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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외면당한 소녀의 눈물] 위안부 ‘협상’ 아니다…3대 담합 의혹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소녀의 눈물’은 지금도 흐르고 있다. 위안부 담판은 협상(?)이 아닌 담합(?)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위안부 기금 10억엔 지원이 소녀상 이전의 대가(?)라는 의혹에서부터 위안부 세계유산 신청 보류 합의 여부 등 온갖 의혹이 떠돌고 있다. 이외에도 성노예라는 표현을 쓰지 않기로 했다느니, 한국 정부가 합의문 작성 보류를 요청했다는 등 담합 의혹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여기서 한 술 더떠 아베 총리는 주변에 “어제로써 모두 끝이다. 더 사죄도 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고 한다. 이같은 사실을 박근혜 대통령과의 통화에서도 확인했다는 주장도 있다.

[자료=헤럴드경제DB]

위안부 문제 해결의 2대 원칙인 ‘피해자의 수용’과 ‘국민 이해’는 온데간데 없다. 게다가 일본 우익에 휩쓸린 일본의 언론플레이는 도를 넘어 담판 결과 자체를 위험수위에 올려 놓고 있다. ‘24년만의 위안부 문제 타결’은 한일 양국에서 깊은 상처만 남긴 채 담합 논란으로 벌써부터 빛이 바래고 있는 셈이다.

▶담합 의혹 ①…소녀상과 10억엔을 맞바꿨다?=한ㆍ일 양국에서 모두 민감한 감정선인 소녀상 이전을 놓고 한일 양국이 벌써부터 다른 소리를 하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소녀상 철거 전제조건으로 10억엔을 딜했다는 보도도 잇따르고 있다.

일본 요미우리(讀賣)신문은 30일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일본 정부측은 위안부 지원 재단에 10억엔을 각출하기 전 소년상 철거가 이뤄지기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이 고위관계자는 또 한국정부도 이같은 일본의 입장을 이해했다고 주장했다.

요미우리는 특히 일본정부가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소녀상(평화의 소녀상) 철거를 조기 철거할 것을 한국에 요구했고, 한국 역시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소녀상 철거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10억엔을 지원할 경우 일본 국내 연론의 불만이 극대화될 것을 우려해 소녀상 철거를 전제조건으로 달았다는 것이다.

아사히(朝日)신문도 일본이 돈을 내는 조건으로 소녀상 이전을 주장했고, 한국으로부터 소녀상에 관한 내락(內諾ㆍ비공식 승인)을 얻었다고 판단한 것이 이번 합의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아사히는 또 아베 총리가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 관한 기시다 외무상의 보고를 받고서 “합의된 것은 확실히 ‘팔로우업(follow-up)’해야 한다”고 지시한 것이 소녀상 이전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고 해석했다.

아베 총리는 이달 24일 기시다 외무상에게 위안부 문제 협의를 위해 한국에 가도록 지시한 후 자민당 파벌 영수(領袖ㆍ우두머리)와 통화하며 소녀상 이전 문제에 관해 “물론 그것을 하도록 해야 한다. 문제없다”는 말을 했다고 아사히는 전했다.

한국 외교부는 이에 대해 “10억엔과 소녀상을 조건으로 교환했다는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강력 반발했지만, 이번 논란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이다.

이 관계자는 “일본의 언론 플레이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일본의 이런 행태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는데 전혀 고쳐지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계속 이런 식이라면 더 강력한 방식의 대응방안을 고려할 것이다”고 주장했다.

▶담합 의혹 ②…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보류 이면합의?=소녀상 이전 여부와 함께 위안부 관련 자료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작업도 표류할 가능성이 점쳐지고있다. 이번 협상에서 등재 신청을 하지 않기로 ‘이면 합의’를 했다는 것이다.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들은 지난 29일 잇달아 윤병세 외교부 장관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전날 회담에서 위안부 자료의 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을 보류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 언론들은 일본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한국 측 뜻에 따라 공동 기자회견에서는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실제로 기시다 외무상은 전날 공동 기자회견 직후 일본 취재진에게 “한국이 등재 신청에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물론 우리 정부는 “일본 언론 보도는 사실무근”이라며 “이 문제는 민간단체로 주도로 추진 중인 사안”이라고 선을 그으며 부정했지만, 이면합의 논란은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담합 의혹 ③…반성 없는 “불가역적 해결”=일본은 식민 지배 당시 발생한 전쟁범죄에 대한 사과와 반성보다는 ‘논쟁 종결’에 주목했다. 일본 총리 대신으로서 사과를 표명하겠다고 한 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 총리는 주변에 “앞으로 이 문제(위안부 문제)에 관해 말하지 않는다. 다음 일한 정상회담에서도 더 이상 언급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산케이(産經)신문은 39일 보도했다. 아베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전화회담에서도 이를 언급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아베는 “이렇게까지 한 이상 약속을 어기면 한국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끝난다”고도 덧붙였다. 마크 코너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은 28일 정례브리핑 이후 질의응답 시간에 “(내부 불만은) 앞으로 한국 정부가 설득해야 할 문제”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도 사설을 통해 “불가역적 해결을 지켜라”며 “중요한 것은 한국이 장래에 문제를 다시 꺼내지 않도록 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 文雄) 외무상은 위안부 협상 결과를 발표하는 공동기자회견 당시 “위안부 문제는 당시 군의 관여 하에 다수의 여성의 명예와 존엄에 깊은 상처를 입힌 문제로서 이런 관점에서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베 신조 내각총리대신은 일본국 내각총리대신으로서 다시 한번 위안부로서 많은 고통을 겪고 심신에 걸쳐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를 입은 모든 분들에 대한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한다”고 표명했다.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공식적인 책임과 사과의 뜻을 표명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사과는 일본국 내각총리대신의 입에서 나오지 않았다.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이었지만, 사과는 아베의 입이 아닌 기시다의 입에서 나왔다. 외교에서 직위는 매우 중요하다. 어떤 직위에 있는 정부 관계자가 협상에 나섰느냐에 따라 그 국가가 인지한 사태의 경중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외교에서 직함은 중요하다.

지난 4월 아베 총리의 방미 당시 외신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의전에 주목한 것 역시 이 때문이다. 외교에서는 표면적인 제스처에서부터 직위까지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가 중요하다. 지난 5월에는 메이지(明治)유신 산업혁명 유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놓고 한일 양자회담 수석대표에 일본에서는 국장급이, 한국에서는 차관보급이 선정된 일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아베의 공식 사과는 6월 최초의 나치 강제 집단수용소인 바이에른 주 다하우(Dachau) 수용소를 직접 방문해 참배한 메르켈 독일 총리와는 대조적이다. 합의 이후 그의 행보는 그가 어떤 마음으로부터 '책임을 통감'했다는 것인지를 분명하게 전하고 있지 않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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