 대비 2015년 등록생은 고려대 4.3%, 이화여대 6.3%, 건국대 11.6%(여름 계절학기 기준) 각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강대의 경우 3.1% 증가했다.

’화석선배‘라고 소개한 안조현(29ㆍ가명) 씨는 “이미 수강했던 과목의 성적을 올리기 위해 계절학기를 활용하는 학생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더 좋은 학점을 받기 위한 학생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A학점을 제한없이 줄 수 있는 절대평가 강의에 학생이 몰린다”고 설명했다.

많은 학생들이 계절학기를 통해 학점세탁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많은 회사들이 ‘스펙 초월’ 채용을 표방하면서도 여전히 학점을 중시하는 풍조가 남아있기 때문이란 게 취업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지난 2015년도 하반기 공채 지원 후 취준생 51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 중 7명은 기업의 무스펙 서류전형 강화 정책을 전혀 체감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특히 학점을 기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서류전형에 지원했던 취준생은 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학점은 여전히 중요한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한 대기업의 인사담당자는 “학점을 안본다고 이야기하지만, 학점과 같은 정량적 수치는 뒤탈이 없는 가장 유효한 기준”이라며 “최종 선택을 할 때, 스펙이나 업무 수행능력, 면접 점수가 비슷하다면 학점이 조금이라도 높은 지원자에게 눈길이 가게 된다”고 말했다.

높은 학점을 받기 위한 학생들의 움직임이 과열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교수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고학점에 대한 의지 때문에 예의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는 학생이 발생하기도 한다는 것. 서울소재 대학의 교수 A씨는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한 학생들의 쏟아지는 메일과 전화는 기본이고, 무조건 떼를 쓰기도 한다”면서 “좋은 점수를 주지 않으면 교내 커뮤니티에서 독설에 가까운 악플을 받는 것은 각오해야 한다”고 씁쓸해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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