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소비자 우롱한 통신사가 낸 과징금은 정부 주머니로?
[헤럴드경제=이혜미 기자] ‘피해는 국민이 보고 과징금은 나랏님들이 가져가나’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가 통신 및 케이블 업체에 과징금을 부과한 것을 두고 나온 소비자들의 반응이다.

지난 10일 방통위는 방송통신 결합상품 판매 시 허위·과장·기만 광고를 한 업체 9곳에 약 2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이동통신 3사(SKT, KT, LGU+)가 각 5억6000만원, 케이블 사업자들이 적게는 600만원에서 많게는 2800만 원을 낸다. 이렇게 거둬들인 과징금은 정부의 주머니로 들어간다. 정작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에 대한 보상은 없다. 불공정행위를 저지른 사업자들이 철퇴를 맞아도, 소비자들의 속은 후련하지 만은 않은 이유다. 

[사진=헤럴드경제 DB]


적어도 허위·과장 광고로 인해 방송통신 결합상품에 가입한 것을 입증할 증거가 있는 경우라면 피해 보상금이 지급되는 것이 마땅해 보인다. 물론 대리점 측이 거짓 문구로 가입자를 현혹시킨 사실을 입증할 만한 자료가 남아 있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사업자들이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잃은 것에 대한 사죄의 의미로 전 가입자를 대상으로 금전적인 혜택이나 기타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방통위가 종용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 그럼에도 소비자 보상에 대한 계획은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보니 소비자 입장에선 방통위의 이번 의결이 불공정 행위에 칼도 빼들면서 곳간도 메운 ‘보여주기식’ 조치로 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와 관련, 방통위 관계자는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소비자 피해 보상과 같은 부분은 (허위·과장 광고가) 소비자 피해로 직접 연결됐다는 걸 입증하긴 어려운 면이 있다”고 난색을 표했다. 그러면서 “방통위 입장에선 사업자들이 이용자 피해를 유도하지 않도록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제재하는 수 밖에 없다. 이번에 적발된 사업자들이 판매점 관리를 제대로 하는 지 주기적으로 검토할 것이고, 위반 사항이 확인되면 엄정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원론적인 입장을 되풀이했다.

불법보조금 지급, 중고폰 선보상제, 다단계 영업 등 이통사 불공정 행위의 역사(?)는 반복돼 왔다. 그 때마다 방통위의 조치 역시 한결같았다. ‘시정 명령’과 ‘과징금 부과’. 그렇다보니 소비자들 사이에선 방통위의 이번 조치 역시 ‘솜방망이 처벌’이 아니냐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방송통신 결합상품의 허위, 과장, 기만 광고로 인한 이용자 피해를 최소화하고, 사업자간 공정경쟁 환경 조성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는 방통위의 낙관적인 자평과는 온도차가 크다. 또한 방통위가 내린 시정 명령의 구체적인 내용을 알 수 없을 뿐더러, 사업자들이 시정 명령을 이행하지 않았을 때 어떤 불이익이 주어지는 지도 불분명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형식적으로 과징금을 매기는 선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피해보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통신업체들이 실질적으로 긴장할 만한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ham@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