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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가는 내리는데, 산유국은 되려 기름값 인상…“곳간이 비어서”
[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막대한 연료 보조금 덕택에 거의 공짜에 가까웠던 산유국들의 기름값이 줄줄이 오르고 있다. 저유가가 계속되면서 곳간이 비자 연료 보조금 삭감이나 폐지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베네수엘라, 리비아에 이어 세계에서 3번째로 기름값이 싼 사우디는 29일(현지시간) 연료 보조금을 대폭 줄이고 국내 휘발유 가격을 최고 67%까지 전격 인상했다.

보통 휘발유는 12센트에서 20센트로 67% 급등했으며 고급 무연휘발유는 리터당 16센트에서 24센트로 50% 올랐다.

[사진=게티이미지]

이번 인상은 알리 알나이미 사우디 석유장관이 휘발유, 전기 등 에너지에 대한 보조금을 줄여 가격을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지 2개월만에 단행된 것이다.

사우디 관영 SPA 통신에 따르면 사우디 정부는 휘발유와 경유, 등유 가격을 인상하고 전기ㆍ수도 요금까지 올리기로 했다.

사우디는 석유가 정부 수입의 80% 비중을 차지하는 나라로 유가가 지난해 배럴당 115달러에서 현재 40달러 밑으로 추락하자 큰 타격을 입었다.

사우디의 올해 재정 적자는 사상 최대인 980억 달러로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15%에 달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사우디는 휘발유 등 석유제품의 보조금 명목으로 매년 860억 달러를 지출하고 있다.

사우디 정부의 연료 보조금 삭감은 비슷한 상황의 걸프 지역 산유국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베네수엘라도 매년 200억 달러의 연료 보조금을 지출하고 있다. 생수보다 싼 리터당 2센트의 기름값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다.

베네수엘라는 원유 수출로 국가재정의 90%를 충당하는데 유가 급락으로 국가 부도 위기에 내몰린 상태다.

이미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올 초 연료 가격 인상에 대해 공개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밝혔으나 수십 년 된 보조금 제도를 뜯어고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베네수엘라에서는 연료 보조금으로 부유층이 더 큰 혜택을 입고 국경 지역의 암시장만 키우는 역효과도 생겼다.

앞서 석유수출국기구(OPEC) 내에서 3번째로 많은 석유를 수출하는 아랍에미리트(UAE)는 지난 8월 정부 재정 확충을 위해 휘발유 보조금을 폐지했다. UAE는 연간 35억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해왔다.

걸프 지역에서 이런 조치를 시행한 나라는 UAE가 처음이다. 올해 들어 UAE를 포함해 이집트와 앙골라, 가봉, 인도네시아에서도 에너지 보조금을 삭감했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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