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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금리인상 초읽기①]초저금리시대의 종언…공포로 맞는 ‘수퍼달러’ 시대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과 가격 안정성 유지를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

2008년 12월 16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이틀 간의 정례회의를 마치고 기준금리를 1%에서 0∼0.25%로 인하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초저금리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당시 미국 경제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여 있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촉발한 금융위기는 미국 경제를 대공황 이후 최악의 상황에 몰아 넣었다. 베어스턴스와 리먼브라더스 등 대형 투자은행이 무너지자 내로라 하는 기업들도 맥을 못 추리고 줄도산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투자자금이 빠져나간 거리엔 실업자가 넘쳐났다.

글로벌 시장의 눈과 귀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재닛 옐런 의장에 쏠려 있다. 오는 1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인 연방기금(FF)금리를 0.25∼0.50%로 25bp(1bp=0.01%) 올릴 것이 확실시되면서다. 옐런 의장은 지난 3일 미국 의회 합동 경제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현재 나는 미국 경제 성장세가 향후 1∼2년 동안 고용 시장 추가 개선을 이루기 충분한 정도인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금리 인상을 시사했다. [사진=게티이미지]


이 같은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벤 버냉키 당시 Fed 의장은 ‘양적완화’라는 긴급 처방을 내렸다.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내리고 4조달러에 달하는 유동성을 시중에 무차별 살포했다.

막대한 돈 풀기 끝에 미국 경제는 정상궤도에 올랐다. 한때 -8.3%까지 추락했던 성장률은 올 3분기 2.1%로 플러스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실업률은 2008년 이후 최저인 5%로 떨어지는 등 고용지표도 호조를 보인다.

신흥국 23개국 증시를 반영하는 모간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이머징마켓 지수. 지난 4월 27일 1069.13에서 8월 24일 762.71까지 내려앉은 뒤 잠시 회복세를 보였으나, FOMC를 앞둔 이달 11일 773.56으로 다시 추락했다. 이는 연초 대비 17.57% 하락한 수치로, FOMC에서 금리 인상이 발표될 경우 연중 최저치를 갈아치울 것으로 우려된다. MSCI 이머징마켓 지수에는 한국이 포함돼있다. [자료=파이낸셜타임스]


이러한 자신감은 제로금리 시대의 종언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오는 16일(현지시간) FOMC에서 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며 돈줄 죄기에 나설 것이 기정사실화됐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100에 인접해 ‘슈퍼달러’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고 있다.

문제는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이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전 세계에 풀려 있던 막대한 달러가 미국 시장으로 돌아가게 된다. 지난 7년 간 통화완화의 ‘단맛’에 길들여져 있던 여타 국가들로선 날벼락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유럽은 여전히 장기 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고, 일본은 경제 성장률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침체 위기다. 두자릿수 성장에 달했던 중국도 3분기 6.9%까지 떨어지며 둔화 우려를 불러왔다. 이들 국가는 적어도 1년 간 현재 수준의 양적완화 기조를 이어가며 미국과 반대 행보를 걸을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의 경우, 인민은행이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성장률 하락을 막기 위해 위안화 환율을 달러뿐 아니라 다른 주요 무역파트너 국가들의 화폐로 구성된 ‘통화 바스켓’에 연동시키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가장 우려되는 곳은 신흥국이다. 외국인 자본 유출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정성과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MSCI 신흥국지수는 지난 4월 1069.13에서 이달 11일 773.56까지 27.6% 주저앉으며 이를 반영했다.

주식ㆍ채권의 가격 폭락뿐 아니라 달러외채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것도 문제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신흥국 비은행 부문에서 달러로 차입한 금액은 2008년 6조달러에서 작년 말 9조4600억달러로 증가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1997∼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에 비견하는 위기가 재연될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아시아ㆍ남미 신흥국을 중심으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수출 부진과 가계부채 급증으로 위기에 직면한 한국경제에도 치명적 타격을 줄 우려도 있다.

글로벌금융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지난 11일 1.76%, 나스닥 지수는 2.21% 하락했다

이 여파로 14일 코스피는 장초반 1% 이상 급락하며 1920선이 위협받고 있다. 외국인은 이달들어 9거래일동안 한국증시에서 2조원에 달하는 매도우위를 보이고 있다.

일본 증시도 하락폭을 키우고 있다. 니케이225지수는 2.52%(483.70포인트) 하락한 1만8746.78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는 그러나 미국 금리인상 이슈가 장기간에 걸쳐 금융시장에 선반영돼 온 만큼, 속도가 완만하게 진행될 경우 그 충격은 예상보다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비정상적 통화완화를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일시적 충격에 그칠 것이란 지적도 있다.

한국스탠다드차다드(SC)은행 김재은 투자자문부장은 “정책 모멘텀이 약한 국가들의 자금 유술이 더 가속화되며 변동성이 크게 나타날 수는 있지만, 과거 금리인상 이슈 발생시보다는 변동성이 소폭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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