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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우디 vs. 이란 '맞짱'...시작은 ‘석유 전쟁’으로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바닥을 모르고 추락하던 국제 유가가 사우디-이란 갈등으로 중대한 변수를 맞았다. 일각에서는 양측이 원유 시장 쟁탈을 위한 ‘석유 전쟁’을 벌여 유가 하락을 부추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한편, ‘진짜 전쟁’에 버금가는 물리적 충돌을 일으킬 경우 200달러대의 고유가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일반적으로 중동의 지정학적 위기는 국제 기름값 상승의 원인이 돼 왔지만, 이번 사우디-이란 갈등의 결과는 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의 2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새해 첫 장이 열린 4일(현지시간) 잠깐 치솟는가 싶더니 결국 0.76% 하락했고, 5일에도 2.2% 떨어져 35.97달러로 마감했다.

공급 과잉 우려, 중국 경기 침체, 달러화 강세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지만, 사우디와 이란이 석유 전쟁을 벌일 가능성이 유력하게 대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나라가 원유 시장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원유 증산 경쟁에 돌입하면 이미 배럴당 30달러 대까지 추락한 국제유가는 더 폭락할 수 있다.

에너지 관련 헤지펀드 업체인 어게인 캐피탈사의 파트너인 존 킬더프 분석가는 CNBC와 인터뷰에서 “이란에 국제사회의 제제가 풀린 뒤 수주 내 원유 수출량을 종전 예상보다 두 배로 늘리려 할 것”이라며 “(유가가) 낮게는 18달러, 높게는 48달러까지 오르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란은 핵협상 타결로 올해부터 국제 제재가 풀린 만큼 6개월 안에 산유량을 하루 100만배럴 더 늘린다는 계획이다. 현재 국제 원유시장에서 하루 50만~200만배럴 가량이 초과공급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최대 300만 배럴이 남아돌게 되는 것이다. 비잔 잔가네 이란 석유장관은 원유 증산이 국제 원유시장에 혼란을 주기 위한 게 아니라 잃었던 시장 지분을 되찾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석유 전쟁으로 인해 양국이 얻을 것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킬더프는 석유 전쟁은 사우디의 승리로 귀결될 것이라 예상했다. 사우디는 이미 그간 벌어들인 오일머니로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쌓아놓은 반면, 이란은 그러한 기반이 약하다는 것이다. 리처드 헤이스팅스 시포트글로벌 증권 거시 투자전략가는 사우디 역시 원유 증산을 통해 국제유가 하락을 부추겨도 이란의 원유시장 복귀를 막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사우디-이란이 각각 대표하는 수니-시아파 간 감정의 골이 깊은 만큼 석유 전쟁 수준을 넘어 실제 물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 경우 국제유가는 폭등하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사우디가 생산하는 하루 1030만배럴가량의 원유 가운데 대부분이 동부 지역의 시아파 근거지를 통과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이 지역에서 기습 공격 등으로 공급 단절이 발생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텔레그래프는 이런 공급 단절 상황이 수일 지속된다면 유가는 폭등해 배럴당 200달러 이상까지 올라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걸프문제 연구소의 알리 알-아메드 디렉터는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우디가 시아파 지도자들을 처형한 것은 이제 누구도 통제할 수 없는 치명적인 사태 전개의 시동을 건 것이라며 사우디 군주제는 물론 원유 시설까지도 남기지 않고 파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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