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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워킹맘들, “회사에선 동료ㆍ상사 눈치, 집에서는 육아도우미 눈치”
[헤럴드경제=박혜림 기자] #. 세 아이를 키우는 워킹맘 김모(43ㆍ여)씨는 최근 아이들에게 “이모(육아도우미) 힘드니까 밖에서 밥 먹고 들어오라”는 얘길 들었다. 김 씨가 집에 일찍 귀가할 때마다 육아도우미가 저녁을 차려줘야 하기 때문에 귀찮고 힘들다는 것이었다. 김 씨는 “조선족인 이모님이 평소 밤 늦게 중국에 있는 가족과 시끄럽게 통화를 하는 등 고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면서도, “아이들이 육아도우미의 편을 들며 잘 따르고 있어 외려 집에서 눈치만 보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씨는 “엄마는 뒷전이고 이모 편만 드니 소외감마저 든다”고 아이들에 대한 섭섭함 털어놓기도 했다.

[사진=게티이미지]

육아ㆍ가사노동에 대한 부담으로 회사에서 상사 눈치를 보는 워킹맘들이 집에서는 육아도우미 눈치까지 보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고용주의 입장이지만, 불만을 토로할 경우 자칫 아이들에게 불똥이 튈까봐 입을 다무는 등 고충이 적잖은 상황. 급기야 아이들이 엄마 대신 더 친숙한 육아도우미 편을 드는 경우까지 생기며 워킹맘들의 설움은 더 크다.

5살, 7살 아들 둘을 키우는 워킹맘 김모(35ㆍ여) 씨도 김 씨와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평소 직장일이 늦게 끝나는 편이라 몇 년 전부터 입주 이모를 고용해온 김 씨. 그러나 두 아들의 극성맞은 성격 탓에 1년에도 몇 번씩 입주 이모를 바꿔야만 했다. 김 씨는 “까불고 장난치는 아이들에게 큰 소리 치는 이모를 보는 맘이 편치 않다”면서도, “입주 이모가 바뀔 때마다 상처입고 적응하는 아이들의 모습도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씨는 “어떻게든 입주 이모를 붙잡기 위해 매번 이모들의 눈치만 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시어머니나 친정어머니에게 아이를 맡긴다고 해서 눈치를 보지 않는 것도 아니다. 또 다른 맞벌이 여성 유모(39ㆍ여) 씨는 “육아도우미를 여러번 바꿨다가 지금은 친정어머니께서 애들을 봐주고 계신다”면서, “친정어머니라서 그런지 육아 견해가 다를 때마다 마찰을 빚고 있어, 가족이라고 다 좋은 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당장 아이들을 맡길 곳이 없어 친정어머니 눈치만 보는 실정이다. 유 씨는 “내년에 둘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하는데 차라리 직장을 그만 두고 애들이나 잘 키우고 싶단 생각까지 든다”고 했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준 15~54세 기혼여성 956만1000명 중 경력단절여성은 총 197만7000명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육아로 일을 그만 둔 여성은 경력단절여성의 31.7%를 차지했다. 임신ㆍ출산으로 그만둔 여성(22.1%)까지 합하면 과반수인 53.8%를 훌쩍 넘었다.

유 씨는 “나도 나지만, 남편도 육아휴직을 마음 놓고 쓸 수 있다면 이런 일도 없지 않겠느냐”며, “혼자 아이를 봐야하는 현실에 직장 다니기가 갈수록 버거워진다”고 토로했다. 두 아이 엄마 김 씨도 “아이들이 엄마보다 육아도우미나 할머니를 찾는 걸 보면 가슴이 아프다”며 “워킹맘들이 아이를 제대로 돌볼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많았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아쉬운 속내를 내비쳤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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