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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당첨자만 수천명…200년 넘게 이어져온 아주 특별한 성탄 로또 선물
[헤럴드경제=한석희 기자]800만분의 1이라는 숫자는 낙타가 바늘구멍 들어가기 만큼이나 불가능에 가까운 확률이다. 이게 보통 로또 1등 당첨확률이다. 몇 몇 사람에게 돈을 몰아주다 보니 ‘복불복’이다.

하지만 ‘복불복’을 수천명이 나눠갖는 로또도 있다. 특히 크리스마스 즈음에 모두가 즐기는 아주 특별한 성탄 선물이다. 200년이 넘게 이어져온 스페인 복권 엘고르도(El Gordo) 이야기다.

엘고르도는 1년에 단 한 번 크리스마스 직전인 12월 22일에 추첨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당첨금을 자랑하는 로또다. 이 보다 더 큰 성탄 선물은 없는 셈이다. 올해에도 총상금만 22억유로(한화 약 2조80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당첨자가 수천명에 달한다. 엘고르도는 로또를 구매한 사람의 약 15% 가량이 당첨된다. 상당히 높은 확률이다. 무엇보다 1등 당첨자가 최대 1600명이나 나올 수 있다. 엘고르도는 독특하게 복권 고유번호 하나당 총 160장의 ‘비예테’를 발매한다. 이 ‘비예테’ 마저도 다시 10장의 ‘데시모’로 쪼개 판매할 수 있다. 복권번호 하나를 최대 1600명이 공유할 수 있는 셈이다. ‘인생잭팟’의 즐거움을 다같이 나누며 즐기는 것이다.

그래서 이 특별한 로또의 이름도 엘고르도(뚱보복권)이다.

엘고르도의 역사도 특별하다. 엘고르도는 1812년부터 200년 넘게 이어져온 스페인의 크리스마스 전통이다. 1763년 카를로스 국황3세에 의해 시작돼 1812년 첫 추첨이 이뤄졌다. 심지어 1936년~1939년 스페인 내전기간에도 엘고르도의 명맥은 끊어지지 않았다. 내전 당사자들이 각각 엘고르도를 발행해 명맥을 유지했다. 포성과 총탄도 이기는 게 엘고르도 였던 셈이다.

그러다 보니 엘고르도는 스페인 전 국민의 축제다. 스페인 국민의 90%가 엘고르도를 구매한다. 엘고르도의 추첨도 스페인 대통령의 승인과 서명아래 이뤄진다. 마드리드의 국립복권홀(Loteria Nacional hall of Madrid)에서 산일데폰소스쿨 초등학생들이 3시간에 걸쳐 추첨을 한다는 점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한편, 올해엔 난민출신인 응가녜(Ngagne)가 1등에 당첨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금액만 40만유로(약 5억원)다.

그는 8년전 목선 하나에 의지해 모로코로부터 지중해를 건너다 스페인 해안경비대에 구조된 난민이다. 아내와 함께 잠깐씩 농장일을 돕거나 채소를 따면서 근근이 입에 풀칠을 하는 정도였다. 한 때 수중에 5유로(약 6000원)뿐이 없었던 적도 있었으며, 최근엔 그나마 갖고 있던 직업도 잃어버린 처지였다. 스페인 전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모두가 함께 나누자는 엘고르도의 아주 특별한 성탄선물이 올해엔 난민에게도 이어진 셈이다.

/hanimomo@herald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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