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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엔 인권이사회 의장국 한국 “편견ㆍ차별 범죄, 그게 뭐에요?”
[헤럴드경제=원호연기자] 한국이 지난 7일 1년 임기의 차기 유엔 인권이사회 의장국으로 선출됐지만 정작 국내에서는 인종, 종교, 국적, 성적(性的) 지향 등에 따른 편견과 증오로 벌어지는 증오범죄의 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국가인권위원회와 검경에 따르면 인권 증진과 각종 편견에 따른 차별 시정을 담당할 국가인권회는 물론 증오 범죄의 사법 처리를 담당하고 있는 경찰과 검찰에서도 증오범죄의 현황에 대한 통계를 작성하거나 확보하지 않고 있다.

증오범죄에 대해 발생 빈도 등 기본적인 현황 파악도 하지 못 하는 한국 정부와 달리 미국 정부는 FBI의 UCR(Uniform Crime Reportsㆍ통합범죄기록) 프로그램을 통해 증오 범죄의 가해자와 피해자의 특성, 장소는 물론 정부기관에 의한 증오범죄 여부까지 조사하고 있다. 사진은 FBI의 UCR 보고서 사이트. [사진=FBI UCR 홈페이지]

인권위의 경우 차별에 대한 진정 접수 결과만 갖고 있으며 경찰의 ‘범죄통계’나 검찰의 ‘범죄분석’ 자료 역시 소수자에 대한 증오나 편견에 기반한 범죄 여부를 기재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인권위 관계자는 “범죄와 관련된 통계는 사법 당국에서 생성, 보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고 인권위에서는 진정 관련 부분만 담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 관계자는 “증오범죄라는 게 별도의 죄명이 있는 것도 아니고, 특정한 기준도 없다”며 증오 범죄 여부를 파악하지 않고 있음을 인정했다.

증오 범죄가 일어날 경우 가장 먼저 수사에 나서게 되는 경찰은 조서를 작성할 때 범행 동기를 밝히기 때문에 증오 범죄 여부를 확인 가능하지만 이를 일일이 수작업으로 코드화 하려면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증오범죄금지법이나 차별금지법 등 별도 법안을 통해 어떤 동기에 의한 범죄가 증오 범죄에 해당하는지 명확한 선을 그어줄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미국의 경우 1990년 의회에서 증오범죄통계법을 통과시키고 법무부 장관에게 증오범죄가 확실할 경우 의무적으로 자료를 작성토록 했다. 이에 연방수사국(FBI)가 해당 통계를 전담해 작성하고 있다.

문제는 성적 소수자나 이주노동자에 대한 담론이 공론화되는 동시에 이에 대한 반감으로 증오범죄가 일어날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점이다. 국내 거주하는 외국인에 대해 형사정책연구소에서 2011년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인종, 종교, 국적으로 인해 폭행이나 위협을 받았다는 응답이 3.5%에 달했다. 국내 관련 범죄 피해자의 10배에 달하는 비율이다. 퀴어문화축제의 경우 열릴 때마다 보수단체의 공격을 받고 있다.

소수자 인권문제를 다뤄온 류민희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는 “증오범죄가 실제 얼마나 자주, 어떤 방법을 통해 일어나고 있는지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대응 역시 피상적이고 관념적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류 변호사는 “이종걸 의원 등이 특정범죄가중처벌법 개정안 형식으로 증오범죄를 가중 처벌하는 입법을 준비하고 있지만 입법이 완료되기 전이라도 훈령 등의 방법으로 해당 범죄에 대한 수사 시 증오범죄 여부를 판단해 표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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