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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실용주의 내세운 김정은 신년사
지도자 명의로 발표하는 북한의 신년사는 한해 정책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주요한 척도다. 올해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신년사는 한마디로 경제문제를 최우선과제로 제시한 ‘온건 실용주의’ 노선의 전면화로 볼 수 있다.

신년사는 지난해 당 창건 70주년 행사를 치루기 위해 마련한 성과를 기반으로 제7차 당 대회가 열리는 올해 ‘강성대국건설의 최전성기’를 열어나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당의 영도를 강조하면서 선군정치나 경제ㆍ핵 병진노선에 대한 언급 없이 경제강국 건설을 위한 노력을 강조했다. 취임일성으로 말한 인민생활향상 문제가 제일국사임을 재확인했다.

신년사의 2가지 핵심 키워드는 ‘청년강국’과 ‘경제강국’으로 볼 수 있다. 청년강국은 김정은 정권의 버팀목으로서의 청년 역할을 강조하면서 권력을 공고히 하려는 의도이고, 경제강국은 인민생활향상을 통해 정권의 효율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올해 5월 제7차 당 대회를 앞두고 있어 신년사에서는 새로운 정책을 제시하기보다는 기존 정책노선을 유지하면서 외부세계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온건한 자세를 보였다. 올해도 북한의 핵실험과 로켓발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이 지속되고 있어 대외관계를 풀기 어렵다고 보는 것 같다. 따라서 신년사에서는 대외개방을 적극화하기보다는 ‘자강력 제일주의’를 표방하면서 ‘주체사상을 구현한 우리식 경제관리방식의 개선’을 통해 경제문제를 해결하려는 보수적 자세를 보였다.

신년사에서 ‘로동계급을 혁명의 주력군’으로 내세움으로써 김정일 시대 선군정치로 과대성장한 군의 역할을 제자리로 돌리고 당의 역할을 강화하고자 했다. 김정은 집권 이후 지난 4년 동안 군대를 동원한 경제건설에 주력했다면 올해부터는 노동계급을 동원한 경제건설에 주력할 것임을 밝힌 것으로 볼 수 있다.

올해 신년사에서 나타난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전략적 도발’과 관련한 의지표시나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김정은은 “10월의 경축광장에 펼쳐진 격동적인 화폭들은 핵폭탄을 터뜨리고 인공지구위성을 쏴 올린 것보다 더 큰 위력을 과시했다”고 주장함으로써 추가 핵실험 없이도 핵 억지력을 확보했다는 점을 암시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 당 창건 70주년 행사를 통해 핵무력과 로켓능력을 충분히 과시했다고 보고 추가 핵실험이나 로켓발사 가능성을 낮춤으로써 전략적 도발 가능성과 관련한 외부세계의 우려를 불식하려는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남북관계와 관련해서는 8ㆍ25합의 이후에도 남측의 대북정책이 달라지지 않았다고 비난하고, 체제변화와 제도통일에 대한 우려를 보이는 등 대남경계심을 보였다. 비록 수세적이긴 하지만 ‘정의의 성전’, ‘조국통일대전’을 언급한 것은 한미 합동군사연습 등에 강한 거부감을 나타낸 것이다. 개선의 가능성은 열어두되 남측의 대북정책 변화를 관망하겠다는 자세를 보임으로써 남북관계의 정체국면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요컨대 김정은의 신년사는 남한의 4월 총선과 미국의 대선 등을 고려할 때 남북관계, 북미관계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조건에서 대외부문 전략적 도발을 자제하면서 7차 당 대회 준비와 인민생활향상 노력에 집중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경제ㆍ핵 병진노선과 핵무력 강화문제를 언급하지 않고 경제강국건설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은 대중국관계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남북관계와 북미관계에서 크게 기대할 것이 없는 조건에서 전략적 도발을 자제하면서 상황을 관망하고, 북중 변경무역 확대 등 중국과의 관계를 진전시켜 경제적 활력을 찾으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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