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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안부 타결 法대로라면] 피해자 할머니 지원재단 ‘유명무실’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한국정부가 위안부 분들의 지원을 목적으로 하는 재단을 설립하고, 이에 일본정부 예산으로 자금을 일괄 거출해 양국 정부가 위안부 분들의 명예와 존엄의 회복 및 마음의 상처 치유를 위한 사업을 행하기로 했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은 28일 오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외교장관 회담을 가진 후 공동기자회견을 열어 이 같은 내용의 합의안을 발표했다. 위안부 피해자들을 지원하기 위한 배상 방안으로 한국정부가 재단을 설립하고, 일본 정부가 10억엔(약 97억원)을 출연하는 것에 합의했다는 내용이다.

주한 일본대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향후 한국정부가 설립하는 재단은 비영리 재단법인으로 국내법에 따라 설치되는 것이다. 재단은 일반적으로 설립자가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아 주된 사무소 소재지에서 설립등기를 해 만들어진다. 재단법인은 이사회가 유일한 의사결정 기관이다. 이사가 재단법인 모든 법률행위의 주체가 된다. 합의안대로라면 이 재단은 한국정부가 설립자가 되며, 일본정부는 출연금을 내고 이사진으로 일부 참여하는 역할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등 6개 관련단체는 성명을 통해 제대로 된 보상안이 될 수 없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정대협은 “일본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범죄의 가해자로서 범죄에 대한 책임 인정과 배상 등 후속 조치 사업을 적극적으로 이행해야 함에도 재단을 설립함으로써, 그 의무를 슬그머니 피해국 정부에 떠넘기고 손을 떼겠다는 의도가 보인다”고 해석했다.

일본에서 출연하는 기금 성격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일본 국회에서 정식으로 법적인 기준으로 마련할 것이냐, 정부 예산 일부를 ‘인도적 조치’ 등의 명목으로 떼어 낼 것이냐에 관심이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예산의 일부를 ‘지원’하는 형식이라면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반성이나 사죄의 의미는 희석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재단이 설립돼 지원 사업이 시작돼도 위안부 피해자들이 이를 받을지도 현재로선 미지수다.

정대협은 “이번 합의는 일본정부가 범죄의 주체라는 사실과 ‘위안부’ 범죄의 불법성을 명확히 하지 않았고, 일본 내에서 해야 할 일본군 ‘위안부’ 범죄에 대한 진상규명과 역사교육 등의 재발방지 조치에 대해서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며 “한일 양국 정부가 들고 나온 합의는 피해자들과, 국민들의 바람을 철저히 배신한 외교적 담합에 다름 아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위안부 할머니들은 1995년 일본 정부가 아시아여성기금을 설립해 ‘인도적 차원’으로 지원하기로 결정했을 때도 거부한 적이 있다. 배상 지원을 해야하는 대상자들이 거부하는 유명무실한 재단법인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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