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1%도 안 되는데…예금액 10억원 초과 계좌>1억원 이하 계좌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경제학에는 소득 상위 20%의 국민이 전체 부의 80%를 차지한다는 ‘파레토의 법칙’이란 명제가 있다.

은행에도 파레토의 법칙이 통한다.

사실 ‘80대(對) 20’을 훌쩍 뛰어넘는 극단적 비율로 구현된다. 1%도 안 되는 거액계좌 비중이 전체 은행권 예금액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것.


가계빚이 올 3분기 1166조원으로 불어나고 민간 부문의 부채 규모가 우리 경제의 1.8배에 달한다는 소식도 이와 무관치 않다. 빚에 짓눌려 저축할 여유조차 사라진 대한민국 서민의 현주소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제1금융권 예금액 잔액은 올 상반기 2156조1250억원으로, 그 중 10억원 넘게 들어있는 계좌의 예치금은 전체의 45.2%인 974조4780억원에 달했다.

은행권 10억원 초과 계좌 수는 13만7000좌로 전체의 0.03%에 불과하지만, 전체 예금액의 절반에 해당하는 뭉칫돈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반면 전체 계좌의 99.53%(3억6054만좌)를 차지하는 1억원 이하 계좌 예금액은 790조7600억원을 기록, 그 비중이 36.68%에 그쳤다.

이 같은 현상은 예금형태 중 가장 많은 비중(45.3%)을 차지하는 저축성예금을 들여다볼 때 특히 두드러졌다.

한은이 2002년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래 1억원 이하 계좌의 예금액이 10억원 초과 계좌를 쭉 앞서왔으나 2009년 하반기 10억원 초과 계좌규모가 278조5450억원으로 1억원 이하 계좌(268조7220억원)를 처음으로 넘어서며 역전 현상이 나타난 것.

이후 2013년 하반기와 2014년 상반기에 1억원 이하 계좌가 잠시 전세를 뒤집었지만, 작년 하반기부턴 또다시 10억원 초과 계좌 예금액이 1억원 이하 계좌를 압도하고 있다.

정기예금에서도 2006년 역전이 발생한 뒤 10억원 초과 계좌가 꾸준히 규모를 불리고 있다. 올 상반기 292조3860억원(3만8000좌)을 기록해 1억원 이하 계좌(171조9550억원ㆍ1224만좌)를 크게 따돌렸다.

단기성 자금으로 꼽히는 양도성예금증서(CD)의 경우, 거액계좌 쏠림 현상이 고착화되는 중이다. 10억원 초과 계좌는 19조770억원(3000좌)인 반면 1억원 이하 계좌는 6750억원(1만8000좌)에 불과했다.

이는 최근 소득보다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빚 때문에 중산층과 서민 가계가 크게 악화된 것과 관련이 있다.

한은에 따르면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민간신용 비율은 올 3분기 182.6%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민간신용은 가계와 기업 빚을 모두 합친 개념으로, 민간 부문 부채가 GDP의 1.8배에 달했다는 뜻이 된다.

이 중에서도 가계신용의 명목 GDP 대비 비율은 올 3분기 74.34%로 작년 말보다 1.7%포인트 상승했다. 가계신용은 2분기 말보다 34조5000억원 늘어난 1166조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와 관련 “최근 살림살이가 팍팍해지면서 서민층 고객들 중에선 적금이나 정기예금을 해지하고 즉시 인출하거나 대출을 알아보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말했다.

spa@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