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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왕 생일보다 크리스마스?…크리스마스날 KFC 앞에서 6시간 줄서는 일본
[헤럴드경제=문재연 기자]일본의 국가 공휴일이자 일본 국체(나라의 기초적인 정치 원리로, 일본 근대정치사상을 나타내는 용어)의 상징인 일왕의 생일은 조용하다. 반면, 일본 대다수가 신앙하지 않는 ‘예수 탄생일’은 축제마냥 시끌벅적하다. 일본에서는 크리스마스가 ‘일대의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켄터키 프라이드 + 딸기 생크림 케이크 = 크리스마스’ 공식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크리스마스가 되면 일본 KFC 매장은 켄터키 프라이드치킨을 사려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KFC가 1970년대 “크리스마스는 켄터키 치킨을 먹는 날”이라며 벌인 마케팅 덕분이다. 1970년대 미국인들이 크리스마스날 칠면조 대신 치킨을 먹으면서 생긴 문화이기도 하다. 

‘크리스마스 = 크리스마스 케이크’ 공식을 만든 제과업체 후지야(不二家)의 딸기 케이크 [자료= 후지야(不二家)]


지난해 KFC는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3일 간 52억 6000만 엔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매년 매출기록을 갱신하면서 KFC는 올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인터넷 주문 시스템을 도입해 지난 10월부터 크리스마스 치킨 배달을 선주문할 수 있도록 했다.

사실 KFC의 크리스마스 마케팅 전략의 원조는 제과업체 후지야(不二家)의 ‘크리스마스 케이크’이라고 할 수 있다. 1910년 설립된 양과점 후지야는 케이크 판매량을 높이기 위해 흰 생크림 위에 자두를 얹은 스폰지 케이크를 내놓으며 “크리스마스에는 가족들과 함께 케이크를”이라고 홍보했다. 이후 후지야의 케이크는 일본 ‘크리스마스 케이크’의 표본으로 자리잡았다. 오늘날의 딸기 생크림 케이크가 ‘크리스마스 케이크’ 자리잡은 것 역시 후지야의 대표 케이크 모델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 = 켄터키 후라이드 치킨’ 공식을 만든 일본 KFC [자료=도요게이자이(東洋經濟)신문]


후지야는 이번달(12월) 실적으로 500억 엔의 매출 규모와 1억 엔 영업이익을 기록할 것을 예상하고 있다. 한편, 후지야는 지난해 12월 26일 곰팡이가 낀 케이크가 발견돼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서양에서는 종교적인 축제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인들이 크리스마스를 위화감 없이 받아들이는 배경에는 ‘마쓰리(祭り)’가 있다. 마츠리는 일본 상인들을 중심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축제 중 하나로, 신령에게 지내는 제사이다. 하지만 오늘날 일본 대중은 마쓰리를 사람들이 길거리에 나와 다양한 음식과 놀이를 즐기는 날로 인식하고 있다. 크리스마스 역시 ‘종교 행사’가 아닌 ‘대규모 축제’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KFC와 후지야와 같은 업체들의 마케팅 전략이 모이고 모여, 크리스마스는 일본에서 일종의 ‘문화 축제’로 자리하게 됐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일본 번화가는 복잡한 LED 장식과 각종 일루미네이션 등 다양한 행사들이 성황리에 이뤄진다.

반면, 크리스마스를 이틀 앞둔 23일 아키히토(明仁) 일왕의 생일은 오전 9시경고쿄(皇居ㆍ일왕이 머무는 궁) 앞에 모인 국민들과 짧은 접견을 마치고 마무리된다. 초청자들에게 도미 소금구이, 약물밥, 어묵 등의 아침 식사가 제공되지만 이를 전국적으로 즐기지는 않는다.


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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