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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일출 할머니 떨리는 입술로 “눈물이 속으로 내려가고 있다”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한ㆍ일 외교장관회담이 진행된 28일 오후,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쉼터인 경기도 광주 ‘나눔의 집’에는 수십명의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TV를 보러 거실로 나온 여섯 분의 할머니는 오후 내내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았고, 회담 결과에 대한 할머니들의 반응을 생중계하는 방송사도 있었다.

협상 결과에 대한 할머니들의 반응이 국민적 관심을 받는 이유는 너무도 당연했다. 그들이 피해 당사자이기 때문이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28일 한일 간 합의에 대해 “피해자를 생각지 않았다”며 분노했다. 안신권 나눔의 집 소장은 “아베 총리 사죄가 공식인지 개인 사죄인지 모르지만 법적 책임은 빠진 것 같다”면서 “할머니들은 돈을 요구한 게 아니라 법적인 책임을 지라고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박현구 기자/phko@heraldcorp.com

부산 출신의 이옥선(89) 할머니는 “선생님들이 힘써서 우리 힘을 보태, 우리가 늙어서 다 죽기 전에 공식 사죄를 받게끔 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고 간곡히 호소했다.

그러나 한ㆍ일 양국 정부의 협의 과정에 피해 당사자들은 철저히 배제돼 있었다. ‘위안부 협상 타결’이란 자막이 속보로 전해지는 순간에도 할머니들은 긴장된 표정으로 조용히 TV만 바라볼 뿐이었다. TV로 접하는 애매한 외교적 표현들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할머니들이 이해하기란 쉽지 않았다.

안신권 나눔의 집 소장은 “(회담 과정과 결과에) 할머니들 생각이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피해자를 제외한 한일 정부의 졸속적 야합이라고까지 얘기해야하는 생각이 든다”며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특히 ‘이번 발표로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ㆍ불가역적으로 해결된 것임을 확인한다’는 문구 등에 대해 안 소장은 “할머니들이 아무 말도 하지 못하도록 압박하는 것 같다”고 했다.

안 소장에 따르면 외교부 관계자가 나눔의 집을 찾아 할머니들의 목소리를 들은 건 지난해 5월 단 한차례 불과했다. 그마저도 ‘피해 당사자인 할머니들의 의견을 왜 듣지 않느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된 후였다. 그 이후로는 정부로부터 협의 과정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할머니들은 듣지 못했다.

물론 ‘현실주의’가 지배하는 국제정치의 냉엄한 현실 속에서 문구 하나 표현 하나를 바꾸기 위한 외교적 노력과 정부가 고려해야만 하는 정치적ㆍ경제적 이해득실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다만 피해 당사자인 할머니들을 설득하고 함께 가려는 진실된 노력이 필요했다는 것이다. 그랬다면 강일출(88) 할머니가 떨리는 입술로 “눈물이 속으로 내려가고 있다”고까지 통탄하진 않았을 것이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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