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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트렁크 살인’ 김일곤 “경찰때문에 태웠던 살생부 다시 만들었다”
[헤럴드경제=배두헌 기자] ‘트렁크 살인사건’으로 구속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김일곤(48)이 “경찰 때문에 불태웠던 살생부를 다시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11일 오전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1부(하현국 부장) 심리로 열린 3차 공판에서 김씨는 “죽은 고인을 위해서라도 영등포 폭행사건의 진실이 밝혀져야한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앞선 공판에서 법에 대한 불신을 드러내며 재판에 제대로 응하지 않던 김씨는 이날은 1시간 30분이 넘도록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넋두리를 했다.

하 부장판사는 “하고 싶은 말을 해 보라. 말을 하다 보면 마음이 편해지고 응어리진 것이 풀어질 수도 있다”며 권유한 뒤 김씨의 말을 거의 끊지 않고 들었다.

김씨에 따르면 인생의 절반 이상인 30년을 감옥에서 보낸 그는 2013년 3월 출소한 뒤 새사람이 되기로 마음먹고 서울 영등포에서 식자재 납품 사업을 시작했다.

어느날 성실하게 사회생활을 이어가는 자신이 대견한 마음에 기쁨의 눈물까지 흘린 그는 평소 원한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의 이름을 적어 놓은 살생부도 불로 태워버렸다.

그러나 지난 5월 2일 A씨와의 폭행 사건에 휘말리면서 분노가 폭발해 이 사건 관계자들을 포함한 살생부를 다시 만들고 ‘트렁크 살인사건’ 범행을 시도했다는 게 김씨의 주장이다.

김씨는 이날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 차를 몰던 A씨가 욕설을 하며 시비를 걸고 폭행을 해 신고했지만 사건 담당 경찰들이 A씨와 아는 사이라 김씨만을 일방적 가해자로 몰아갔다고 주장했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당시 목격자 진술을 바탕으로 김씨에 대해 기소 의견으로, A씨에 대해서는 혐의없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바 있다. 김씨는 폭행 사건의 가해자가 돼 5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김씨는 법정에서 A씨와의 폭행 사건과 경찰 수사 과정에서의 억울함을 조목조목 들어가며 상세히 설명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김씨는 A씨를 살해하기 위한 유인책으로 주모(35ㆍ여)씨를 납치했다가 살해하기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또 “내 억울함이 아닌 고인을 위해 폭행 사건 담당 경찰관을 내사해달라”고 외치면서도 “만약 법에 의해 진실이 바로잡힌다면, 법을 믿지 않고 고인을 죽이게 된 것을 후회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해당 폭행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은 김씨에 이같은 주장에 대해 “일고의 가치도 없다”며 일축했다.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목격자 진술이 확보된 수사였고, 김일곤이 주장하는 것과 달리 담당 형사와 피해자는 일면식도 없던 사이”라고 말했다.

한편 재판정을 찾은 주씨의 유가족들은 지지부진한 공판 진행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주씨의 여동생은 “잊을만하면 재판 기일이 찾아와 너무 힘들고 사건의 충격이 가시지 않아 부모님은 심리치료까지 받고 있다”며 신속한 재판에 대한 바람을 나타냈다.

김일곤은 지난 10월 9일 충남 아산의 한 대형마트 지하 주차장에서 주씨를 차량째 납치해 끌고 다니다 살해한 혐의(강도살해)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김씨에 대한 4차 공판은 내년 1월15일 오후 3시30분에 열릴 예정이다.

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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