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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상균 자진 출두 자승 스님 ‘신의 한 수’, 그날 밤 무슨 일이
[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10일 오전 25일만에 조계사에서 나와 자진 출두한 가운데 9일 경찰투입이라는 긴박한 상황 속에서 결정적 역할을 한 자승 조계종 총무원장의 ‘신의 한수’가 주목받고 있다.

9일 경찰은 당초 경찰력을 투입, 버티고 있던 한 위원장을 검거할 예정이었으나 자승 스님이 상황 20분전 기자회견을 갖고, “10일 정오까지 한 위원장 거취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선언하자 상황이 반전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당시 상황은 경찰력 투입에 따른 민노총과의 충돌은 물론 그동안 한 위원장을 품고 기다려온 조계사 내 신도의 불만 고조, 경찰의 조계사 경내 진입에 따른 불교계와 경찰 간 갈등 고조 등으로 긴장감이 임계점까지 다다른 상태였다. 이런 가운데 자승 스님이 직접 나서 사태 해결을 호언장담하면서 추이에 관심이 쏠렸다.


자승 스님의 자신있는 ‘한 마디’ 는 어떻게 나왔을까.

자승 스님의 기자회견 후, 화쟁위원장 도법스님은 한 위원장이 머물고 있는 관음전을 찾지 않았다. 하루에도 몇번씩 드나들며 늦게는 새벽3,4시까지 마주 앉았던 도법 스님은 이후 조용했다. 이미 할 일을 마쳤다는 의미다.

도법 스님은 9일 오후 일촉즉발의 상황인 경찰 투입 20분전까지 한 위원장을 만나 대화를 나눴다. 이 때 한 위원장의 퇴거와 관련한 큰 그림이 마무리됐다는 얘기다. 관계자에 따르면 3시30분에서 4시 사이에 큰 가닥이 잡혔다.

자승 스님은 한 위원장의 뜻을 확인하고 곧 바로 기자 회견을 자청, 사태 중재에 나섰다. 도법 스님도 총무원장의 기자회견 소식을 전해듣고 회견장으로 향했다.

자승 스님의 기자 회견 후 상황 마무리는 실무진들이 나섰다. 도법 스님의 역할이 끝난 시점이다.
한 위원장의 마지막 밤, 9일 밤에는 도법 스님은 들어가지 않았다. 이재용 총무원 종무실장이 들어갔다. 몇 시에 관음전을 나와 총무원장을 만나고 도법 스님과 언제 일주문을 나설 지 등 구체적인 동선을 함께 그려나갔다.


25일동안 관음전에서 한 위원장과 함께 한 이 종무실장은 화쟁위원장 도법 스님의 화쟁사상에 탄복했다.
“대화를 멈추신 적이 없어요. 지치지도 않으시고 새벽까지 한 위원장하고 대화를 하셨어요. 함께 상생하고 공존하는 길이 뭔가 함께 고민하신 거죠.”
조직논리로 단단하게 무장한 한 위원장이지만 다 함께 사는 상생을 설파하는 도법 스님의 논리를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하루 하루 지나면서 겉으로는 구호를 외치고 결기어린 모습을 보였지만 스님과 끊임없이 대화를 나누면서 한 위원장의 내면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강철도 녹인다는 화쟁사상의 힘이자 ‘대화의 힘’이었다.

도법 스님은 11일 오전 11시 이번 사태와 관련한 기자회견을 가질 예정이다. 도법 스님은 그간 강조해온 노동법 관련, 여야 시민단체와 양 노총이 함께 하는 대화기구를 다시 한번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스님은 실상사로 내려간다.

자승 스님은 한상균 위원장이 10일 오전 자진 출두 전 원장실에서 잠시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서 자승 스님은 “종단이 그동안 전체 노동자들의 문제에 전면으로 함께 하지 못했다. 노동개혁을 멈추고 민중들의 목소리를 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전해졌다.

자승 스님은 이날 조계사를 떠나는 한 위원장에게 108염주를 전달했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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