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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초창작공연예술이 숨쉬어야 문화가 산다> 젠트리피케이션 해소? 기초창작공연예술인에 관심을
-기초창작공연예술인 집단형성 지역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
-일반인들 입소문 타고 상권 활성화…결국 젠트리피케이션 현상
-‘예술인’ 지역의 이미지 보다는 창작물에 대한 관심이 선행돼야


[헤럴드경제=최원혁 기자] K-POP, 드라마, 영화 등 대중문화를 기반으로 한 한국의 문화콘텐츠는 수많은 글로벌 국가에서 큰 인기를 끌며 한류의 중심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문화강국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정도로 문화산업의 기초라 할 수 있는 기초창작공연예술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턱없이 낮다. 기초창작공연예술인이 모이는 곳은 핫플레이스가 되지만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ㆍ도심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개발이 가속되고 임대료가 오르면서 원주민이 바깥으로 내몰리는 현상)으로 인해 막상 그들이 살 곳은 없어져가고 있다. 기초예술 없이 대중문화로만 채워지고 있는 한류문화. 그리고 일부 대형 라이선스 공연과 예술에만 지나치게 편중된 형태의 문화소비. 이 모든 것들이 기초창작공연예술을 숨 쉬지 못하게 하는 대한민국 문화계의 현실이고 대중의 눈높이다. 이번 기획연재를 통해 대한민국 기초창작공연예술의 실태와 문제점, 향후 개선방향에 대해 짚어본다. 



지난달 서울시가 광역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대학로ㆍ북촌ㆍ해방촌 등 6개 주요지역에 ‘장기안심상가’ 등을 도입해 영세상인들의 임대료 부담을 줄이는 젠트리피케이션 종합대책을 내놨다.

지역발전에 기여한 사람들에게 정당하게 이익이 돌아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상생의 길을 찾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이다.

해당 대책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뒤섞인 가운데 일각에선 젠트리피케이션의 가장 근본 문제인 예술인들에 대한 사회 인식 개선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최근 서울 내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이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곳은 대학로, 인사동, 신촌ㆍ홍대ㆍ합정, 북촌, 서촌, 성미산마을, 해방촌, 세운상가, 성수동 등 주요 6개 지역이다.

이 지역들 중 대부분은 오랜 기간 동안 창작예술인들이 커뮤니티를 형성해 온 곳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특히 홍대, 가로수길, 삼청동, 대학로 등 서울의 대표 ‘핫플레이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지역들은 초기에 기초창작공연예술인들이 모여 공방과 작업실, 극장, 극단, 카페 등이 자리 잡으면서 점차 뜨기 시작했다.

이후 트렌디한 음악과 패션, 유흥 문화 등이 더해지면서 일반인들에게 입소문을 탔고 지역상권이 크게 활성화 됐다.

하지만 초기 창작공연예술인들이 자리를 잡은 상권이 뜬 후 높아진 부동산 가격이나 물가 때문에 그들이 지역에서 이탈하면 지역상권이 다시 힘을 잃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처럼 홍대를 비롯해 가로수길, 이태원, 북촌, 삼청동 등 기존 서울의 ‘핫플레이스’로 꼽히던 곳들은 최근 5년 사이 젠트리피케이션의 대표지로 전락했다.

서울시 자료에 따르면 홍대의 경우 임대권리금이 최근 5년간 최대 10배까지 상승했고 이태원은 기존 25만원이던 원룸 월세가 최근 10년간 3배 이상까지 올랐다.

이 때문에 치솟는 임대료에 보금자리를 잃은 젊은 예술인들이 조금 더 값싸고 조용한 곳을 찾아 창작공간을 이동하며 ‘제 2의 핫플레이스’가 부각되는 현상이 일어났다.

홍대의 예술인들은 연남동으로 자리를 옮겼고 이태원에서 쫓겨난 이들은 경리단길로 이동했다.

이러한 예술인들의 이동 때문에 상권이 죽었다가 살아나는 기현상도 벌어지고 있다.

90년대 큰 인기를 끌었던 신촌 상권은 예술인들이 홍대로 이동하면서 상권이 수년간 쇠퇴했다.

그러나 홍대 지역의 젠트리피케이션으로 다시금 예술인들이 신촌으로 몰려들면서 상권이 활기를 찾고 있다.

이처럼 젊고 트렌디한 기초창작공연예술인들이 지역상권의 형성과 쇠퇴에 큰 힘을 보태고 있지만 정작 이들의 예술 창작물에 대한 관심도는 냉랭하기만 하다.

일각선 마포구 일대 지역이 ‘제2의 핫플레이스’로 급부상한 사례를 들어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시민들이 기초창작공연예술인의 생계수단인 창작품에 관심을 가지기보다 그들이 만든 ‘지역의 이미지’만을 따라 문화공간을 옮겨 다니고 있다는 것이다. ‘지역의 이미지’에만 소비하는 것으로는 예술인들의 창작활동여건이 높아지지 않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예술인들을 활용해 지역 이미지 소비만을 부추기는 행태가 개선되지 않으면 근본적인 젠트리피케이션 해소가 어렵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을 기초창작예술인들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창작물 자체에 대한 소비를 통해 개선시킬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은 문화 소비층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젊고 트렌디한 기초창작예술인들에 대한 인식 개선으로 저하시킬 수 있다”며 “단지 그들이 어느 지역에 모여서 활동하는지를 바라보고 그 지역의 이미지만을 소비하려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들의 창작물과 활동 자체에 관심을 가진다면 지나친 상권 거품과 근본적인 젠트리피케이션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cho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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