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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난간에 몰린 서울시] 조직문화? ‘열정같은 소리하고 있네!’

-업무능력 뛰어나도 낙하산에 밀리기 일쑤…“일 잘하면 뭘해요”

-찍히면 승진 물거품…비인격 대우에도 말못하고 참기 다반사


[헤럴드경제=이진용 기자] #. 출근과 동시에 과장들이 국장방에 모인다. 서로 안녕하냐는 인사도 할 겨를없이 국장의 막말과 욕설 섞인 질책이 시작된다. 이후 과장은 자신의 방에 팀장들을 불러 놓고 똑같이 막말로 질책을 한다.  팀장들은 다시 직원들에게 질책같은 책임 전가를 한다. 서울시 일부 실국의 아침풍경이다.


예의는 사라진지 오래고 오직 시장한테 잘보이려고 하는 국장과 부이사관으로 승진하고 싶어하는 과장 그리고 과장으로 승진하고 싶어하는 팀장만 있을 뿐이다. 이렇다 보니 조직에 예의는 없고 권력만 있다. 잘못 보이면 몇년 쌓아온 공든탑이 와르르 무너진다. 그러니 반말을 해도, 욕을 해도 참는다. 나이 인격은 중요하지 않다.

위에서 말한 국장도 과거 자신과 비슷한 국장 밑에서 욕설과 비인격적인 대우를 받으면서도 버텨서 승진했다. 이것을 볼때 모 과장도 국장으로 승진하면 똑같은 행동을 할 것이 뻔해 보인다.

공무원 사회가 오직 승진, 오직 연금에 사활을 거는 듯하다.

승진하면 월급이 얼마 오르고 이에 따라 죽을 때까지 받을 수 있는 연금액도 올라간다. 그러다 보니 과거 구청에서는 사무관(5급) 승진 4000만원, 서기관(4급) 승진 7000만원이라는 이야기도 있었으며 실제로 뇌물수수로 구속된 구청장도 있었다. 6급에서 5급으로 승진하면 적어도 4000만원 이상의 금전적 혜택이 따른다는 말이다. 공무원들이 승진에 목을 멜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 7급 직원. 일 잘한다고 주위에서 칭찬이 자자했다. 어느날 그 직원이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유를 알아보니 소위 국회의원을 등에 업고 나타난 직원 때문에 근평을 받고 있던 자리에서 쫓겨난 것이었다. 그러나 빽(?)으로 온 직원이 업무에서 펑크를 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직원은 근무평정 ‘수’를 잇따라 받고 승진했다.

또다른 6급 직원은 신설부서에서 거의 매일 새벽 두시까지 일하며 조직을 세팅했다. 교통사고로 다리가 불편한 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6개월 동안 자식도 챙기지 못하고 일만 열심히 했다. 근평을 받는 자리이기에 2년만 고생하면 꿈에 그리던 5급 사무관으로 승진할수 있다는 희망 하나만을 갖고 일했다. 

그러나 조직이 정착되고 본부장이 바뀌면서 그 자리를 낙하산에게 내줄 수 밖에 없었다. 승진해 떠나는 본부장이 자기 사람을 심어 놓고 나간 것. 하소연할 수도 없었다. 어설프게 나섰다가는 공무원 생활 끝이란 생각에 억울하지만 울분을 삼킬 수 밖에 없었다.

한 주무과장은 자신의 대학후배를 비롯해 자신의 출신지역 직원들을 전부 자신의 과에 모아 놓고 끼리끼리 순번을 정해 놓고 밀어주고 당겨주면 승진을 하기도 했다. 중간에 그 과장이 승진해 나가고 그 과에 다른 출신의 경쟁자가 들어가게 되자 그 직원을 불러 다른 과로 전출 가라고 압박하기도 했다. 취재 결과, 이같은 사례는 수 없이 많았다.

이런 조직문화에서 어떤 공무원이 열정을 펼칠 수 있을까.

최근 일어난 일련의 투신자살자들도 이런 조직문화의 피해자라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지난해 9월 “막말공무원 오늘도 출근했습니다”라는 기사를 쓴 적이 있다. 이후 서울시는 조직문화를 개선하겠다고 다양한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1년여가 지난 지금 불과 4일 사이에 두명의 공무원이 사랑하는 가족까지 버리고 10층, 11층 자신의 사무실에서 몸을 던졌다.
서울시는 이를 계기로 다시는 공무원들이 숭고한 목숨을 끊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승진 제일주의와 인간적 모멸이 만연한 조직문화를 바꿔야 한다. jycaf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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