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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분칠만 바꾼 계파정치냐, 초유의 실험 다당제냐
영남-호남 기생 양당체제 붕괴
지역·이념·계파정치 해체 조짐
“적대적 공생관계 끝내야”
3당출현 다당제 新정치 요동
4·13총선 한국정치지형 분수령


옷만 갈아입는 ‘계파정치’냐, 정책대결의 ‘다당제’냐. 


새해 벽두부터 국내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김한길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전 공동대표의 탈당으로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 추진하는 신당을 중심으로 한 제 3정당의 출현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불리는 영남-호남, 보수-진보 구도의 양당체제가 20년 만에 해체될 조짐이다. 이에 따라 한국 정치권이 지역과 이념, 계파정치 틀에서 벗어나 정책경쟁을 통해 ‘창조적 정치개혁’에 나서는 쪽으로 판이 바뀔 가능성이 주목된다. 정치권 개편의 핵으로 떠오른 안철수 신당이 말 그대로 ‘새정치’에 나서며 대안중도정당으로 자리매김할 것인지, 아니면 일부의 우려처럼 ‘호남 자민련’ 또는 ‘민주당 2중대’에 그칠 것인지도 초미의 관심사다. ▶관련기사 6면

김 전 대표의 탈당으로 지난해 12월 13일 안 의원의 탈당 이후 더민주를 나온 의원은 9명이 됐다. 여기에 그 이전 탈당해 신당을 추진 중인 천정배, 박주선 의원까지 더하면 모두 11명이다. ‘호남 맹주’ 박지원 의원과 김한길계 주승용 의원 등도 사실상 탈당을 결심ㆍ예고해 앞으로도 추가 탈당 의원이 10명 정도는 더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이 한 지붕 아래 모이게 되면 안철수 신당은 창당 대회 2월 2일 이전까지 교섭 단체를 구성할 수 있어 4ㆍ13 총선에서 기존 새누리당과 더민주에 더해 3자구도가 될 가능성이 유력해졌다.

김한길 전 대표나 안철수 의원은 야권연대를 통한 여야대결보다는 3자구도로 총선을 치르겠다는 의지가 강력하다. 김 전 대표는 3일 탈당 기자회견에서 “수명이 다한 양당중심 정치의 적대적 공생관계를 허물어내야 한다”고 했다. 안 의원도 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총선 잘하려면 야권연대하라는 말은 옛날 사고방식이다, 거대 양당의 기득권을 유지하자는 말로 들린다”며 “3자구도에서 당당히 싸울 각오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양당ㆍ지역ㆍ계파ㆍ패권 정치의 혁파는 김 전 대표와 안 의원이 공유하는 ‘새 정치’의 명분이다. 김 전 대표는 이를 “창조적 파괴를 통한 새로운 도전”이라며 ‘오만과 독선과 증오와 기교로 버티는 그런 정치’ ‘아무리 못해도 제1야당이라며 기득권에 안주하는 그런 정치’ ‘패권에 굴종하지 않으면 척결대상으로 찍히는 그런 정치’ ‘계파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그런 정치’를 그만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4ㆍ13총선은 3당 구도로 치러칠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총선 때까지는 변수가 많겠지만 일단 3당체제가 가장 유력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학과 교수도 “김한길 전 대표 뿐 아니라 천정배, 박주선 의원까지 안철수 신당으로 몰릴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며 “여권 내에서도 계파간 분열이나 분당 가능성도 제기되지만 거기까지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3당구도로 총선정국을 예측했다.

하지만, 새로운 정치질서를 명분으로 하면서도 ‘계파의 이해’와 ‘공천 여부’에 따라 움직이는 현 야권 분열상태로라면 과연 제3당이 ‘대안중도신당’으로 한국정치사에 의미있는 역할을 할 수 있느냐에 대해선 전망이 엇갈린다.

이현우 교수는 “안철수 신당이 새 정치를 내세우는데 과연 새로운 것인지 잘 모르겠다”며 “결국 정체성이냐 세불리기냐의 문제인데, 당의 정체성을 세우기보다는 목전의 총선 승리에만 급급할 경우 기존 정당과의 차별성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존 양당구도보다는 다당제가 한국 정치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새로운 정당으로서 구체적인 정책과 정체성을 보여주지 못하면 ‘새 정치’가 ‘창조경제’ 처럼 아무 내용 없는 구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희 교수는 “다당제는 우리 사회의 분열 구조를 바꾸는 데 바람직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결국은 제3신당이 어떤 정책을 내세우고, 어떤 인물을 영입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형석 기자/su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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