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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文-安, 마지막 결별 확인한 ‘13분 전화담판’ 내용은?
[헤럴드경제] “통합전당대회든 혁신전대 등 만나서 이야기하자”(문재인 대표), “혁신전대를 받겠다는 대국민 약속부터 선언해달라”(안철수 전 공동대표)

13시 오전 10시 15분부터 13분가량 헛바퀴처럼 이어진 ‘전화담판’은 마주보고 달리는 기관차 같았던 문 대표와 안 전 대표가 최종적 결별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풍전등화에 놓인 야권의 운명을 머리 위에 인 채 혁신전대 개최 문제로 위험한 핑퐁게임을 벌여온 두 사람은 결국 얼굴 한번 맞대지 못하고 등을 돌렸고, 총선이라는 외나무다리 위에서 만나게 됐다.

안 전 대표의 탈당이 지난 11일 저녁 기정사실화된 뒤 안 전 대표의 기자회견이 예정된 이날 오전 11시까지 안 전 대표의 탈당을 막기 위한 새정치연합 안팎의 움직임이 긴박하게 전개됐지만, 이미 방향을 튼 물줄기를 돌리진 못했다.

▶심야회동은 불발된 채 전화통화로 이견 확인=안 전 대표의 ‘거사’ D-데이인13일 오전까지도 중진그룹 등 당 일각에서는 두 사람이 극적 타협점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실낱 같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었다.

전날 특사단으로 파견된 박 의원 등이 문 대표가 혁신전대를 수용한다고 선언한 뒤 혁신전대에서 문ㆍ안을 공동대표로 합의추대하는 형태의 절충안을 마지막 카드로 마련, 조율에 나서면서다.

문 대표는 이날 오전 8시30분 구기동 자택으로 찾아온 박 의원에게 “통합전대가됐든 혁신전대가 됐든 전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며 한발 물러선 뒤 “전대를 포함해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겠다. 만나서 모든 것을 풀겠다”는 신호를 보냈다.

그러나 이러한 메시지를 들고 9시15분께 안 전 대표의 노원구 자택 쪽으로 출발한 박 의원은 안 전 대표가 이미 9시40분께 국회를 향해 자택을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유턴해야 했다.

안 전 대표는 박 의원과의 전화통화에서 “말씀은 잘 알겠다. 문 대표와 직접 전화를 하겠다”고 알렸다고 한다.

이 사이 문 대표가 안 전 대표에게 두 차례에 걸쳐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되지 않다가 10시15분께 안 전 대표의 ‘콜백’이 울리면서 13분간 전화담판이 시작됐다.

문 대표는 박 의원에게 전한대로 “만나서 전대를 포함한 모든 걸 의논하자. 통합전대든, 단합을 과시하든 전대든, 혁신을 추인하는 전대든 다 논의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했다고 문 대표측이 전했다.

반면 안 전 대표는 “혁신전대부터 선언하시라”면서 “혁신전대는 대국민 약속이었다.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이를 천명하지 않는다면 만날 의미가 없다”고 거듭 요구하면서 평행선을 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문 대표는 “안 전 대표가 시종일관 ‘혁신전대를 수용해라. 혁신전대를 포함한 모든 것을 수용하겠다는 것을 일단 사전에 공표해라. 그래야 만날 수 있다’고 해서 접점을 찾지 못했다”는 취지로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설명했다고 김성수 대변인이 간담회에서 전했다.

김 대변인은 “문 대표는 전대라는 건 열어놓고 만나서 어떤 전대가 될지 구체적으로 논의하자고 한 것이고, 안 전 대표는 혁신전대라는 걸 먼저 밝히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安, 회견직전 측근들에 탈당 사실 고지…회견문 직접 집필=안 전 대표는 문대표와의 ‘최종 결별’을 확인한 뒤 일부 측근들에게 전화해 탈당 기자회견 사실을 알렸으며, 국회 주차장에서 잠시 머문 뒤 회견시간에 맞춰 국회 정론관으로 향했다.

기자회견문은 직접 쓴 것으로 알려졌으며, “안에서 도저히 안 된다면 밖에서라도 강한 충격으로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등 상당수의 기자회견 발언은 이날 새벽 중진들과의 심야 자택회동에서 쏟아낸 표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안 전 대표는 13일 0시께 찾아온 박병석, 원혜영, 노웅래 의원과 만난 자리에서도 문 대표가 자신의 혁신안 및 혁신전대 제안을 ‘묵살’했다는데 격앙된 모습을 감추지 못한 채 “혁신전대에 대한 분명한 대답을 공개적으로 하지 않으면 믿을 수도 없고 만남이 의미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표가) 대답하고도 속이고 또 속이니까…”라며 강한 불신도 드러냈다는 후문이다. 0시58분께 달려온 문 대표와의 만남을 거절하면서 안 전 대표가 든 이유 도 “서로 믿을 수가 없는데 어떻게 만나냐”는 것이었다.

결국 40분간 ‘문전박대’를 당하다 ‘빈손’으로 발걸음을 옮기려던 문 대표에게 안 전 대표가 문을 열고 건넨 짧은 악수의 장면이 안 전 대표의 ‘문안박 지도부’ 구성 제안 거절 기자회견 하루전인 지난달 28일 양자 회동 이후 이뤄진 처음이자 마지막 ‘대면’이었다.

김 대변인은 “안 전 대표가 통상 본인이 허락하지 않는 자택방문을 평소에 내켜하지 않아 문 대표는 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갈 생각이 없었는데 먼저 가 있던 의원들이 설득하겠다고 해서 간 것”이라며 “가봤더니 동의를 못 구한 상태였다”고 설명했다.

이날 회동 불발을 놓고 2002년 대선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자신에 대한 지지를 철회한 국민통합 21 정몽준 대표를 설득하기 위해 평창동 자택으로 방문했다 문전박대 당한 일과 오버랩된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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