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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파리기후 협약] “엎친 데, 덮친 격”...전통 제조업계 울상
[헤럴드경제=산업섹션]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가 12일(현지시간) 2020년 이후 새 기후변화 체제 수립을 위한 최종 합의문을 채택한 데 대해 국내 경제계는 엎친데 덮친격이라며 우려를 금치 않고 있다. 특히 철강,화학업계는 세계 경기 둔화와 중국의 맹추격으로 인해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는데, 탄소 추가 배출권까지 구매하게 되면 원가 부담이 커져 국제 경쟁력이 아예 사라지게 된다며 경영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실정이다.

최근 불황으로 고전하고 있는 철강업계는 다른 제조업들과 비교했을때 에너지 다(多)소비 업종이라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철강업계는 국내 전체 탄소배출량의 6억~7억t 중 1억t을 차지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철강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제 협정이 체결된 것이고 이를 목표로 정부가 그에 따른 정책을 수립하는 것을 더 지켜봐야할 것”이라면서도 “저가 중국산 제품이 밀려오고 있는 데다 이번 협정으로 탄소 추가배출권도 구매하게 되면 원가부담이 높아져 경쟁력이 위축되는 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업계의 또다른 관계자는 “업계 전체가 안 그래도 중국산 저가 제품과 철강 과잉 공급으로 어려운 시기를 버텨내고 있는 가운데, 탄소 배출량까지 줄여야 하면 업계 전체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화학업계도 이번 기후변화협약 최종 합의문 채택에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제조업은 공장을 증설하면 계속 탄소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탄소감축으로 부담이 계속 늘어나게 되는 구조”라며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기업 경쟁력도 생각해줘야지 우리나라가 너무 앞장서서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탄소저감 기술을 만드는 연구개발(R&D) 비용도 많이 드는데, 이 부분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화학회사 관계자는 “국제유가 등 변동성은 날로 커지고 있는데, 향후 부담이 얼마나 더 늘어날지 걱정”이라며 “그간 탄소저감 노력을 많이 해 이미 최저수준인데 얼마나 더 낮추라는 말인지 모르겠다”고 걱정했다.

김주태 전국경제인연합회 산업정책팀장은 “우리나라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배출 전망치 대비 37%로 상당히 의욕적인 수준인데 파리 총회 합의로 향후 5년마다 상향된 목표 제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들은 현재 1∼2% 수준의 추가 감축 여력도 크지 않은데 앞으로 상당한 감축 부담이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팀장은 “철강, 석유화학 등 우리나라 주력 산업의 에너지 효율화 수준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으로 에너지 추가 감축 여력이 크지 않다”며 “5년마다 추가 감축 부담이 생기면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고 개도국으로의 기업이전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특히 제조업 비중이 감소하는 선진국과 달리 현재 31%에서 35∼36% 수준으로 제조업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우리나라에 타격이 더 클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팀장은 “우리나라에서 탄소배출권을 필요로 하는 기업은 많은데 내놓을 기업은 없어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며 “향후 국제거래 시장이 조성되면 우리 기업들이 최대 수요자가 될 가능성이 크고 추가 원가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선업계 역시 앞선 친환경 선박 건조 기술 등으로 장기적으로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당장 규제강화 등이 미칠 영향을 우려했다.

조선업계 한 관계자는 “조선업계는 선박을 건조해 시운전을 나가면 예측이 어렵다”며 “업종 특성상 탄소배출권 할당을 맞추기 어렵기 때문에 규제를 완화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자동차업계는 이번 합의문이 업계 지각 변동의 진원지이자 시장 재편의 촉매제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자동차 배기가스가 전 세계 온실가스의 3분의1 가량을 차지하는 만큼 업계와 시장이 이에 대한 대책을 내놓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는 경쟁업체보다 한발 앞서 친환경차 시장을 선점하는 길이 우선이라는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다. 실제 오는 2020년 세계 전기차 수요는 연 600만대에 이르는 등 친환경차 시장 확대는 기정사실화돼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차량으로 배기가스 양을 줄이는 노력은 거의 한계에 왔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이번 기후협정 체결이 친환경차 개발에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수봉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장은 “에너지 배출량을 한 번에 줄이는 것은 어려우므로 현재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배출량 저감 지원 체제를 철강이나 조선업 등 대기업 에너지 다소비 업종에도 적용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주태 전경련 팀장은 “대체에너지, 신재생에너지는 당장 돈이 안 되기 때문에 기업들이 당장 투자하기 어렵다”며 “정부는 에너지 관련 투자세액 공제를 연장하고 기업이 에너지 시설 투자를 확대하도록 규제개혁 등 정책적인 지원을 해야한다”고 주문했다.

i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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