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독일에는 12월 초부터 만들어두고 크리스마스를 기다리게 하는 빵이 있다. 최근 많은 베이커리에서 겨울 상품으로 선보여 국내에도 친숙해진 ‘슈톨렌’이 그 주인공이다.
슈톨렌은 독일의 대표적인 전통빵으로, 이스트를 사용해 발효시킨 뒤 구워낸 담백한 빵이다. 보통 건포도와 견과류, 계피 가루를 넣고 만든 후 식으면 슈가파우더를 뿌려 장식을 한다. 계피 특유의 알싸한 향과 더불어 고소하고 달콤한 맛이 은은하게 퍼지는 게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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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는 12월 초부터 슈톨렌을 만들어놓고 일요일마다 빵을 1조각씩 잘라 먹으며 크리스마스를 기다린다. 슈톨렌은 2~3개월까지 보관할 수 있을 정도로 보존성이 뛰어나다. 오히려 시간이 흘러 숙성될수록 촉촉한 질감이 더해진다.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빵이라는 점에서 이탈리아의 ‘파네토네’와 비슷하지만, 겉모양에서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파네토네는 빵 윗부분이 부푼 원형이지만 슈톨렌은 반달을 떠올리게 하는 반원형이다.
이 모양은 옛 독일 수도사들이 어깨 위에 걸쳤던 반원형의 가사(袈裟) 모양을 본 따서 만들었다는 설이 전해진다. 예수 그리스도의 요람 모양을 본 따서 만들었다는 설도 있다.
지금의 슈톨렌은 말린 과일과 슈가파우더 덕분에 달콤한 맛을 지니지만, 초기에는 단단하고 달지 않은 형태의 빵이었다. 특히 중세에는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4주 동안 버터와 우유의 사용을 금하는 풍습이 있어서, 이 기간에는 밀가루와 효모, 물로만 빵을 만들 수 있었다. 자연히 이 시기에 만드는 슈톨렌도 퍽퍽한 식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슈톨렌이 지금과 같은 윤기를 갖게 된 것은 1491년 교황 인노첸시오 8세가 성탄 전 4주간의 기간 동안 버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한 ‘버터 서간(butter letter)’을 보낸 이후부터다.
슈톨렌에 대한 독일의 사랑은 각별하다. 드레스덴 지역에서는 매년 12월초에 슈톨렌 축제가 열린다. 드레스덴 슈톨렌 보전협회 회원들은 축제 일주일 전부터 무게가 3~4t에 달하는 대형 슈톨렌을 만든다. 대형 슈톨렌은 행사의 하이라이트인 퍼레이드에서 선보이며, 축제 홍보대사인 ‘슈톨렌 아가씨’가 빵을 잘라 관람객들에게 판매한다. 수익금은 자선단체에 기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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