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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단원 전원과 악수한 정명훈…15분간 기립박수한 관객
[헤럴드경제=이세진 기자] 30일 저녁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2015-정명훈의 합창, 또 하나의 환희’는 그가 서울시향의 지휘봉을 잡은 마지막 무대였다. 정명훈(62) 서울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박현정 전 서울시향 대표의 직원 성희롱ㆍ막말 논란이 불거진 이후 1년간 각종 비리 의혹에 시달렸고, 최근 정 감독의 부인마저 이 시비에 휘말리면서 결국 29일 사퇴를 결정했다.

정명훈 감독의 사퇴 소식이 알려지면서 공연장에는 평소와는 다른 긴장감이 감돌았다. 공연 직전까지 판매 데스크를 서성이며 취소 표를 구하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하지만 역사적인 이날 공연은 매진된 지 오래. 시민들은 공연장 밖 스크린을 통해 정 감독의 마지막 모습을 지켜보며 아쉬움을 달랠 수밖에 없었다. 

사진=서울시향


서울시향 단원들은 공연 시작 전 연주복 차림으로 로비에 나와 ‘서울시립교향악단 단원 일동 호소문’을 관객에게 나눠주며 “서울시향에 대해 왜곡된 상황을 바로 알릴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공연이 시작되고 정명훈 감독이 무대에 오르자 관객들은 열띤 호응을 보냈다. ‘환희의 송가’로 잘 알려진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이 연주되는 65분 내내 관객들은 정 감독의 움직임 하나하나를 숨죽이고 지켜봤다. ‘합창’은 정 감독이 예술감독에 취임한 2006년부터 매년 서울시향의 송년 레퍼토리로 연주돼 관객들의 큰 사랑을 받아 왔던 터라 관객에게도, 서울시향에게도 의미가 남달랐다.

이날 단원들은 모두 어깨에 손 모양과 비둘기를 형상화한 스티커를 붙이고 연주했다. 시향 관계자는 “정 감독과 서울시향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에 대한 단원들의 뜻을 모은 것”이라며 “심볼은 자유를 상징한다”라고 설명했다.

순서가 모두 끝나자 관객들은 기립했다. “정명훈”을 연호하는 목소리도 들렸다. 정 감독은 무대 위 85명의 단원들과 모두 인사를 나눴다. 기립박수는 15분 동안이나 이어졌다. 정 감독이 무대를 내려가고도 눈물을 훔치는 단원과 이를 위로하는 단원들은 한동안 무대를 떠나지 못했다.

숱한 논란에도 시향 단원과 음악으로 호흡하고 관객에게 감동을 준 정명훈 감독은 공연장을 떠나며 짧은 인사말만을 남겼다. “잘했어, 서울시향. 해피 뉴 이어!”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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