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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당서 빨래 말리는 것도 법으로?…‘전기료 10% 준다 vs 집값 15% 떨어진다’
[헤럴드경제=이수민 기자] 내리쬐는 햇볕 아래 일렬종대로 널린 빨래는 더 이상 친숙한 풍경이 아니다. 단독주택이나 아파트를 막론하고 세탁기와 건조기가 일상화되면서 빨랫줄은 유물이 되고 있다. 재미있는 점은 미국에는 마당에서 빨래 말리는 것도 법으로 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건조기 사용료가 전체 전기료의 6~10%나 차지한다는 점에서 ‘빨래 말릴 권리(right to dry)’ 법을 제정하는 주가 늘고 있다.

6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에 따르면, 현재 플로리다ㆍ콜로라도ㆍ메릴랜드ㆍ메인ㆍ버몬트 등 5개 주가 이 법을 제정했다. 미국에서 가장 환경을 우선하는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내년 1월 1일부터 이법이 공식 발효된다.

이미 법이 만들어졌지만, 주택보유자협회(HOA)나 아파트관리사의 홍보 기피로 말미암은 주민들의 관심 부족으로 플로리다 주민은 이 법의 존재를 잘 모른다.

일간지 USA 투데이의 자매사인 프레스 닷컴을 보면, 여름을 메인 주에서 보내고 겨울 따뜻한 플로리다 주로 옮긴 전 교육감 출신 여성 테리 크래스 씨는 마당 빨랫줄에 빨래를 너는 자신을 이상하게 쳐다보는 주민들로 곤혹스러운 일을 겪었다. 이미 빨래 말릴 권리법을 시행 중인 메인 주에서는 아무 일도 아니었으나, 플로리다 주 주민들은 신기함과 실망스러움을 동시에 쏟아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1년 내내 온화한 아열대 기후 지역인 플로리다 주에서는 이미 6년 전에 미국 최초로 빨래 말릴 권리 법을 제정했다. HOA가 입을 닫은 탓에 주민 대다수가 이를 모를 뿐이다.

효과적인 에너지 소비와 자연 건조를 위한 비영리 단체를 이끄는 알렉산더 리는 “플로리다의 ‘빨래 말릴 권리법’은 태양광 집약시설, 빨랫줄, 재생자원으로 만든 에너지 기기 등의 설치와 사용을 막는 어떠한 조례나 법령을 무효로 규정한다”고 설명했다.

법에 어긋나는 HOA의 주거 규칙은 실효가 없다는 뜻이다.

캘리포니아 주 샌페르난도의 한 밀집된 공동 거주 지역에 사는 전업주부 라켈 메히아는 지난 10월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공동 세탁장에서 일주일에 30달러나 들어가는 세탁비와 건조비를 충당할 수 없어 손빨래한 뒤에 현관 앞 화분대에 빨래를 널어놓는다”고 했다.

아파트 관리인이 보기 싫다고 당장 이를 멈추라고 했지만, 메히아는 내년 1월부터 맘대로 빨랫줄을 달아 빨래를 건조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 주 법에 따르면, 입주자들은 빨랫줄뿐만 아니라 건조대도 베란다에 설치할 수 있다.

법안 발의를 주도한 이 지역 주 정치인인 패티 로페스는 “대가족이 사는 다가구 다세대 주택 입주자들은 돈도 시간도 없어서 건조기 대신 자연 건조를 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전체 가정의 80%가 건조기를 사용하는 요즘, 건조기 사용료는 전체 전기료의 6∼10%나 차지한다. 빨래를 자유롭게 말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 건조기 소비에 따른 전체 전기료는 눈에 띄게 줄 전망이다.

하지만, 빨랫줄과 빨래집게를 ‘가난의 상징’처럼 여기는 주택 업자들은 이 법의 시행으로 집값이 최대 15%나 하락할 수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smstor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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