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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위안부 담판 합의] 일본이 위안부 소녀상에 집착하는 이유는?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은 28일 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설치된 위안부 소녀상에 대해 “적절히 이전될 것이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일본 정부는 위안부 협상에서 소녀상(평화의 소녀상) 철거에 대한 강한 집착을 드러내고 있다. 소녀상은 일본이 부정하는 ‘제국주의’ 이미지를 일본에 덧씌우고 있기 때문이다.

아베 신조(安倍 晋三) 일본 총리는 지난 11월 여당인 자민당의 총재 자격으로 역사검증기구를 설치했다. 이 기구는 1946~48년 열린 도쿄 재판을 검증해 일본 태평양전쟁의 정당성과 일본 식민지배의 경위를 확인하는 것을 주요활동으로 다루고 있다. 때문에 역사수정주의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현실이다. 일본의 강제적인 위안부 동원과 만행을 상징하는 위안부 소녀상은 이러한 움직임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1938년 구 일본군의 ‘유괴식’ 위안부 동원을 지적한 일본 육군성의 통첩문 [자료= 요시미 요시아키(吉見義明)의『종군 위안부 자료집』]

실제로 위안부 소녀상은 위안무 문제가 국제사회에 알려지게 한 동력이기도 하다. 국내 27곳을 비롯해 미국 글렌데일과 디트로이트 시에 위안부 소녀상이 설치되면서 위안부 문제는 ‘20세기 여성 인권 유린 문제’로 부상하게 됐다. 미국의 유력한 차기 대통령 후보인 힐러리 클린턴은 미 국무장관 재임 당시 위안부를 ‘강제적 성노예(enforced sex slave)’라고 불러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일본에게 있어 대외적인 이미지는 매우 중요하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되고 싶다고 표명하면서 “일본은 전후 세계 평화를 위해 크게 공헌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베 총리 관저 산하에는 일본의 평화적 이미지를 국제사회에 발신하기 위한 유식자모임도 다수 존재했다.

“세계 평화”는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허용하는 안보 관련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었던 동력이기도 했다. 원래대로라면 패전국가인 일본은 군부대 편성을 할 수 없다. 하지만 미국은 지난 4월 일본이 아시아 태평양 일대의 평화에 공헌할 것이라는 이유로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하는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에 합의했다. 위안부 소녀상은 일본의 이미지 프레이밍에 제동을 걸고 있는 것이다. 


산케이(産經)신문은 미국 글렌데일 위안부 소녀상 설치에 “죄없는 현지 일본인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며 현지 일본인의 발언을 인용, “철없는 아이들이 ‘왜 사과 안하냐’며 일본 자녀들을 따돌림 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캘리포니아 주(州) 샌프란시스코에서 일본군 위안부 기념비 및 소녀상 설치에 대해 “반일단체가 혐일(嫌日)감정을 퍼뜨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때문에 이번 합의에서 일본의 핵심 목표는 ‘최종적 해결’과 ‘소녀상 철거’였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베 총리는 합의문 발표 후 “후대에 사과가 이어지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기시다 외무상도 위안부 소녀상이 적절히 이전될 것이라는 기대를 내비쳤다.

이러한 입장은 산케이 보도에서도 드러난다. 29일 산케이는 “위안부 관련 자료의 유네스코 기록유산 등록을 위한 한국 정부의 대응이 주목된다”며 한국이 중국과 기록유산 등재를 공동으로 신청하면 이번 합의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요미우리(讀賣)신문도 이날 사설을 통해 “국제 사회의 무대에서 한일 양국이 대립하는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마이너스다”라며 “상호 비난ㆍ비판을 자제하자는 내용을 포함한 것은 위안부 관련 자료를 세계 기록유산에 등록하려는 한국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에 “혐한 감정을 거두는 노력이 요구된다”며 “제 3 국가에 일본을 비판하고 고자질 외교 등, 미국 각지에 위안부 소녀상을 설치하는 문제를 반성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고 주장했다. 결국 일본이 주목한 것은 전쟁범죄에 대한 사과가 아니었다. 그들의 안중에는 일본 대외적 이미지 개선만 있었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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