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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산당 vs 민간 엘리트의 대결”…중국 리스크의 ‘민낯’
[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올 한해 중국엔 유독 스타급 CEO들의 실종사건이 줄을 이었다. 이들은 ‘갑작스런 실종→사임’ 혹은 ‘갑작스런 실종→은근슬쩍 복귀’라는 두 개의 수순을 밟았다. 하지만 공통점은 CEO들의 실종과 사임 혹은 복귀에 대한 설득력 있는 해명은 없었다는 점이다. 중국 금융당국이 내부거래와 풍문에 대한 강도높은 조사를 하면서 이들 비위 기업인들이 당국의 레이더에 걸렸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로 알려졌을 뿐이다. 이 역시 추측이다. 그래서 ‘CEO 실종 미스터리’라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여기엔 중국 리스크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민간 엘리트 세력과 중국 공산당 간 대결구도도 숨어 있다. CEO의 실종은 해당 기업의 주가를 휴지조각으로 만드는 후유증도 남겼다. ‘꽌시’라는 중국의 관계중시 문화 속 움트리고 있는 부정부패도 여실히 드러났다. 공산당이 기업인을 손아귀에 쥐고 움켜진 현실, 전 계층에 걸쳐 만연한 부정부패가 중국경제의 실제 민낯이라는 것이다.


중국의 부동산 재벌 완퉁그룹의 펑룬 회장은 이와 관련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정부 관료가 보기에 우리(기업인)는 바퀴벌레에 불과하다. 그가 죽으라면 우리는 죽을 것이고, 살라면 살 것이다”는 글으로 올렸다가 바로 삭제하기도 했다.

▶이유 없는 갑작스런 실종 그리고 사임=마오샤오펑(毛曉峰) 민성은행 전 행장과 장윈(張雲) 중국농업은행 전 행장, 마이크 푼(潘浩文) 중국항공기리스그룹 창립자 겸 전 CEO는 모두 공교롭게 ‘갑작스런 실종→사임’의 공식을 밟았다. 이들 기업의 주가는 이후 모두 곤두박질쳤다. CEO 리스크가 현실화된 셈이다.


‘42세 최연소 은행장’으로 유명한 마오샤오펑 민성은행 전 행장은 올 1월 갑자기 연락이 두절됐다. 실종 한 달여 지난 2월 마오 전 행장은 은행에 편지를 보내 ‘개인적인 이유’로 사임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마오 전 행장은 링지화(令計劃) 통일전선공작부장 사건에 연루돼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기율위)의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성은행 주가는 올해에만 24% 폭락했다.

장윈 전 농업은행장 역시 이달 초 개인적인 이유를 들어 갑작스레 사임했다. 현지 언론은 그가 불법대출 관련 사건에 연루돼 당국에 구금됐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농업은행 주식도 올해에만 16% 가까이 떨어졌다.

마이크 푼 중국항공기리스그룹 창립자 겸 전 CEO도 6개월간 실종됐다가 지난 6월 전격 사임했다. 그는 남방항공과 관련돼 중국 당국에 구금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회사측은 “이사회는 (푼 CEO의) 부정부패 협의와 관련된 어떤 정보도 없으며, 푼 CEO가 조사를 받고 있다는 어떤 정보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푼 CEO의 사임 이후 회사 주가는 현재까지 33%나 떨어졌다.

이들 세 사람의 실종과 갑작스런 사임 이유에 대해선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회사측이나 중국 당국이나 모두 명확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있다.

▶실종 그리고 은근슬쩍 복귀=‘중국의 워런 버핏’으로 불리는 궈광창(郭廣昌)푸싱그룹 회장과 옌펑(閻峰) 궈타이쥔안국제 회장 겸 행정총재는 묘연했다가 은근슬쩍 업무에 복귀한 케이스다. 물론 이 역시 사람들이 납득할 만한 이유는 알려진 게 없다.

궈 회장은 이달 초 갑자기 연락이 두절됐다가 실종 나흘만에 그룹 연례행사에 모습을 드러냈다. 푸싱그룹은 이에 대해 “궈 회장이 개인적인 일과 관련돼 경찰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고 밝혔을 뿐이다. 궈 회장은 이후에도 공식적인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다만 그의 행적은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사진을 통해서 유추되고 있을 뿐이다.

시장에선 그가 부패 혐의로 구금된 링지화(令計劃) 전 중국 통일전선공작부장 가족과 가깝게 지냈고, 부패 혐의로 낙마한 야오강(姚剛) 증권감독관리위원회(증감위) 부주석, 아이바오쥔(艾寶俊) 상하이(上海) 부시장 사건 등에 연루됐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옌펑 궈타이쥔안국제 회장 겸 행정총재도 한 달여간 연락두절 상태로 있다가 지난 23일 업무에 복귀했다. 옌 회장의 실종과 복귀 사실은 모두 회사 공시를 통해 시장에 알려졌으나 이 역시 제대로 된 설명은 없었다. 다만, 옌 회장의 업무 복귀 당시 회사측이 공시를 통해 “옌 회장이 중국 당국의 불특정 조사에 응한 뒤 즉각 복귀할 예정”이라며 “옌 회장이 이 같은 사실을 하루 전에 알려왔다”고 밝힌게 전부다. 옌 회장의 한 달여간 실종으로 회사 주가는 17% 이상 떨어지는 수모도 겪었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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