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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9년간 상업 가르치던 교사, 국정교과서 집필진 합류했다가 돌연 사퇴…왜?
[헤럴드경제=박세환ㆍ신동윤 기자] 학교에서 9년간 상업 과목을 담당하던 한 교사가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진에 참여했다 사퇴하며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지난달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가 성추행 논란으로 사퇴한데 이어 또 한 명의 집필진이 사퇴하면서 국정 역사 교과서 집필진에 대한 선발 기준이나 명단 공개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11일 국사편찬위원회(이하 국편)와 교육계에 따르면 국정 역사교과서 집필진에 합류했던 서울 대경상고 김형도 교사가 자격논란에 휩싸이면서 집필진에서 자진 사퇴했다.



국편은 “김 교사가 자신이 집필진으로 공개된 것은 괜찮지만, 자신으로 인해 역사교과서 편찬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매우 죄송한 마음이다”라고 전해왔다고 밝혔다.

조춘국 대경상고 교장은 이날 서울 청구동 대경상고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교사가 개인적으로 (역사교과서) 모집 공고를 보고 희망해 집필진에 들어간 것으로 본인이 메신저를 통해 알았다”며 “김 교사와의 면담을 통해 10일 오후 9~10시께 집필진에서 사퇴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현재 정상적인 수업을 진행토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앞서 김형도 교사는 지난 8일 학교 전체 교원들에게 자신이 국정교과서 집필에 참여하게 됐다는 집단 메시지를 보냈다. 해당 메시지는 A4용지 3장 분량으로 김 교사가 12월까지만 학교에 나오고 내년 1월부터 13개월간 역사교과서를 쓰게 됐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김 교사가 보낸 메시지에는 “(집필 관련) 1월부터 13개월간 역사교과서를 함께 쓰게 됐다. 저 말고도 46명과 어떻게 생활해야 할지 모르겠다. (집필진이) 모이면 (국편이) 얼마나 비밀을 강조하는지 질릴 정도”라고 전했다. 특히 그는 “자신이 남경필 도지사의 고종사촌 동생인데 남 지사의 도움 없이 이 학교에 왔다. ‘대한민국 집필’ 후 13개월 뒤엔 많이 달라져 있을 것”이라며 “‘남경필 주니어’가 되어서 돌아오겠다”는 말까지 써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교사는 메시지 말미에 ‘さよなら’(사요나라)라고 일본어로 작별인사를 하기도 했다.

조 교장은 김교사의 메시지에 대해 “역사교과서 집필진에 선정됐다는 내용을 제외하고는 개인적인 넋두리에 가까웠다”며 “사생활과 관련된 내용이 다수 포함돼 있어 전체 내용을 공개하기 힘들다”고 말을 아꼈다.

조 교장은 또 “김 교사는 교육대학원에서 역사교육을 전공해 2010년 교사자격증을 취득했고, 최근에는 한국고대사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박사 논문을 준비하는 등 평소 한국사에 많은 관심을 가져왔다”며 “이번 메시지도 집필진에 선정됐다는 자부심에 작성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달 7일 최몽룡 서울대 명예교수가 성추행 논란으로 사퇴한데 이어 또 한 명의 집필진이 사퇴하면서 국정 역사 교과서 집필진에 대한 선발 기준이나 명단 공개에 대한 목소리가 거세질 전망이다. 당초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한국사 교과서 국정 확정고시 때 “집필부터 발행까지 전 과정을 투명하게 운영하겠다”고 장담한터라 집필진의 잇단 사퇴의 파문은 일파만파로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집필진이 공개되면 시민사회단체 등의 압박이 뒤따른다’는 교육부의 입장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gr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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